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야기]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리뷰

그 소년이 지나 온 그 시간과 공간에 대해..

by Moonlight journal

* 스포가 많이 있습니다. 읽기 전에 주의해 주세요 *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제이미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질문 중 하나를 던져보려 한다.


경찰 앞에서 벌벌 떨며 오줌 지리던 말갛고 여리던 그 남자아이는,
왜 여자 상담자(임상심리사)를 겁 주고 상대가 놀라자 뿌듯해 하며
"선생님, 나한테 겁 먹었냐?"며 확인하려 했을까?

- 이 아이가 싸이코패스라서? No! 싸이코패스가 아니기도 하고, 이 이야기와 캐릭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순한 이야기였다면 뻔하디 뻔한 컨텐츠 중 하나로 흘러가다 묻혔겠지.

- 사실 처음 관객들은 제이미가 진범이 아닐 것이란 기대를 갖고 이야기를 따라 간다. 범인이라기엔 아이가 너무 연약하고 뭣도 모를 것만 같고 청소년이라기엔 어린애에 좀 더 가까워 보이고, 결정적으로 본인이 절대 절대 아니라고 억울해 하니까! 그렇지만 1화 마지막에, 그리고 3화를 지나면서 제이미가 진범이란 사실은 확정된다. 그렇다면 이후로는 "제이미"라는 이 아이의 마음 속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관객 모두의 핵심질문
: 도대체 (마냥 어리고 여려 보이기만 하는) 이 남자아이가 살인자가 된 걸까?

- 제이미에게 있어 케이티는 '인간'이 아니다. '가슴'이라는 부분으로 대상화된 '여성'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트를 죽일 수 있었고,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고, '그 애가 잘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게 된 것.

- 이것을 남성-여성 문제로 보지 않을 재간이 없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다른 전문가들이 충분히 잘 하시리라 생각하기에 이 내용은 과감히 제외하고, 나는 좀 더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해 보려 한다.

- 나는 제이미가 케이티를 보는 시각은, 물론 대상관계에서 나오는 '부분대상(part object)'과 관련된 문제로 보이기도 하지만, 극중에서 가족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가설은 일단은 보류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보다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문제가 좀 더 핵심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 청소년기에 뚜렷이 나타나는 지나친 자기중심성 및 자의식의 증가는, 세계에 대해 충분히 다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알고 있다'고 오해하면서 확증편향을 일으키게 되고, '나의 고통이 가장 힘든 것'이라는 생각에 몰두하게 되면서 많은 심리적 고통을 발생시킨다. 또한 인지적으로는 큰 발달이 일어나고, 또래관계 내에서의 정체감 형성이 중요해지며 자아에 대한 관심도 매우 증가하지만, 충동조절, 장기적인 조망 및 판단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은 아직 덜 이뤄진 상태인 데 더불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정서 및 충동조절의 어려움이 맞물리며 심리적 동요가 발생하기 쉬운데, 제이미 또한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었던 듯 보인다.

- 또한 극중에서 좀 더 극적으로 드러나지만 학교 내에서 함께 교류한다 하더라도 온라인이라는 또 다른 리그에서 벌어지는 또래들 내부에서의 역동과 평판 속에서, 제이미는 실제 대상과의 교류는 없는 상태에서 상대를 '인간'이 아닌 '가슴으로 상징화되는 헤픈 여자애(걸레라고 표현)'의 상징 정도로 여기게 되고(마치 캐릭터처럼), 한편으로는 또래 집단 내에서 자신이 소위 인셀이라 불리는 패배한 수컷(여성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낙오된 80%의 남자)으로 낙인 찍혔다(명명)고 인식하면서 과도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는 또래집단의 pressure나 인정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현실감이 사라지고 마치 게임 속 캐릭터처럼 현실과 단절되고 유리된 관계와 그 안을 떠도는 극단적인 이야기들이 현재 이 오프라인의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특히, 아이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듯 하다.

- 제이미가 케이티를 인스타그램이 아닌 현실 학교 안에서 우연히 마주쳐 종종 수다도 떨고 인사도 하고 같이 어떤 활동도 하면서, 오다가다 만나며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호감을 품은 거라면 아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마치 그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2) 임상심리사가 본 극중 임상심리사의 역할과 흥미로운 포인트

- 핵심 인물로 '임상심리사'가 콕 집어 나와 반갑고 신기했다.

