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던 그 시절의 넌
참 행복해 보였어

네 글에서도 네가 행복해 보였고, 네 글을 읽는 우리도 참 행복했고

by 일요일은 쉽니다


“짧은 인생 앞으로 쭉 뻗은, 정해져 있던 길을 걷다가

그렇게 차례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이대로 쭉 회사를 다니다가, 차례대로 승진하고, 경력을 쌓고 하면 되는 거겠지만


모르겠어, 지금은 길을 잃은 것 같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그래도 나는 늘 네가 작가가 될거라 생각했는데”


“작가?”


“응, 작가

네가 매주 네 생각을 툭, 툭 적어 올리던걸

한 주간 기다렸다가 읽고, 또 한 주간 기다렸다가 읽고

그래서 그때 내가 맨날 그랬었잖아

나중에 책 내면 내가 달려가서 제일 먼저 사겠다고”


부족한 실력으로 한 자 한 자 적던 내 마음을

누군가 기다리며 읽어주었었구나



“근데 너, 대학 마지막 해에 졸업반이 된 후로

그 이후부터 더는 글을 안 올렸잖아

얼마나 허전하고 괜히 섭섭했는지

워낙 바빠지고 정신없어져서 그런 거겠지만…”


“그러게…

우리는 뭐가 그렇게 바쁘고 정신 없었던 걸까?”


“내가 네가 아니라서 다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던 그 시절의 네가 참 행복해 보였어

네 글에서도 네가 행복해 보였고

네 글을 읽는 우리도 참 행복했고”


“그렇게 생각해주었다면 고맙네…”


“답은 회사나 학교가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네가 어떤 일을 하고 싶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이지

질문이 더 커지고 넓어지고 무거워지니까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거고

그래서 답이 딱 회사나 학교로 안 떨어지는 거고

인생이 사다리 타기로 정리될 게임이었으면 쉬웠겠지만

우리는 객관식으로 찍을 수 없는 주관식 시험지를 풀고 있잖아, 그치?”


“응”



“희원아, 나는 네가

네가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

그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고

불투명하고 불안해 보이는 길이더라도


나는 네가

그 시절의 너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어”


고마워

그날, 너랑 밥을 먹으면서

상상도 못 한 위로와 응원을 받아서

그 시절, 그저 끄적끄적 올리던 내 글을

기다리고 좋아해 줬다고 말해줘서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음이 되게 따뜻해졌었어


좋은 소식 있으면

꼭 책 들고 찾아가마

그때까지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웃는 얼굴로 곧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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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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