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짧지만 길던 지난날 쌓은 추억이 한가득 있는 그 자리로 돌아가
등산을 갔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산 문턱에서 시작한 내 발걸음은
어느새 조금씩 정상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가
정상에 남을 수 없다면 지금 내 시간과 땀을 흘리며 걸어 올라가는
이 노력의 대가는 무엇인가
잠시의 만족감을 위해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희생할 것인가
나는 진정, 무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과거를 놔주고 싶었다
내 앞에 앞장서 내가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 뒤에서 내가 가장 힘들고 고독할 때 나를 지탱해주길 바랐다
끊임없이 움직이는이 현재에서 함께 달려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어져버린 꿈이었다
마음의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라도 끊임없이 무언갈 하지 않으면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았기에
무너질 틈을 줄 여유가 없었기에
하지만 이제는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을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생각했기에
내가 잠시 멈출 수 있게 쉬고 싶었다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싶었다
그저 난,
울고 싶었다
여전히 발걸음을 옮기며
저 위를 올라가면 무언가 보이지 않을까
무언가 들리지 않을까
무언가 깨닫게 되지 않을까 - 라는 작은 기대를 안고서
말없이, 그저 묵묵히 쉬지 않고 걸어나갔다
함께 걸을 땐 네가 나의 동행자였다면
지금은 바람, 햇빛, 나무가 나의 동행자가 되어
말 없는 소통을 이어나갔다, 묵묵히
이른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버스를 타면
다음 정거장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같이 등교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했다
교복 입은 그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아침에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등교하는 게
마음의 아쉬움으로 남는 소원이고는 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창문으로 비친
컵라면 하나 들고 하하 호호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도,
저녁에 도서관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혹은 내 초등학교 친구의 말에 의하면 공부를 포기한) 그들의 모습도,
아주 작은, 작은 것들이 참 부럽고는 했었다
저녁마다 한강에서 자전거로 한 바퀴를 돌 때
나를 향해오는 바람을 헤쳐나가며 자전거 길을 따라 달려 나갈 때
매일 하루를 이렇게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잠시나마 여유로운 행복에 흠뻑 젖고는 했었는데
그렇게 난 결국 정상에 도착했고
“이제는 바래진 우리의 봄날
그리다 그리다가 번져 수없이 다시 그리고”
결정을 내린 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길이 되어버렸기에
다시 한 번 돌아가 본 적이 있다
결정을 내리기 전보다 바글바글 사람 냄새가 나서 그랬는지
왠지 모를 반가움과 아쉬움이라 부르기에는 마음이 아픈 따스함이 다가왔다
학교 안 한 빵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앉아있던 그 시간
행복도 잠시, 난 아쉬움이 고스란히 남은 내 마음을 달래기에 바빴다
그렇게 추억과 이별을 고하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문득 네가 물은 질문이 생각이 났다
지난 날들 이곳에 몸담아 온 시간 동안
내가, 네가 쌓은 많은 추억들은
그건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냐는 -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난 우리의 봄날에 다가온 계절이
무색하게 난 다시 봄을 그린다”
지난날 너와 내가, 그리고 오늘날 나와 네가
하나하나 쌓아온 추억들이
그 추억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냐는 -
결국 난 하늘만 바라보다 걸어왔던 길 그대로 다시 내려가
그 추억들도 내게 참 소중하기에
너와 내가 짧지만 길던 지난날 쌓은 추억이 한가득 있는 내 자리로
그 자리로 돌아가 난 다시
봄을 그리다
2012.03.23
"선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나이 들어 가장 후회될 땐 잘못된 선택을 되돌아볼 때가 아니라
그때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 때다"
Reference. 건투를 빈다, 김어준
Reference. "봄을 그리다," 어반 자카파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