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

나만의 인생 사전

by 시를아는아이

비 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 내가 사랑하고 또 고마워하는 그림.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1830~1903)의 <비 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이라는 작품이 있다. 2009년 1월에서 3월 사이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회(‘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에서 직접 본 작품이기도 하다.

그 당시 나는, 조금은 버거운 업무에 지친 데다가 작은 수술까지 하고 며칠 입원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던 ‘회복기 환자’였다.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에 갑작스레 수술을 받고, 처음으로 병원 신세까지 지고 난 이후라 스스로 약간은 의기소침해 있던 시기였다. 한편으로 나는 어떤 변화를 무의식적으로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기온이 제법 올라 대기 중에 습기가 가득한 가운데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 2월의 어느 흐린 날이었다. 발길 가는 대로 전시장을 거닐다가 나는 문득 저 <비 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 앞에 섰다.

마침 전시장 밖의 날씨처럼 비 오는 날의 파리 풍경이었다. 나는 작품 주위를 한참 동안 서성이며 그림 속 정취를 호흡했다. 하늘과 진초록 나무들을 보는 동안, 놀랍게도 내 마음속에 맺혔던 어떤 것이 비에 젖은 눈처럼 천천히 녹아내리고, 잊었던 삶의 의욕이 푸르게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인연으로 피사로의 <비 오는 날의 튈르리 정원>은 내가 사랑하고 또 고마워하는 그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또한 내게 더없이 고마운 사람들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