- 반가운 김에 TMI를 방출하면, 임상심리사는 정말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고, 그 현장의 특성에 따라 하는 일의 색채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가장 핵심적인 직무는 '심리평가'이다. 대부분은 다양한 검사도구와 면담 내용, 면담에서 보이는 특이한 행동관찰 등을 통해 상대를 평가하는데, <소년의 시간> 극중에서는 면담과 행동관찰을 통해 평가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마 심리검사는 이전에 만났을 때 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 법정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심리사들은 주로 이 범죄자의 내면 세계, 어떤 성격적 특성을 지녔는지, 어떤 동기로 범죄를 저질렀을지, 교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 중립적, 전문적인 판단을 하려 애쓰게 된다.

- 나처럼 일반 현장에서 상담(심리치료)을 목표로 일하는 사람과 달리, 그녀는 범죄자 대상의 정확한 평가가 목표인 만큼, 그녀와 제이미의 대화는 상담이 아닌 특정한 목적을 지닌 (상담이 아닌) '면담'임을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누군가 3화를 보고 "상담자로서 완전히 실패한 상담"이라는 아주 요상한 리뷰를 한 걸 봤는데, 이것은 아주 잘못된 해석이라 단언할 수 있다. 상담과 면담의 목적이 매우 다르고, 극중의 그녀는 상담자가 아닌 평가자로서의 정체성과 목적을 갖고 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극중의 핵심적인 내용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문제로 발전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 그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무언가(영상 다시보기)에 집중할 때 누가 말 걸면 흠칫흠칫 놀라고, 제이미가 화를 날 때도 (어느 정도 예상했을 수 있는데도) 화들짝 놀라며, 평소에도 상당히 경직된 느낌의 표정에 초조해 보이는 행동(손동작) 등을 보인다. (사실 대부분의 임상심리사들은 상당히 예민하다. 팩트 인정!) 그러나 막상 제이미를 만나 라포를 쌓으려 할 때는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친근하게 말을 건다. 굉장히 능숙하고 전문가라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었고..

- 면담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제이미가 '선생님 생각이 어떤지'를 물을 때마다 '나의 의견'이 아닌 '너의 생각(해석)'이 중요하고 알고 싶다며 여기에 반복적으로 포커스를 돌린다. 이를 통해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혹은 밝혀내려고 애쓰고, 결국 제이미가 여성-남성 간의 power issue, 성적 매력과 끌림을 통해 남성성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음을 파악한다.

- 아이가 흥분할수록, 결국 자신이 숨기려던 자기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날 것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이를 위해 불안하면서도 일부러 제이미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주도권을 잡으려(혹은 조금 더 성적인 뉘앙스를 주려?) 가까이 앉기도 하는 등 상황을 쥐락펴락하려 애쓰는 장면들이 상당히 재미있었고,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전문가스럽고 능숙하게 그리기보다는 한 인간이자 여성으로서 불안해하기도 하고 조금은 밀리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과 중심을 잃지 않고 버텨나가며 끝내는 원하는 목표(=제이미의 내면 세계 이해하기 + 약간의 실토?)를 달성해내는 과정으로 묘사된 게 꽤 좋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제이미를 살인자로 만든 건 누구일까? 과연 부모일까?
<케빈에 대하여>를 떠올리며...

- 1화를 보면서부터 관객들 중 다수는 은연중에 '제이미가 범인이라면 아마 제이미의 가족사에 뭔가 문제가 있을거야. 엄마가 뭔가 찜찜해. 히스테릭해 보이는군. 심지어 제이미도 엄마가 아닌 아빠를 보호자로 지정하잖아. 왜일까? 엄마가 아마 과잉통제를 했을거야. 혹은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오히려 순응하는 걸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사실 내가 그랬다(!)

