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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웨이

응. 치앙마이

by MOON제이

제주도에 온 지 3년 차.

남양주에 살던 2학년 남매둥이와 제주도로 이주할 것을 하루 만에 결심했듯, 나의 결심은 언제나 즉흥적이고 어렵지 않았다.

내 아이들은 참 많이 나를 닮았고, 신기할 만큼 신랑을 닮았기에 나는 독박육아의 기대감이 두려움보다 커서 일까…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의 육아는 행복의 연속이었다.

아이를 좋아하는 내가 둘이나!

한 번에!

그것도!

남매 쌍둥이라니... 더 착하게 살고 모든 것에 감사한 시간들이다.


물론, 열두 살이 된 지금은..

나와 참 다르 다른 것을…

새로운 존재, 즉 타인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 집은 날마다 사춘기 대환장파티지만, 이번 치앙마이행 결정을 하는 데에는 5분남짓 치앙마이의 서머캠프 소개 영상으로 충분했다.


5분 동안 나를 홀린 세 가지 요소를 전부 찾았기 때문이다.


말 귀를 잘 알아들을 때쯤부터 매년 다른 나라 한 달 살기를 결심했고, 7살 필리핀 막탄을 시작으로, 8살에는 베트남 냐짱을, 펜데믹으롤 멈추게 되자 그 해 바로 제주도로.

그리고 어느덧 12살! 태국 치앙마이 까지..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어쩌다 동남아행만 하고 있지만, 뭐. 충분하다.


금전이 넉넉해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보다 잡다하게 아는 것과 본 것은 많아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기회가 와도 겁을 내는 사람한테 새로운 도전은 재밌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은 제주도 와서 참 많이 느끼며 사는데, 지구여행은 나에게 더없이 흥미로운 일이다.

나의 독박여행은 < 혼자만의 여가시간 확보, 아이들의 새로운 도전, 생활비의 1.5배>라는 세 가지 조건으로 계획한다.


우연히 본 한 편의 동영상은 나의 쌍둥이 중 첫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과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있었으며,

오전 9시부터 3시까지 나에게 선물하는 여유시간은 넘칠 만큼 충분하게 주고 있었다.

캠프비용 또한 두 명이니 두 배를 계산해도 방콕에 한 명 보내는 것보다도 저렴하다! 물론 방콕은 더 좋은 컨디션이겠지만 나는 로컬을 사랑한다는 핑계를 대기 좋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망고와 내가 좋아하는 아시아 음식들은 자칫 무리될 수 있는 생활비에 무리가 가지 않는 혜자스러운 가격!

안 갈 이유가 없다.


6월에 밤새도록 연구하고 수업해서 열심히 일 한 금일봉은 치앙마이에 가라고 만들어 준 돈인가 싶을 만큼…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쌓아놓은 돈 없는 즉,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외벌이 (가끔 엄마알바)

육지에는 전세, 제주도에서는 방 한 칸짜리 연세 사는 사람이 여행 갈 돈이 있을까 싶은데...

역시나 나도 따로 모아둔 여행비는 없다.


그러나 갈 수는 있다!

좋은 기회에 열심히 일해서 받은 금일봉(백오십만 원쯤…)은 브런치 글쓰기를 위한 중고아이패드와 여행 중 생활비로,

비행기와 숙소는 카드 3~5개월 할부 찬스!

아이들 캠프 비용은 가장 적게 손해 본 주식 팔아! (지금 다 손해임)

누군가는 내가 돈이 많나 싶을 수도 있고,

내 사정을 알면 한심하다 할 수 도 있겠지만…

운동은 시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빼두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운동만큼이나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선택했다면 추억을 사느라 빼 둔 시간의 할부를 갚아가면 된다.

돌아와서 그만큼 아껴 쓰리라.’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내 현재시점에 예산을 맞춰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더 좋은 곳에 못 가는 아쉬움과 불만이 없다.

사업가로 변신해 매달 변동되는 벌이에 어렵사리 생활비를 맞춰주는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무리하면 독이 될 뿐이다.

만약 당신이 여행의 수많은 머뭇거림 앞에서 서있다면, 이 브런치는 과감하게 스카이스캐너를 돌려도 괜찮다는 용기를 배달할 것이다.

긍정의 마음먹기가 중요할 뿐, 살아보니 많은 것들이 생각보다 별 거 아니였다.

그냥 지금, 이 시간, 내 아이들의 사춘기 입학에 맞춰 여행을 계획했고, 엄마를 의지하고 따라와 주는 순종이 미약하게 남아있을 보통날,

오늘의 여행을 기록한다.


준비가 완벽히 됐을 때는 이미 늦었거나,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미룰 일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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