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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푸레나무 식탁 Jan 03. 2022

코로나19 확진기

Ep03 - 의문

12월 31일 새벽 7시. 

확진이면 새벽같이 전화가 온다고 들었는데. 전화가 오지 않는다.

혹시 전화가 올까 깊게 자지 못하고 30분 만에 한 번씩 깼다.

음성인가? 음성이구나! 7시가 넘도록 아무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어.


아직 코막힘으로 인한 두 통은 여전하지만 열도 어제보다 많이 내려가 있었다. 희망 회로를 굴리며, 그래 이건 그냥 감기 몸살이야, 열도 바로 내렸잖아. 이제 음성 문자만 오면 되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문자가 오지 않는다.    

 

오전 8시 40분.

남편과 딸은 음성이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다행이다. 이제 나만 오면 되는데...

9시.. 열 시.. 보건소에 몇 번을 전화 해도 검사 중이라는 말만 들을 뿐.     


인터넷엔 새벽에 전화가 오면 양성이다, 오후에 오면 음성이다. 아니다 재검을 하면 늦어져서 양성이면 오후에 전화가 온다. 온갖 정보가 난무한 가운데, 나의 검사 결과는 이제나 올지 저제나 올지 받지도 않는 보건소 전화를 하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한 참을 기다려 이제 기다리는 것도 지쳐, 에라 모르겠다, 싶었더니 02로 찍히는 번호가 왔다. 올 것이 왔구나.

오후 2시 45분.

“양성이십니다” ...드디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현재 상태를 묻고, 역학조사관이 전화할 때까지 동선 체크를 해달라 했다.

이미 금요일 오후 세시를 향해가고, 내일부터는 연휴라, 오늘 안에 일이 처리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업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바로 연락을 할 테니, 추후 격리 여부와 상황 안내를 바로 부탁드렸다. 아이가 백신을 맞지 않아 격리일도 길어질 테니 최대한 빨리 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최근 확진자가 포화 상태라 모든 조치가 나오기 전에 일단 대기해야 한다며 연락 올 때까지 일단 자택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격리하고 있으라는 답변을 들었다.     


아직 미열이 있고, 코막힘 두통으로 머리가 깨질 것 같긴 하지만 나와 접촉한 아이들도 오늘 안으로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쑤시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로 문자를 넣었다. 코로나 확진으로 해당 기간에 수업한 아이들은 PCR 검사를 바란다는 말을 보내며 누구도 비난하지 않지만 죄인이 된 참담한 심정이 되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보건소에서 전화가 가려면 다음 주는 될 것 같아, 다녀온 헬스장과 미용실에도 코로나 커밍 아웃을 하고, 조치를 바란다고 통화를 하고 나니 그때부터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건소는 계속 통화 중이고, 학생들도 답답하니 자가격리 여부와 추후 일정  문의에 대한 답을 일일이 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다 져 있었다.

헉, 보건소 문 닫는 시간인데,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일단 오늘 밤에도, 타이레놀과 코막힘 약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가족 중에 확진이 있는 경우, 공간 분리되어 있어도 재택치료 중이면 남편, 딸 모두 자가격리해야 해서 아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더 아프거나, 위급 상황이어도 우린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119에 전화해도 보건소 연락이 우선이라 하니, 그저 오늘 밤에도 집에 있는 약으로 버틸 정도의 통증이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코로나19 상황으로 보면 어젯밤 자가진단 키트 양성 반응이 나온 후부터 최소 오늘내일까지가 발열과 코막힘, 두통이 극도에 달한 치료의 골든타임일 거라 예상되는데, 이 중요한 시기에 보건소와는 연락이 안 되고, 가족들은 아무도 외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증상이 심하고 가족도 없는 환자는 이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하나  의문이 생긴다.

 

코로나 환자는 확진과 함께 치료의 골든타임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혼자 고통과 싸우며, 확진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홀로 고군분투하며 여기저기 전염병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가 되어버린다.     


21년 한 해의 마지막 밤.

오늘을 위해 모둠회도 주문하고, 샴페인도 따려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고.

우리는 집에서 KF94 마스크를 낀 채, 각자의 방에서 22년 카운트 다운을 영상통화로 함께 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아듀 2021년!  너를 잊을 수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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