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섬 아닌 섬

by 시를아는아이

1997년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이 아니었다면 굳이 내가 여의도에 갈 일은 없었을 듯하다. 외환위기, IMF, 구제금융…. 갑자기 낯선 경제 용어들이 뉴스에서 쏟아졌다.
1988년 올림픽부터 그때까지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아름다운 시절’를 누리던 대한민국에 경제 위기와 대량 실업과 같은 상황은 처음 경험하는 세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위기가 오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젊은 세대다. 마침 나는 다음해 곧바로 졸업반이었다. 1995년 제대 후 반 년을 고향에서 뒤늦은 사춘기 같은 좌충우돌 시절을 보내고, 복학해서 겨우 시나 번역 쪽으로 길을 찾고 있던 때였다. 대학 시절 내내 아웃사이더라서 자세한 사정은 몰랐지만, 이미 어떤 동기들은 신춘 문예에 당선되기도 하고, 언론사 시험에 합격한 친구도 있었다.
“길을 찾는 동안은 방황하기 마련”(괴테)이라지만 아직 젊은 생각으로도 스스로 너무 사회에 나갈 준비가 안 된 듯했다. 그리고 세상은 태어나 처음 겪어 보는 ‘난세’가 아닌가….
그 무렵 우연히 동아일보에서 발견한 것이 부설 동아문화센터에서 개설한 관광통역가이드 양성 과정이었다. 물론 동아문화센터는 생뚱맞게도(?) 광화문이 아닌 여의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