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닌 섬
예전에는 한국에서 영어 학원을 다니면 계 모임이 하나씩 생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한 민족의 성향이나 집단적 무의식이 갑자기 변하기는 어려운지라 그런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다른 학원보다 특별히 ‘영어’ 학원이 더 모임이 활발한 것은 수업의 특성도 있지 않았을까. 주구장창 엉덩이 붙이고 지식을 주입하던 다른 수업에 비해서 영어 수업, 특히 원어민이 하는 회화 수업만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무엇보다 영어 회화 시간에는 아무리 과묵한(?) 경상도 학생이라도 아예 입을 닫고 있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시간에는 아무리 조용한 사람이라도 어색하지만 강사 혹은 옆사람과 한두 마디라도 말을 섞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끼리는 친해지거나 친한 척이라도 수밖에 없다. 더 발전해서, 커피나 술이라도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관계라면 수업 시간이 한결 즐거워진다.
이건 남 얘기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내 얘기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조용한 아웃사이더로 지내던 나도 마냥 ‘섬’으로만 지낼 수 없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