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빗방울 속에 가만히 서 있던 날들 없었던 일처럼 모두 잊을 테니
몸의 거리가 힘든 게 아니었어요
내가 힘든 건
그 몇 시간의 비행으로도 좁혀지지 않을
떠나버린 그 사람의 마음이었어요
두 사람이 시작한 인연인데
이렇게 한 사람만 남겨질 수도 있는군요
내 마음은 아직 그대로인데
차라리 서로 멀어졌으면 좋았을걸
가끔 생각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죠
나한테 미안해서 돌아오지 못하는 거라고
날 떠나버린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모질게 한 말이 상처가 되어
미안해서 돌아오지 못하는 거라고
오늘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오늘만 지나면 내게 돌아올 거라고 말이죠
그러니 다시 와주면 안 될까요
이렇게 힘들게 한 사람
다시는 모른 채로 지내겠다고 했지만
내가 한 말 다 잊어버린 걸로 할게요
그러면 나한테 다시 와줄래요
그동안 빗방울 속에서 가만히 서 있던 날들
없었던 일처럼 모두 잊을 테니
그러면 다시 와줄래요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