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있잖아요

있잖아요, 그 열여덟 번째

18. 일꾼, 브살렐과 오홀리압에 대하여

by 일요일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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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얼마 전까지 출애굽기를 묵상했어요.

주 내용인 이스라엘의 출애굽 사건이나 당시 그들을 이끌었던 모세나

워낙 유명하고, 설교 말씀 때 많이 들어봤고, 또 성경통독을 하면서 본문 자체도 여러 번 읽어봤으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거라는 기대보다는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자는 다짐으로 읽었죠.

근데 분명 여러 번 듣고 읽은 말씀인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이전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구절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요번에 출애굽기를 묵상하며 그랬던 대표적인 예가

바로 31장과 35장에 나오는 브살렐과 오홀리압에 대한 말씀이었어요. 오늘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해요.


하나님의 말씀대로 요셉의 시대의 사람들이 다 잊혀진 후 이스라엘 민족은 애굽에서 고난을 겪고,

하나님은 모세라는 인물을 통해 그들을 출애굽 시키실 계획을 펼치시죠.

열 가지 재앙의 끝에서야 비로소 바로가 백성을 보내주고,

홍해를 건너는 기적을 경험한 후 그들은 광야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이스라엘의 중보자로 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모든 율례와 법도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해주십니다.

그러고 이제 25장부터 성소를 건축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시는데 부분 부분 아주 자세하게 지시하시죠.

그러고 뒤따라 31장에서 성막과 기타 시설과 도구를 만들 일꾼들을 세우시는 오늘의 부분이 나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내가 유다 지파 훌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인 브살렐을 지명하여 부르고

하나님의 영을 그에게 충만하게 하여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재주로

정교한 일을 연구하여 금과 은과 놋으로 만들게 하며

보석을 깎아 물리며 여러 가지 기술로 나무를 새겨 만들게 하리라


내가 또 단 지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을 세워 그와 함께 하게 하며

지혜로운 마음이 있는 모든 자에게 내가 지혜를 주어 그들이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을 다 만들게 할지니

곧 회막과 증거궤와 그 위의 속죄소와 회막의 모든 기구와

상과 그 기구와 순금 등잔대와 그 모든 기구와 분향단과

번제단과 그 모든 기구와 물두멍과 그 받침과

제사직을 행할 때에 입는 정교하게 짠 의복 곧 제사장 아론의 성의와 그의 아들들의 옷과

관유와 성소의 향기로운 향이라

무릇 내가 네게 명령한 대로 그들이 만들지니라”

출애굽기 31:1-11


요번에 다시 출애굽기를 묵상할 때 바로 이 부분의 브살렐과 오홀리압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하나님은 일을 지시한 것에서 그치지 않으시고

그걸 행하는 데 필요한 예물들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시며 (출애굽기 36:5-7)

무엇보다 필요한 일에 필요한 사람을 불러 명확하게 사명을 주신 것이죠.

누구보다 우리를 깊이, 자세히 아시는 하나님은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불러 세우시고는 그 위에 하나님의 능력을 더욱 부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주석에 이렇게 쓰여있더라고요.


“신약 시대 교회도 할 일은 여러 가지이며, 그것들은 일꾼을 기다리고 있다.”


몇 달 전에도 한 번 나누었지만, 선교를 놓고 계속 고민하고 기도하고 있었거든요.

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실 일이겠지만, 사람인지라 많은 것들이 마음에 계속 걸렸어요.

그곳을 떠나 온 지가 오래되어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과 가족과 또 한 번 떨어져야 하는 것.

가면 어디서 어떻게 지낼 것이며 서울에 남는다면 생각할 필요가 없을 추가로 들어갈 비용과 수고.

또 드디어 좋은 공동체를 찾아 새로운 친구들과도 친해졌는데 또 한 번 떠나야 한다는 부담.

스펙과 관련 없어 보이는 선교의 길을 택할 때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손해 보는 것은 아닌지,

글을 쓰는 것과는 어떻게 타협을 할 것인지, 기타 등등

떠나려고 하니까 고민되는 사안들이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한마디로 이제 좀 정착해서 안정적으로 지내려나 싶으니까

이 모든 걸 두고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모든 걸 새롭게 쏟아부어야 하는 그곳으로 갈 용기가 있는가,

또 마음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던 거 같아요.

게다가 작년 말에 중국에 선교사로 나가 있는 친구를 방문하고 왔기에 선교사의 삶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고 체험한 것이 있었고, 그래서 그 삶이 녹록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거든요.

때로는 짐 싸고 다시 떠나고 싶을 만큼 일이 힘들고 고될 때도 있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것인가.

과연 나는 정말 갈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


인생에 대한 길, 방향, 또는 답을 찾을 때 (이런 종교적인 성향을 띄는 문제에 있어서)

제일 먼저 말씀을 의뢰하지는 않았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하나님의 뜻은 당연히 신학을 공부하고 당연히 선교를 나가고

당연히 제자 삼고 당연히 개척하고 당연히 그런 거겠지.

마치 학생이 엄마한테 공부할까 놀러 갈까 물어보면 당연히 공부를 권하실 것처럼,

나는 그런 당연한 답 (당연한 답이 당연한 답임에는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고

조금 더 확실한 사인 (sign) 이 필요해, 그런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묵상은 하되 이 고민의 답을 놓고 말씀에서 찾을 거란 생각은 안 하고 있었죠.


