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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 Jul 23. 2019

디지털 시대에는 '의식주(衣食住)' 말고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잇!

https://bit.ly/3JPPEwI



의식주(衣食住)는 기본이다. 


의(衣) 아침시간. 일어나 당연하다는 듯이 옷을 입는다.

식() 점심시간. 당연하다는 듯이 뛰쳐나간다. 점심 먹어야지. 

주(住) 퇴근시간. 빌딩에서 사람들이 구름같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엔 나도 있다. 당연하다. 집에 가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당연하게도 시장이 크다. 남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죄다 건물이다. 남산에서 내려와 명동 거리를 걸어보면 죄다 음식점이다. 그리고 옷가게다. 심지어 길에서도 음식을 팔고 옷을 판다. 원조라고 되어 있는 순대국밥은 한 그릇에 8,000원. 그리고 원조가 아닌 짝퉁 티셔츠는 8,000원. 


그나저나 사람들이 죄다 들고 있는 게 있다. 아. 핸드폰.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쳐다보고 있다. 이런 것도 아주 당연한 것이 되었고 당연하게도 시장이 크다.

(이걸 한 글자로 멋지게 표현해야 의식주. 3요소와 같은 레벨로 보일 텐데!)



통(通)


정보가 흐르고 연결되고 관계가 형성된다. 의식주 다음으로 나오는 네 번째 요소 "통(通)"의 핵심이다. 생각해보니 옛날부터 소식을 주고받고 기록하는 일. "통"은 사회의 발전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 마패 시스템을 적용한다거나 안 쉬고 달려서 승리를 알리는 마라톤. 비둘기를 조련시켜 날리고, 봉화를 켜고. 모두 통을 위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잇(IT)


디지털 시대에서 통은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로 인해 더욱 중요하고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통을 거저 이용하고 있다. 순대국밥 3그릇 가격을 매달 내면 전 세계로 연결되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짝퉁 티셔츠 4장 가격을 매달 내면 전 세계로 연결되는 인터넷을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만나서 가장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꼈던 역사, 사회, 경제가 유튜브의 훌륭한 스타강사님의 강의로 가장 즐거운 과목으로 승화한다. 인터넷을 만난 비보이 불모지 핀란드에서 전 세계 비보이들의 댄스를 보고, 사상을 듣고 연구하여 세계 최고의 비보이 크루가 탄생한다. 인터넷으로 발견한 물건을 사고 판다.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사귀고, 결혼하고,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을 고용하고,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 CD로 유통되던 음악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세계화되고 뮤지션을 슈퍼스타. 슈퍼부자로 만들어준다.


<단면도>  2018 서성복 作



잇(IT)은 죄다?


한편 부작용도 많고 걱정도 된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다 보니, 배터리가 다돼가는 스마트폰을 보면 불안하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바일 블라인드(Mobile Blind) 또는 스마트폰-좀비라고 부른다. 보행 중 운전 중 스마트폰 보다가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크게 늘었다. 유튜브 영상과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다. 시간이 디지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고 스마트기기를 모두 끄고 디지털 없이 시간을 보내는 반-디지털 트렌드도 있다. 엉터리 정보도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정보기술을 이용한 정보유출, 사이버 범죄도 생긴다. 디지털 상에 누군가가 남긴 댓글로 상처 받은 사람이 삶을 포기하는 가슴 아프고 슬픈 일도 생긴다.



변하지 않는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로의 전환은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다.  2019년 세계 기업 브랜드 가치 순위를 보자. 1위 아마존, 2위 애플, 3위 구글, 4위 마이크로소프트. 5위는 삼성이다. TOP5가 디지털 관련 기업이다. Y세대(밀레니얼)들은 디지털에서의 활동을 X세대처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계의 문화가 있고 매너, 규칙이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원할 때 디지털로 들어가고, 원할 때 나올 수 있다. 디지털의 활용이 필수처럼 느껴지지만 선택이 가능하다. 현금만 있다면, 의식주만 해결하며 사는 것이 "지금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도 시한부일 수 있다. 금융도 디지털로 전환된다. 스웨덴은 현금을 아예 없애는 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스웨덴처럼 현금을 없애는 정책을 펼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현금을 쓸 수 없는 세상이 되면 IT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강제사항이다. 그런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을 바라보면, 너무 속도가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막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마치 다음 장면을 알 수 없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뮤즈먼트.


지금 이 글도 "통"으로 전달되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콘텐츠가 이렇게 글이 되어 서울시 성동구 어디선가 업로드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앞으로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즐거워하거나 욕을 하는 것이다. 맞다. 인정한다. 어쩌면 제목을 클릭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의식주 통'이라는 말을 검색해보니 강원일보에서 2008년 3월에, 중도일보에서 2018년 1월에 이미 사용된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 한 "통"은 한자는 같지만 "교통"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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