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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 May 13. 2021

호옥시피벗검토 중?

참고할만한AI-Tech에서Edu-Tech로 전환한 경험담 (실화)

 

모든 사물과 말이 통하는 세상을 만든다!

우리의 비전이다. 우리 회사는 인공지능 챗봇 회사다. 모든 가정에 PC 한 대 씩! 이라고 말한 MS의 비전을 참고했다. 결과적으로 MS는 해냈다. 하지만 PC회사가 한 둘이었겠나? 비슷한 비전을 말하며 도전한 스타트업은 많았다. 결국 초기 기술 시장을 어떻게 버텨내고 실력을 확보해서 만들어가느냐에 달려있다. 인공지능 시장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형 챗봇 빌더 단비AI(https://danbee.ai)

신기술 회사가 겪는 초기 기술 시장

LG CNS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우리 팀은 챗봇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것이라 믿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기업들은 고객센터 문의 사항에 대응하고, 업무처리의 효율화를 위해 앞다투어 챗봇을 검토했다. 늘 그러하듯 규모가 있는 큰 기업과 기관이 먼저 시도한다. 그러고 나서 상상 속에 있던 모든 가능성중에 의미 있는 것만 남는다. 비로소 시장이 성숙된 것이다. 이때 '살아남은 기업'들이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러한 과정은 모든 신기술 시장이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에게 '살아남은 기업' 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기업이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기업은 결국 돈으로 유지된다. 기업의 구성원에게 임금을 주어야 하고, 공간에 대한 임대료, 일을 처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 있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시장이 성숙되기 전까진 매출이 넉넉하지 않다. 따라서 투자를 받거나 대출을 한다. 우리 팀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기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도 늘고 매출도 오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피벗 검토 시작 : 고객에게서 출발하기

우리 팀은 기업용 챗봇 솔루션 외에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다른 사업모델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고객에서 출발하자고 했다. 기업용 챗봇 솔루션에 가입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교육 관련 종사자가 절반. 

이용자들에게 연락을 취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인공지능 교육을 하기에 챗봇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납득이 되지 않아 어떤 점이 좋냐고 물어보니...


(1) 학생들이 기존 코딩에서 만든 결과물이 컴퓨터를 통해서만 체험해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에 반해 챗봇은 폰에서 이야기하는 형태라서 재미있고 쉽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


(2) 자신의 관심 콘텐츠와 접목해서 자기가 관심 있는 주제로 인공지능 챗봇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했다. 지역 정보 소개, 안전 수칙 안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게임 속 캐릭터의 정보 안내 등 콘텐츠와 연계가 쉬웠다. 


(3) 마지막으로는 챗봇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팀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이런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니. 마치 숟가락으로 맥주병을 따듯 적합한 수업 재료를 기업용 인공지능 솔루션을 선택한 것이다. 분명히 '니즈(Needs)'가 있다고 판단한 우리는 교육시장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피벗 검토 2단계 : 시장을 살펴보다

미국은 대학생들을 위한 인공지능 교양수업이 생기고, 중국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 커리큘럼이 나왔다. 한국도 인공지능 교육을 의무화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현실은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선생님들이 가르칠 수 있냐는 걱정. 과거 코딩 교육처럼 흘러가다가 사교육으로 변해버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국내 코딩 교육 쪽을 살펴보니 대부분 '고급화'되어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이다. 강사도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고, 코딩하려면 컴퓨터도 준비되어야 한다. 컴퓨터 놓으려면 공간도 넓어야 하고, 사물인터넷이나 드론 등 융합 교육을 하려면 추가 교구도 많이 필요하다.  


피벗 검토 3단계 : 옳은 방향 - 인공지능 교육은 어때야 하나?


공동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과거 씨앗만 보아도 콩인지 팥인지 아는 농경시대에서 이제 코드 한 줄 보면 어떤 로직인지 알 수 있는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로 변화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고비용의 교육을 받고 어떤 아이들은 아예 못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인공지능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인공지능이 동작하는 원리를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인공지능을 포함한 정보교육의 방향도 우리의 생각과 일치했다. 


