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영화 <닥터 지바고>(데이비드 린/1965)는 어린 지바고 어머니의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관이 황량한 들판에 묻히고, 그 죽음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한 눈빛의 어린 지바고는, 눈을 들어 멀리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키 큰 자작나무들을 바라본다.
이 장면뿐 아니라 자작나무는 영화 곳곳에 배경으로 등장한다. 실제 러시아에서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를 무대로 한 영화에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오래전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원작 소설(보리스 파스테르나크/1957)을 읽은 적이 있다. 다음번에는 러시아의 자연을 담은 시적인 문장을 충분히 느끼며 천천히 이 소설을 다시 읽어 보고 싶다. 물론 노란 햇살 속에 맑은 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 오후에 첫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