은어

나만의 인생 사전

by 시를아는아이

은어: 서글프고 우아한 늦여름의 끝.


은어는 연어처럼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흘러갔다가 다시 옛 강으로 돌아와 살다가 일생을 마치는 물고기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은어의 그런 습성까지는 잘 알지 못했고, 다만 이름에 걸맞게 연푸른색이 감도는 은빛을 띠며 유유히 물속을 헤엄치던 모습 때문에, 흔한 피라미보다 특별하고 귀한 물고기로 대접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답던 은어도, 마침내 알을 낳고 시들시들 죽어갈 무렵이면 몸 색깔이 급격하게 파리하고 탁한 빛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할 일을 마치고 힘이 빠져 죽을 자리(?)를 찾는 은어들이 얕은 여울에서 비틀대면 신이 난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그 불쌍한 물고기들을 물 가장자리로 몰아 놀리다가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 시절 우리 아이들의 은어 몰이였다.

이때는 벌써 8월 중하순을 지난 늦여름이라 이글거리던 태양도 힘이 살짝 꺾이면서 수온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때이기도 했다. 이렇게 은어 몰이를 할 때쯤이면 여름 내내 까맣게 탄 우리 아이들도 몸으로 그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끼기 시작했던 듯하다.

그것은, 이제 산으로 들로 소 먹이러 다니고, 강과 모래밭에서 뛰놀던 시절이 점점 끝나가고, 〈탐구 생활〉과 일기, 그림그리기 같은 방학 숙제를 허겁지겁 몰아서 해야 하는 때가 코앞에 닥쳤다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은어들은 물론 우리 철없는 아이들에게도 늦여름 은어 몰이는 마냥 신나는 놀이는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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