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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r 03. 2016

누군가 나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여줘서

​네가 나의 옆에서 그래 주었던 것 같이



예전에 멀리 타지에서

되게 외롭고 힘들던 시기가 있었어

그때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편견을 갖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

차마 쉽게 털어놓지도 못하겠더라고


근데 너무 힘들어서 어느 날

외국인 친구를 한 명 만나서 이런 부탁을 했어

내가 지금부터 너한테 한국말로 이야기를 할 텐데

한마디도 이해 못 하겠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여 달라고

다 이해하고, 네 마음 다 알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 달라고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지만

흔한 부탁도 아니었지

근데 이유나 내용을 캐묻기보다는

그 친구는 그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더라고

한국말 알고 있었던 거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다 이해하겠다는 듯

네 마음 다 이해한다고

진심으로,

네가 해주던 것처럼 말이야



돌아보면 정말 슬프고 힘들 때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워준 건

누군가,

그리고 한때는 네가

나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여줘서였던 것 같아


되게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뜬금없이 그런 적이 있거든


살다 보면 가끔은

너무,

너무 많이 힘들 때가 있는데

그때 혼자 생각하지 말고 연락하라고


근데 되게 메말라 있던 내게

그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

연락하라는 게


너도 너무 힘들 때가 있었을 수 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데


이제는 내가 무슨 큰 위로와 힘이 되겠느냐마는

혼자 생각하지 말고

연락해



아직 유효하니까

옆에서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만 줘


네가 나의 옆에서 그래 주었던 것 같이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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