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베르 씨, 시가 왜 이렇게 재미있어요?

에필로그

by 시를아는아이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닫은 문

누군가 앉은 의자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문 과일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군가 연 문

누군가 아직 달리고 있는 길

누군가 건너지르는 숲

누군가 몸을 던지는 강물

누군가 죽은 병원

―J. 프레베르(김화영 옮김), 〈메시지〉


자크 프레베르의 번역본 시집을 읽으며 뒤늦게 기억났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 교과서 부록에서였다.

입시를 위해 제2 외국어로 배운 언어라서 예나 지금이나 필자의 프랑스어 실력이란 게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배운 외국어의 영향력은 어마무시해서, 지금도 필자는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보다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더 큰 편이다. 특히 “정확하지 않은 것은 프랑스어가 아니다(Ce qui n’est pas clair n’est pas Français.)”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자국어와 문학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은 퍽 인상적이었다.

그런 프랑스어라 교과서의 부록에 실을 만한 문학 작품도 차고 넘쳤을 텐데, 마침 프레베르의 저 시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일단 모르는 단어부터 사전으로 확인한 후 같은 문장 형식이 반복되는 시행을 끝까지 다 읽었지만 웬걸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부록에 실린 작품이라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께 질문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그렇게 덮어 두고 잊혀졌던 듯하다.

만일 그때 마침 옆에 프랑스어의 ‘일타 강사’ 같은 신통방통한 선생님이 있어서 이렇게 콕 집어 설명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시는 시인이자 영화인이기도 했던 프레베르가 영화 기법을 시에 활용한 독특한 작품이야. 단순히 단어나 문장만 해석하지 말고 읽으면서 영화를 보듯이 떠오르는 장면과 장면을 연결해서 어떤 이야기를 한번 상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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