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있잖아요,
2015년이 제게는 굉장히 힘든 한 해였습니다.
낯선 한국은 여전히 낯설고, 회사에서는 지치고, 좋아했던 사람과도 헤어진 해였죠.
그런데 문득, 지난주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아, 그때가 좋았구나.’
그때가 좋았구나.
숨 한번 내쉬는 것도 자신이 없었던,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도 혼자서 할 수 없었던,
그래서 큰 장애물들 앞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말 삶의 모든 순간에서
하나님을 간절히 붙잡을 수밖에 없었던 날들.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과연 끝이 올까 두려웠던 시간이었는데
돌아보니 그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주님의 임재 한가운데였더라고요.
그 사람하고 헤어져야 했던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 온다면
아마 그때가 회복의 종착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난주 문득 2015년의 그 날들이 참 행복했다는 역설적인 생각에 잠기면서
어쩌면 그 시간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이전에는 미처 상상도 못 했던
회복의 종착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기하죠.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던 하루하루였는데
그 시간이 은혜의 시간으로 기억된다니 참 감사하고 조금 대견하기도 합니다.
나의 모든 것이 무너져서 아주 조그만 무엇도 잡을 것이 없었던 그 날들.
나무 조각이든 깨진 벽돌이나 기댈 것이 하나 없어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그 날들.
그래서 숨 한번 내쉴 때도, 발을 한발 내디딜 때도 그분께 기대
그 힘으로 버티던 날들.
가장 차가웠지만 또 가장 뜨거웠던 그 날들이
돌아보니 그분의 임재 한가운데 온전히 잠겨있던 참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7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참 지옥 같았던 날들이 돌아보니 진정 천국이었다 고백할 수 있어서,
정말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있잖아요, 그 스물아홉 번째
29.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
"그동안 함께 살면서 아내를 향해 가졌던 모든 기대가 사라지고, 생존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며 내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나를 필요로 하는 까닭에 사랑하는, 그러므로 비로소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께 하시니 감사합니다. 아내의 암 투병이 시작되고 우리 아이들, 수산나와 지훈이 모두 전보다 더욱 주님을 가까이하며 변화되며 서로 사랑하는 가족임을 확인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의 강을 함께 지나는 우리 아이들도 훗날 고통을 당하는 많은 이들에게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위로를 전하는 하나님의 사람들로 준비시켜 주심을 감사합니다.
이 모든 일들을 허락하셔서 우리를 변화시키고 감사하게 하시는 하나님꼐 영광을 돌리며, 자기 고통으로 인하여 우리를 은혜의 강으로 인도하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27-28).
허운석, "그리스도만 남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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