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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r 01. 2016

우리 이별했음을

어쩌면 이별은, 처음으로 네가 멀어지고 내가 남겨진 일이었나 보다



"이번에 다시 돌아가면

가서 그 친구를 만날 거야?"


같이 길을 걷던 언니가 물었다

순간 질문이 너무 간단해서

우리도 그렇게 간단한 줄 알았다


"그래서 자꾸 미루게 되는 거 같아요


그곳으로 돌아가면

우리가 정말 끝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니까요"


나는 돌아갔는데

너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테니


‘아, 우리

이제는 내가 돌아와도

만날 수 없는 연이 되어 버렸구나'



언니랑 헤어지고 서점에 들러

많이 본 제목의 책을 들고

아무 쪽이나 펼쳐 읽다

깨달았다


아, 나는 한 번도 그 반대편에 서 있었던 적이 없구나

나는 한 번도 떠나보낸 적이 없구나

늘 여권을 내밀고 가방을 밀어 넣기만 했지

그 자리에 혼자 남겨진 채

잡지도, 따라가지도 못한 채

또 한 번 멀어진 적은 없구나



어쩌면 이별은,

처음으로 네가 멀어지고

내가 남겨진 일이었나 보다


이제는 우리에게 그토록 부족했던

시간이 생겼지만

내가 그곳으로 돌아가는 걸 자꾸 미루는 이유는

네가 가고 나서

용기를 잃고

두려움을 얻어서인가보다


네가 없는 곳으로 돌아가면

이제는 더는 미루지 못한 채

네가 없음을 인정해야 함을


우리

이별했음을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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