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로 걸어가기를 바라
몇 달 전 학교를 방문했을 때
3학년 1학기를 끝낸 후배 중에
우리 학교에서 가장 어렵고 또 가장 취업도 잘된다는
전기공학 컴퓨터과학과를 전공하는 후배를 만났어
근데 졸업만 하면 거의 보장되는 취업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을 놓고 고민하고 있더라
“바꾸고 싶은 전공은 있어?”
“컴퓨터공학이요”
“그거 일시적인 마음일 수도 있어
뭐든 일이 되면 즐거움에서 부담으로 바뀌기 마련이니까”
“그럴 수도 있죠
근데 학기마다 수업을 하나씩 들었는데
더 재밌는 거 같아요
어렵지만 더 즐거워요”
그렇다면 나는 너의 결정을
전적으로 응원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
“근데 벌써 3학년이 반이나 끝났는데
지금 전공을 바꾸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1년이나 2년이 더 걸린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해야죠
의미 있는 투자이니까”
의미 있는 투자
의미 있는 투자라
“그래, 그런 마음이라면 네 결정을 전적으로 응원한다
어느 길로 가도 너는 잘 해낼 거야”
그리고 며칠 전 한 모임에서
신입생이 들어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다
“전공이 뭐예요?”
“기계공학이요”
“우와, 전공을 어떻게 정했어요?”
“아, 점수 맞춰서 가느라”
“아, 그렇죠
그게 중요하죠”
“취업도 잘 된다 해서요”
“아, 그럼
그것도 중요하죠”
조금 슬퍼졌어
가고 싶은 과에 가서 배우고 싶은 공부를 하고
졸업 후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
언제부터 사치가 되었던 걸까
“1년이나 2년이 더 걸린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해야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데
그 정도 희생도 없다면
너무 쉽게 가려는 거 아닌가요”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가야 하는 길을 놓고 네가 고민할 때
물론 확률이나, 대가나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다 넘길 수 있는 건 없지만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꿈을 위해
확률을 놓고 계산하기 이전에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마음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하는 일을
그 길로 걸어가기를 바라
기도할게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