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광화문에서 성인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문장학교 연주쌤입니다.
글쓰기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어요.
"연주쌤, 저 사실 학생 때는 글 잘 썼거든요."
"독후감이나 일기는 꾸준히 썼어요."
"학교 과제도 나름 성실하게 해냈고요."
이 말씀들 속에는 늘 같은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바로 '그런데 왜 지금은 안 되는 거지?' 하는 당혹감과 스스로에 대한 작은 실망감이죠.
저는 오랜 시간 입시 독서 지도를 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의 글을 보았고, 또 많은 성인 수강생들의 글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점점 더 확신하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기의 글쓰기와 성인의 글쓰기는 단순한 '난이도'의 차이가 아니라, 그 '종류'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학생 때의 글쓰기에는 대부분 공통된 구조가 있었죠.
누군가가 친절하게 '주제'를 주었고,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 마감 기한이 정해져 있었으며,
써야 할 '분량'과 '형식'도 명확했어요.
그리고 '평가 기준'도 늘 밖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학생 때의 글쓰기는 대체로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이 됩니다. "주제가 주어졌고, 제출해야 하니까,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글을 써야 한다." 입시 독서 지도를 할 때도, 학생들은 "무엇을 써야 하죠?"라는 질문보다 "이렇게 쓰는 게 맞나요?"를 먼저 묻곤 해요.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외부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답니다. 학생 때의 글쓰기는 우리에게 '글쓰는 기술'은 연습시켰지만, '글쓰기를 지속하는 나만의 구조'를 스스로 만들라고 요구하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학생은 글을 쓰는 이유를 매번 새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써야 하는 이유는 이미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학교, 과제, 수행평가, 제출, 평가…. 이런 외부적인 요인들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 때 다음과 같은 글쓰기가 가능했어요.
기분이 별로여도 '제출해야 하니까' 쓸 수 있었고,
자신 없어도 '마감이 닥치니까' 제출은 해야 했으며,
막혀도 '일단 끝내야 하니까' 대충이라도 마무리할 수 있었죠.
많은 분들이 학생 때 글을 '끝내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답니다. 스스로의 강한 의지가 아니라, '제도'가 글을 끝까지 끌고 가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성인이 되어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부터, 글쓰기 환경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아무도 나에게 '주제'를 던져주지 않습니다.
아무도 '언제까지 써라' 하는 마감 기한을 정해주지 않아요.
아무도 내 글을 읽고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글을 안 썼다고 혼내지 않고요.
이때부터 글쓰기는 '타고난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롯이 '나 스스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자기 운영의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성인 글쓰기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서 시작돼요.
"나는 왜 지금 이 글을 써야 할까?"
"이 글을 끝까지 써서 나에게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학생 때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됐던 이 질문들을, 성인이 된 우리는 매번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인 글쓰기에는 아주 독특하고 은밀한 함정이 있어요. 바로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너무나 쉬운 구조'라는 점입니다. 글을 안 써도 당장 불이익이 없고, 미뤄도 누구도 혼내지 않으며, 글을 안 쓰고 대충 살아도 전혀 문제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굳이 글을 '끝까지'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큰 결심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의지의 문제"로만 몰아가면, 성인들은 더 빨리 지쳐버릴 수밖에 없어요.
"나는 왜 이렇게 꾸준하지 못할까?"
"나는 역시 글쓰기랑 안 맞는 사람인가 봐."
이런 자기비난이 따라붙는 순간, 글쓰기는 우리에게서 더 멀어지게 됩니다.
성인 수강생들이 글을 쓰다 자꾸 멈추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결코 문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서도 아니고요.
절대적인 시간이 없어서만도 아닙니다.
진짜 이유는 이것입니다. 학생 때의 글쓰기 방식 (외부의 기준 + 외부의 마감)을 그대로 들고 와서, 성인으로서의 글쓰기를 해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학생 때는 '외부 조건을 만족하면 끝'이었어요. 하지만 성인의 글은 '외부 조건'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성인의 글에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내부 조건'이 생겨납니다.
