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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Oct 15. 2016

어디를 가도, 어디에 있어도

그런 나를 마주하게 된다, 다시 너를 찾게 된다



얼마 전에 친구를 보러

멀리 기차 여행을 다녀왔어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인데

프랑스에서 공부하다 이번 학기에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왔거든

그래서 기차를 타고 서울을 떠나 친구가 있는 곳으로 다녀왔는데

널 보러 돌아간 미국 여행 이후로,

그리고 그다음 해에 한 번 더 그곳으로 떠난 이별 여행 이후로

누군가를 만나러 간 가장 먼 거리가 아닌가 싶다


기차를 타고 한 시간쯤 갔나

그리 먼 곳은 아닌데 처음 가보는 곳이었어

고맙게 역까지 나를 데리러 온 친구와 만나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또 가보라고 사람들이 추천한 곳들을 찾아 구경하고

그렇게 오후의 반을 보내고는 너무 늦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캠퍼스로 걸음을 옮겼지

요즘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이유거든

학교로 돌아가는 일


넓더라, 확실히 서울에 있는 대학들과는 다르게 널찍널찍했어

초록도 많고 파랑도 많아서 그런가 되게 평온해 보였어

그래서 덩달아 내 마음도 편안해지더라

정문을 통과해 캠퍼스를 쭉 걸어 올라가면서

우리 캠퍼스와는 또 다른 느낌에 신기해하고 있는데

근데 그때 말이야



운동장 위에서 축구, 또 농구를 하는 친구들을 지나

살짝 경사가 진 언덕을 올라가니

캠퍼스 한 반쯤 접어든 거였을까

정말 너무 예쁜 거야,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이

마치 마법같이, 혹은 거짓말같이

딱 그 언덕을 오른 후 펼쳐진 그림은

그 절반을 지나기까지 그 이전의 캠퍼스와는 다른 느낌이었어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그 순간 딱 동화책을 펼친 듯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것 같았거든

그 언덕을 하나 올라왔을 뿐인데

왜 축구장을 지나 언덕을 오른 후

그 순간부터 이곳에 마음을 뺏겼냐 묻는다면

가장 쉬운 대답은 아마


떠나온 그곳이 떠올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


앞에서 보았던 회색빛의 세련된 건물들과는 다르게

더 깊숙이 들어와 발견하게 된 이곳은

낮은 건물들과 붉은색 벽돌, 좁은 차선과 그 옆으로 지나다니는 자전거,

군데군데 놓인 벤치며, 잔디며, 나무며, 걸어 다니는 학생들이며

그 무엇 하나 바꿀 거 없이 정말

그때 그 시절 그대로 돌아간 거 같아서

그리움의 대상을 이곳에 그대로 재연해놓은 것 같아서



그렇게 그 순간 그 공간이

마음을 툭 하고 치는 것 같더니

이내 깊숙이 그대로 내려앉더라고,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한 번의 오후를 보내면 충분히 담고 올 수 있겠지 했는데

그때로 되돌려놓은 듯한 그곳에서 마음이 그대로 내려 앉아버려서


그곳에 머무르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돌아가고 싶었나 봐

그때 그 시절의 우리로

그때 그 시절의 나로


있잖아

결국 어느 시간 속에서, 어느 공간에 가든

이대로 머무르고 싶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낯선 곳이든, 익숙한 곳이든

함께했던 곳이든, 처음 와보는 곳이든

결국에는



어디를 가도

어디에 있어도

너와 함께였던 흔적을 찾고

그 흔적에 미소 짓게 되는


그런 나를

마주하게 된다


다시 너를

찾게 된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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