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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e Nov 17. 2022

살다보니 BX 디자이너

디자이너 직무 전환에 관련된 생각


주변 디자이너 분들이나 제가 멘토링 했던 학생 분들께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이 있습니다. ’패키지 디자이너에서 BX 디자이너로 어떻게 전향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첫 취업을 했던 스물넷에는 큰 꿈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인쇄물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인쇄 업무가 있는 포지션에만 지원하다가 중견 식품회사에 패키지 디자이너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각성이 시작된 건 이 회사를 다니면서부터였는데요, 이때가 온라인 식품 시장이 열리던 시기였는데,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그저 관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만약 계속 이런 환경에서 인쇄물 작업만 한다면 비슷비슷한 식품 회사로밖에 이직을 못하겠구나, 온라인 업무를 같이 할 줄 아는 사람이 앞으로 이직하기 유리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회사에서 벌써 이직 생각을 하다니 프로 이직러의 싹이 보였죠.


저는 어리고 잃을 게 없었던지라 겁도 없이 1년 뒤에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해버립니다. 당연히 연봉은 훨씬 낮았습니다. 그치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면접을 볼 때부터 두근거렸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 1년을 갓 넘겼던 이 회사는 3년만에 10배 넘게 성장을 했습니다. 저는 원래 패키지, 편집물 담당 포지션으로 입사했는데, 일은 밀려오고 사람은 부족하다보니 모든 디자인 업무를 겸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됩니다. PB 출시할 때 필요한 로고, 일러스트 작업 외에도, 감성 사진으로 톤을 만든 서비스라 촬영 기획, 현장 디렉팅은 기본 루틴이었습니다. 저는 꽤 초기 입사자에 속해서, 앱에서 중요한 개편이 있을 때는 GUI 가이드를 잡기도 했습니다. 학생 때 UI 수업을 들은 적도 없었는데, 그냥 퇴근하고 UI 기초 수업을 인강으로 듣고 스케치를 배워서 작업했습니다. 영상 툴은 기본적인 건 다룰 줄 알았던 터라 서비스 런칭 초기에 디지털로 집행했던 광고들은 직접 편집해서 나가기도 했었네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그때는 서비스와 함께 성장해간다는 짜릿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제가 입사했던 디자인팀이 인원이 많아지면서 BX팀, UX팀 등등으로 나눠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BX팀 소속이었고, 그 뒤로 이직한 회사들에서는 자연스럽게 온오프라인 매체를 겸하는 넓은 범위의 프로젝트들을 맡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초기에 알아보셨나요? 라는 후속 질문을 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스타트업 성공 비율이 극히 낮다는 걸 감안하면 저는 운이 무척 좋은 케이스일 거예요. 그래서 작은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업무하며 직무 전환을 해보세요, 라고 무턱대고 모든 분들께 권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했을 때 저는, 그 회사가 유니콘이 되리라는 기대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톤을 가진 서비스이기에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보고 싶던 업무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졌기에, 힘들지만 배우는 게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사수는 없고 혼자 배우는 거긴 하지만요ㅋㅋㅋ)


만약 결심을 하셨다면 실행은 빠를수록 좋겠죠. 여기서 내가 뭔가 펼쳐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드는 곳을 고르신다면, 그 스타트업이 잘 되지 않는다한들, 업무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취하는 게 분명히 있을 거예요.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보고, 앱이 있다면 구석구석 눌러보고, 기사나 대표 인터뷰도 찾아보고, 관심을 가지고 계속 살펴보다 보면 그런 회사를 만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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