근데 그 무렵, 이미 익숙하고 친숙하다 생각한 출애굽기에서

브살렐과 오홀리압에 대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 거예요.


“내가 유다 지파 훌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인 브살렐을 지명하여 부르고…

내가 또 단 지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을 세워 그와 함께 하게 하며…”


아… 빼도 박도 못하겠는 답이더라고요.

이미 작년 말에 한차례 마태복음 28장 18절에서 20절 말씀을 주셨었는데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그건 너무 포괄적인 말씀이 아닌가 하고 다시 고민이 될 즈음에

출애굽기의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보여주신 거죠.


“무릇 너희 중 마음이 지혜로운 자는 와서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것을 다 만들지니”

출애굽기 35:10


아, 가라고 하시는구나.

나를 그곳에 보내고 싶으시구나.


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던 저만의 브살렐과 오홀리압이 있었어요.

한 명은 작년에도 나눴었던 중국에 선교사로 나간 친구예요.

법조계에 종사하고 싶은 비전을 가지고 로스쿨 진학을 목표하고 있는데

남들은 졸업하고 바로 시험 준비하고 원서 준비할 때 졸업 직후 이 친구가 가장 먼저 택한 것은 선교였어요.

가장 귀한 청년의 때에 내가 적어도 일이 년은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로펌에 취직해 필요한 재정을 모으고 예정되어있던 스케줄에 따라 선교행에 올라탔죠.

연봉을 인상해주겠다는 것 및 여러 가지 제안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타협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 내려놓고 미국에서부터 지구 반대편에 중국으로 갔어요.

그러고는 처음에 일 년을 지내겠다 한 것과 달리 오히려 한해를 더 남기로 하면서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몸은 힘들지라도 이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나의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내가 백 년을 선교해도 나는 여전히 하나님께 빚진 사람이다.


또 한 명은 작년에 만난 친구예요.

장교라서 주 중에는 부대에 있고 주말에 집으로 오고 하는데

그 친구랑 대화를 나누면서 참 도전이 되었던 부분은

그 바쁘고 지칠 한주 가운데에서도 계속해서 사역의 끈을 이어가는 모습이었어요.

교회에서 고등부 담임을 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대학을 가게 됐지만

대학 시절 내내 방학마다 돌아와 고등부를 섬긴 것과,

또 군에 있는 지금도 매주 주말은 고등부 사역에 헌신하는 것.

회사 다니던 때만 생각해봐도 한 주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주일은 교회에서 보내니 토요일만큼은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 무언가 할 엄두를 못 냈는데,

똑같이 바쁜 상황에서도 여유가 있거나 한가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있고 뜻이 있어서 피곤하고 지치지만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

그날 대화하면서 그 친구가 했던 말 중에 마음에 오래 남았던 말이

고등부 담임을 하면서 한 가지 꼭 지키려고 하는 게 있는데

그 아이들의 한결같은 편이 되어주려 한다는 것이었어요.

실수하고 잘못하더라도, 이것저것 따지도 묻기 전에 전적으로 그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는 것.

자기가 크면서 그런 존재의 빈자리가 항상 허전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사춘기인 친구들에게는 그런 존재가 더 절실할지 모르니 꼭 그런 편이 되어주고 싶다 하더라고요.


나의 한주도 힘이 들고, 나의 한주도 지치지만,

나의 삶도 바쁘고, 나의 삶도 정신없지만 그럼에도 돌아설 수 없는 것.

부르신 자리에서 부어주신 마음으로 맡겨진 몫을 해내는 것.

이 둘을 비롯해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나의 브살렐과 오홀리압들이 있더라고요.

이미 하나님의 나라에 동참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갈

영원하지 않은 것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영원한 것을 위해 달려가는 충성스러운 일꾼, 아름다운 자녀들.


예전에 아는 분에게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어요.

나는 돈이 많거나, 집안이 빵빵하거나, 빽이 좋거나 그런 세상적인 대단함의 아우라가

(혹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 풍기는 친구들은 없지만

내 친구 중에는 요셉도 있고, 다니엘도 있고, 베드로도 있다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나, 부모님이 다 계시지 않거나,

그래서 정말 집세를 내려고 저녁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던 친구들이지만

누구보다 이 시대의 요셉이자, 다니엘이자, 베드로인 아이들이라고.

그래서 나는 내가 받은 가장 귀한 축복 중 하나가 학부과정을 하며 만난 친구들이라 생각한다고.


이제 저는 그 친구들에 비하면 너무 부족하지만,

그래서 요셉도, 다니엘도, 또 베드로도 아니지만,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51%의 힘으로 순종의 길을 걸은 그들의 요나가 되려 합니다.

선교를 가기로 한 후 선교사로 나가 있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며

“네가 중국을 맡아라, 나는 베트남을 맡을 테니” 하고 다짐했던 것처럼

이제 나는 그들과 함께 브살렐과 오홀리압이 되려 합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33


약해지고 악해져 가는 오늘 우리의 시대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여러 가지고,

그것들은 일꾼을 기다리고 있기에.

그래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합니다.


그리하실 주님,

나도 그리하길 약속합니다.


있잖아요, 그 열여덟 번째

18. 일꾼, 브살렐과 오홀리압에 대하여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정암 주석성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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