내가 이 글에 만족해야 하고,
내가 쓴 내용에 납득해야 하고,
내가 이 글을 쓰는 데서 어떤 의미를 느껴야 하고,
내가 쓴 글이 내 눈에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나는 이보다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야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멈춰 서요. 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글을 끝내는 기준'이 너무나 높게, 즉 '완벽하게 됐을 때'로 설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인 글쓰기는 이런 문장들에서 자주 멈춥니다.
"이 정도로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좀 더 정리되면 그때 쓸게요." "완성도가 낮아서 차마 올리기 민망해요."
"제 얘기가 충분히 깊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요. 이 모든 엄격한 기준들은 사실 글을 '잘 쓰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글을 '아예 안 쓰게 만드는 기준'이 되고 맙니다.
저는 글쓰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질문받으면 이렇게 설명합니다.
"글쓰기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글쓰기의 종료 조건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차이입니다."
학생은 종료 조건이 외부에 있었죠.
"제출하면 끝."
"채점 받으면 끝."
하지만 성인은 이 '종료 조건'을 오롯이 스스로 정해야 해요.
"나는 어디까지 가면, 이 글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상태면 내 기준으로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인정해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없으면, 우리의 글은 영원히 '초안'으로만 남게 됩니다.
저장만 되고, 영원히 끝을 보지 못하는 거죠.
반대로, 글을 끝까지 쓰는 분들은 조금 다릅니다. 이분들은 '아주 잘 써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끝내기로 해서 끝내는' 현명함을 가진 분들이에요.
"오늘은 700자까지만 쓰면 끝."
"오늘은 이 장면까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면 끝."
"오늘은 딱 30분만 쓰고 저장하면 끝."
이렇게 '끝'을 먼저 정해두는 사람이 결국 끝까지 갑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실은, 끝낸 글만이 고쳐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고칠 수 있는 글은 오직 완성된 글뿐이랍니다. 끝내지 못한 글은, 영원히 더 나아질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성인 글쓰기에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의지'가 아니라, 나를 배려하는 따뜻한 '설계'라고 저는 믿습니다.
주제를 내가 편안하게 고를 수 있게 만드는 나만의 질문.
쓰는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확보하는 약속.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분량을 정해주는 장치.
중간 점검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루틴.
혹시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구조.
이런 따뜻한 설계가 없으면, 성인의 글쓰기는 늘 마음속에서만 끝나고 말아요.
"언젠가 쓰고 싶다."
"시간 나면 써야지."
"마음이 정리되면 그때 시작해야지."
하지만 글은 '언젠가'가 아니라 '오늘' 쓰는 사람에게만 그 경험과 지혜가 차곡차곡 쌓인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청소년기의 글쓰기가 "외부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면, 성인의 글쓰기는 "나의 선택 이후,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책임"이라고 말씀드렸죠.
이 '책임'을 진다는 건 이런 뜻이기도 합니다.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나를 격려하고.
잠시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일단 끝!"하고 마무리하며.
지금은 조금 부족해도, "다음 글에서 더 잘해보자"라고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이죠.
성인의 글쓰기는 결국,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나는 나에게 매번 '완벽'만을 요구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나만의 기준'을 따뜻하게 선물하는 사람인가?'
혹시 글쓰기가 자꾸 멈춘다면, 당신은 글을 못 쓰는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종료 조건'을 걸어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당신의 글쓰기에 가장 필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어디까지 가면, '내 기준으로' 이 글을 끝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당신만의 답이 생기는 순간, 글쓰기는 훨씬 더 가볍고 홀가분해질 거예요. 그리고 그 가벼움이 차곡차곡 쌓여 당신의 글쓰기 인생을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성인 글쓰기 루틴이 자꾸 실패하는 진짜 이유와, 나에게 맞는 성공적인 글쓰기 구조의 조건”에 대해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브런치 매거진이 당신이 '성인의 글쓰기'를 이해하고, 나아가 당신만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계속해 나가는 데 소중한 길잡이가 되기를 문장학교 연주쌤이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은 혼자 쓰지만, 글쓰기 여정을 혼자서만 감당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혹시 '나만의 종료 조건'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막막하거나, 나에게 맞는 글쓰기 구조를 함께 설계해보고 싶다면, 문장학교는 언제든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편안하게 방문 상담을 통해 당신의 글쓰기 고민을 함께 정리해 보세요. 언제든 따뜻하게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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