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섬 아닌 섬

by 시를아는아이

우연이기는 하지만 내가 동아문화센터를 선택한 것은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인천 부평 쪽에서 비교적 여의도로 접근하기가 쉽다는 점도 있었던 듯하다. 그런 이유인지 수강생 중에는 인천, 부천 멀리는 강화도까지 수도권 서부 지역에 살던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가끔 토요일 모교에서 멀리 개봉동까지 가는 30번 버스를 타고 여의도를 지나친 적은 있었지만, 일부러 찾은 것은 그날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아직 여의도 공원은 공사중이었고, 물론 9호선은 생기기 훨씬 전이었다.
아직도 쌀쌀한 꽃샘추위가 남아있던 그해 3월 지하철 5호선 지상 출구로 나온 나를 맞아 준 것은 아, 차갑고 거센 바람이었다! 여의도가 강가에 있어서 그런가? 아니, 그런데 바람은 고려증권이나 대신증권같이 우뚝한 빌딩 사이로 지날 때 유난히 거센 것 같았다. 뒤늦게 알았지만 이른바 빌딩풍이었다.
느닷없는 빌딩풍을 지나면 길을 하나 건너고 나면, 다시 200m가량 되는 여의도 지하 차도를 통과해야 했다. 플라스틱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지하 차도 옆 인도는 쉴새없이 달리는 차들로 인해 또 매서운 바람이 쌩쌩 불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어서, 미국 시카고시는 별명이 ‘윈디 시티(windy city)’라고 했던가? 그날, ‘바람’ 많던 여의도가 꼭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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