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잘라낼 부분은 잘라내고, 새로 갈아 끼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대학에 들어가면서 입학 선물로 받은 노트북이
여전히 빠른 속도를 자랑하고 있기에
5년째 별 탈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노트북은 별 탈이 없이 잘 있지만
말썽을 부리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충전기이다
당시 강의실이며 도서관이며 왔다 갔다 너무 막 사용한지라
노트북을 산지 일 년 만에 코드 끝부분이 끊어져서 다시 주문하고
이번에는 좀 더 조심히 사용해야지 하고 사용했는데
겉으로 보기엔 끊어진 부분도 없이
갑자기 어느 날부터 충전 연결이 잘 안 되기 시작하더니
이래 꼽고, 저래 꼽고 수명을 연장하던 시간도 끝이 나고
결국엔 퍽! 소리와 함께 더는 불이 안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미루고 미루던 걸음을 옮겨
A/S 센터에서 고장 난 부분을 확인하고 새로 주문을 해 어댑터를 갈아 끼워 주니
언제 충전이 안됐냐는 듯 불이 쑥 들어오면서
바로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새로 갈아 끼운 건 어댑터뿐인데
바로 초록 불이 들어오는 모습에
마치 노트북을 통째로 새로 산 것처럼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서 사용하던 지난날들은 모두 흘려보내고
이제는 한 번에 꼽으면 바로 쑥 들어오는
살다 보면 이 부분, 저 부분 고장 날 때가 있고
끊어질 때가 있고, 찢어질 때가 있고, 부서질 때가 있지만
그 부분을 도려내고 고쳐 새로 끼워 넣으면
어느새 또다시 제대로 작동을 하는
이렇게 편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새로 갈아 끼울걸 그랬다
어쩌면 삶도 그렇지 않은가
끊어지고, 찢어지고, 부서졌는데도
그저 그냥 붙들고 계속 살아가는 것들
고장 난 부분은 도려내고 새것으로 끼우면 될 것을
여러 가지 이유로 그저 부둥켜안은 채 계속 끌고 가는 것을
삶에 있어서도, 마음에 있어서도
때로는 잘라낼 부분은 잘라내고
새로 갈아 끼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게 다시 새것처럼 사용해야 함을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