- 그러나 일관적인 결백 주장, 불안해하는 아이같은 모습을 보다 보면, 스스로의 의심을 반성하게 되고, '에이, 설마 저렇게 약하고 여린 아이가.. 아닐거야'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다 1화 마지막에 보면 명백한 증거 영상이 나오며 아빠와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렇지만 다시금 제이미의 순진해 보이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혹시 누가 시킨 게 아닐까? 가스라이팅을 했다거나, 괴롭히다가 케이티를 안 죽이면 너를 죽이겠다고 위협을 했다든가, 아니면 케이티를 거의 죽인 상태에서 죄를 뒤집어 씌우려 제이미가 마지막을 맡도록 했다거나 하는 게 아닐까?'와 같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 2화를 보면 가해자 후보일 것만 같은 여러 아이들이 나오고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싶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걔네들은 다 맥거핀이다-_-; 여튼 2화를 보면 학교는 엉망진창이고 아이들을 통제가 되질 않는다. 경력이 오래 되고 딱 봐도 피지컬 좀 되는 무서운 남자선생님 반 애들은 그나마 조용하지만 거기에서도 소리를 지르고 윽박질러야만 하고, 그렇지 않은 신임교사 반은 말 그대로... dog판, 거의 정글과 같은 곳으로 묘사된다. 과연 그 곳에서 아이들은 어떤 rule에 따라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 2화에서는 엉망진창 학교 분위기 속에서 방치된 아이들, 최소한의 규제와 보호를 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한 미묘한 의문 제기와 함께, 요즘 아이들 온라인 세계 굉장히 중요해 어쩌고 하는 정보가 주요하게 등장하며 마무리되고, 3화는 앞서 신나게 언급한 임상심리사-제이미의 면담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는데, 이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제이미의 범죄에 미친 요인은 다양하지만, 굳이 가족 내에서의 영향을 따진다면 아버지가 종종 드러낸 분노, 나는 실패한 남성이라는 느낌 등이 미친 영향일 것이라는 것 정도를 알게 된다.

- 4화에서는 사건 이후 남은 가족들이 겪게 되는 일상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내용인데, 무언가 엄청난 정보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날 것만 같았지만! 생각보다 아빠가 그렇게까지 나쁘거나 폭력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물론 아빠가 꽤 자주 욱하고, 여전히 화나면 fucking fucking 입에 달고 사는 거나, 승질난다고 페인트 던져버리고 깝죽대던 애들 피지컬로 밀어버리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떤 선은 분명히 지키는 것 같고, 총기 소지가 가능한 마초마초나라 미국에 사는 사람임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싶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 자신이 폭력의 피해자였기에 분노조절이 약간 더 힘들 순 있더라도 적정선을 지키려 애쓴다는 느낌이 강했고, 아들도 아버지를 좋은 사람이라 인식하는 것을 봐도 그렇고. 제이미의 엄마아빠는 그들의 엄마아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애썼다는 사실에 거의 대부분이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 하지만 그럼 뭘해. 아들이 살인자가 된 걸 ㅠㅠ 맴찢.. 이건 참, <케빈에 대하여>가 생각나는 포인트였다. 물론 <케빈에 대하여>에서의 '케빈'은 명백하게 애착문제에 기인한 성격장애가 있는 아이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제이미와 큰 차이가 있지만, 보다 보면 '아 엄마 아빠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 아닌데 너 진짜 왜 그러냐?'는 마음이 든다는 점에서는 아주 유사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 또 하나 다른 점은, 딸은 상당히 좋은 아이로 묘사되는데, 극중 부모도 직접 이야기하듯이, 살인자가 된 아들도 우리가 만들었고, 이렇게나 착한 이 딸도 우리가 만든 거라고 이야기한다. (아마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가 이거였을지도 모른다)

- 이쯤에서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결국 생각의 흐름은 스스로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 자신을 '좋은' 부모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혹은 "네 아이가 (모든 면에서) 좋은 아이라고 과연 확신할 수 있는가?", 글쎄. 우리도 절대 예외가 아니다.


* 번외: 엄마와 아빠가 13살 때 처음 만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이미도 13살임을 기억하라! 당시에는 서로 춤추고 노래하고 호감이 있으면 가서 얘기하고 만나고 연애 비슷하게 하면서 지낼 수있던 시기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너무나 달라졌다고 묘사된다. 오프라인이 아닌 세계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참담하고 무서운 지점이다. 정신차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ㅠ_ㅠ!!! 이러한 여러 의문과 절망감 속에서도, 그럼에도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란 해석을 봤다. 경찰 아빠가 뒤늦게나마 아들과 시간 보내려고 하는 것도 무언가 깨달아서라는 의견. 일견 공감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모의 힘으로도 차마 어쩔 수 없는 그 어떤 지점에 대해 생각이 오래 머물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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