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생 사전
●모래밭: 어린 시절의 하얀 바다.
어른들은 동네 앞 하얗고 드넓은 모래밭을 ‘갱분’이라고 불렀다. 갱분은 사투리로 ‘강변’(‘바다’의 경남 방언이라고도 함.)을 가리켰는데, 긴 활과 같은 곡선을 그리며 멀리 지나가는 황강 옆 방천(防川)에 잇닿아 있어서 그렇게 불렀던 듯하다.
갱분은 우리 동네 여름철 놀이터이자, 작업장 그리고 목장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모래밭 위에 선을 그어 야구나 이런저런 놀이를 하거나 어른들을 도와 목골(왕골)을 말리기도 하고, 소들을 포플러 나무와 풀들이 듬성듬성한 갱분 주변에 풀어놓기도 했다.
한여름 바야흐로 뜨겁게 달구어진 땡볕 아래 목골 널러 갈 때 갱분의 모래는 숯불처럼 타올라 발밑에 쩍쩍 들러붙었지만, 해 질 무렵에는 어느새 적당히 따뜻하게 식어 있고는 했다.
이윽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여 풀어놓았던 소들을 다시 데리고 집으로 향하던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잠시 듬성듬성 풀이 난 갱분 가운데 풀밭에 잠시 풀어 두고, 붉은 노을이 서서히 잿빛으로 다 스러질 때까지 계속 놀고는 했다.
그러다가 서서히 땀이 식어갈 무렵, 갑작스런 허기와 함께 하루 종일 까맣게 잊었던 집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이제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각자 집으로 갈 때가 된 것이다.
보드랍게 파이며, 걸어가는 두 발을 감싸는 서늘한 모래알들의 감촉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