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신입생 적응기를 함께 겪으며 느끼는 것들
최근에 삶에 많은 변화가 있어 조금 바빴다. 키워드만 쭉 나열하자면, 이사 및 계약, 이사한 집의 수리,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 둘째 출산 준비 등이고,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챙겼는데, 이제 세번째 단계인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막 단계인 '둘째 출산 준비'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출산과 신생아 육아로 3개월 정도는 온전히 쉴 예정이고 그 후로도 당분간은 일을 최소한으로만 할 예정이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내 삶의 모든 빈 시간과 공간이 '아이'에게로 향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색하고 낯설고, 심심하고 지루하며, 불안하고 초조하면서도, 충만함과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지고 있다. 그리고 빈 공간이 늘어나고 아이에 대한 주의가 집중되는 만큼 아이와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여러 고민이 좀 더 생생하고 강렬하고 다양하게 오래 머물게 되어 이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쓰지만, 사실은 조금 당혹스럽고 약간 버겁기도 하다).
아직은 둘째보다는 첫째 아이의 새로운 환경 적응에 주의가 많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로, 초등학교 적응을 아이만큼이나 나 또한 고군분투하며 해 나가는 느낌인데 이게 꽤나 심적 에너지가 든다. 나에게는 아직 품 안의 자식이고 아기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이제는 '학생'으로서 규칙과 의무라는 것에 대해서도 배워 나가야 하고 자신이 특별하고 항상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무리의 한 사람으로서 묻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배우는 시기이다 보니... 아이도 그렇지만 나 또한 이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툭툭 내뱉는 한 마디, 예를 들어 "학교 가기 싫어", "학교 재미없어"라든가,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선생님이 너무 무섭다"는 말 같은 것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동하는데, 보통은 짠하면서 걱정되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물론 입 밖으로는 "OO이도 월요병 생겼나보네. 나도 월요일이 제일 힘들더라", "원래 학교는 규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니까. 선생님이 그걸 가르쳐주려고 하시나보네" 정도로 말하고 지나가지만, 마음 속에서는 그 한 마디에 온갖 생각과 감정이 촉발되며 대리경험하는 느낌이 드는 거다. 그 생각들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학교가 재미없어서 어떡하지.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재미없다는 말이 나오는거야?' 하다가도, '하긴 나도 1학년때 도대체 슬기로운 생활을 언제까지 배우는거야 지루하다 생각한 적 있었지' 로 바뀌고...
'학교 다니는 게 힘든가? 현장체험학습으로 1년에 며칠씩 뺄 수 있다는데 한 달에 1-2번이라도 안 가게 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다 보면 애를 온실 속 화초로 키우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바뀌고...
일을 할 때도 완전히 일에만 몰두하지는 않도록 빈 시간을 최대한 만들어가며 일과 양육의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많다 보니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그 일이 매우 심각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바운더리가 있어 튕겨낼 것은 튕겨내고 적당히 흡수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면, 최근에 일을 완전히 정리하고 아이와 온전히 함께 하며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가 하는 말과 경험하는 것들에 받는 심리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감정도 더 세게 느껴지고 오래 머물고, 작은 일도 더 크고 심각한 문제로 확대돼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온전히 집중하여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와 온전히 둘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지금의 불안정성과 강렬한 적응기(혹은 과도기.. 혹은 격변기?)를 편안히 받아들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