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비수를 품은 떠돌이 시인

에필로그

by 시를아는아이

앞서 잠깐 소개한 영화 <타인의 삶>을 챙겨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브레히트 때문이었다. 물론 브레히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를 모델로 한 듯한 인물과, 본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의 작품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독일 통일(1989) 전 동독, 수십만으로 이루어진 정보국 소속 악명 높은 비밀 경찰 비즐러는, 유명한 극작가인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배우인 크리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뛰어난 요원인 비즐러는 투철한 국가관과 신념으로 감청 등을 통해 점점 이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떠받들던 국가(당)의 비인간성과,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게 된다. 이런 비즐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드라이만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브레히트의 시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빅브라더(Big Brother)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함께 떠오른다. 특히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사랑은 《1984》 속 윈스턴과 줄리아의 절망적이고도 진실한 사랑과 닮았다.

그런데 왜 하필 사랑일까?

이론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전체주의 사회에서, 오로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과 의지로 움직이는 사랑이야말로 완벽한 체제를 위협하는 치명적 요소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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