기존 정보기술 교육은 베이식에서 자바,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순으로 가장 유행하는 코딩 언어를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동작원리를 암기하고 빈칸 채우기 시험을 본다. 예를 들면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도는 '흡입-압축-폭발-배기'같은 것이다. 동작원리는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것이지만, 보편적으로 알고 가야 할 것은 본질이다.  이런 측면에서 방향성을 정리했다. 


보편적인 인공지능 교육의 방향성 #1 - 기술의 본질 이해와 적용하려는 태도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고 사람을 돕는 쪽으로 써야 한다. 다이너마이트는 토목공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기술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인공지능도 다르지 않다. 기술을 이해하고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바꿀까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기술 교육의 본질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에서 챗봇은 관심정보를 학습시켜서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이 이용하기가 쉽다. 

기술을 잘 이해하고 삶을 윤택하게 바꾼 스티브 잡스 (Photo by AB on Unsplash)

보편적인 인공지능 교육의 방향성 #2 - 직접 만들어보고 남에게 보여주는 경험

공동창업자들의 공통점은 어릴 적 직접 계획해서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스티브 잡스도 어릴 적 라디오 조립 세트를 만들면서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결국 적성을 찾는 것은 직접 만들어 보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어 상호작용 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취감과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적성을 찾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에서는 챗봇은 만들기 쉽고 남에게 보여주기도 쉽다. 

직접 만든 챗봇을 링크로 전달한다.


보편적인 인공지능 교육의 방향성 #3 - 모든 학생이 쉽게 접근할  있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학교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다. 기존 정규과목은 선생님들의 전문 분야지만, 인공지능과 같이 특수한 교육과정은 2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1) 선생님이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소요된다. 

(2) 많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 


자연스레 쉽고 저렴한 것으로 진행하게 된다. 미술에서는 찰흙을 이용하고 음악에서는 리코더를 이용한다. 

인공지능은? 챗봇이 가장 저렴하고 쉽다.  


피벗 검토 4단계 : 타깃시장 설정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사교육"으로 가라고 이야기했다. 그곳에 시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향은 우리가 세운 방향성 3번과 맞지 않았다. 우리는 방과 후 시장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방과 후 수업은 가격이 저렴하고 원래부터 코딩이나 로봇수업이 인기가 많았다. 인공지능 수업은 기존 코딩이나 로봇과 차별화되기도 했고, 기존 코딩, 로봇 수업과 연계한 과정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피벗 액션 : 인원 확보. 상품 개발

우리는 교육분야에 오랜 경력이 있는 파트너를 영입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만들었다. 초등학생들도 배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인공지능 교육 교재와 실습 예제도 만들었다. 선생님이 직접 교육을 진행하기 좋게 플랫폼에 관리 기능도 추가했다.  


챗봇을 이용한 인공지능 교육프로그램, 에이아이런 (https://ailearn.co.kr)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교육 국면

준비는 마쳤으나 시장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비대면 국면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고 당연히 방과 후 수업도 많이 열리지 않았다. 열리는 학교는 있었지만 이제 집합 교육은 인기가 없었다. 


코로나야 끝나라


리바운드

비대면 교육이 가능하도록 플랫폼에 영상 콘텐츠와 디지털 교재를 추가했다. 비대면으로 학생들의 진척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피벗 액션 : 상품 검증

부산교육지원청, 국립과천과학관을 통해 챗봇을 통한 인공지능 교육이 비대면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검증했다. 그리고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교재와 테스트 계정을 나눠주고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지 설문을 했고 결과가 좋았다. 83%의 응답자가 AI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어제 최초로 정식 계약을 통해 성남정자초등학교에서 정규과정에 우리 교육프로그램이 4학년을 대상으로 시작되었다.


성남정자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 교육과정


아쉽게도 경험담은 여기까지. 파이팅.

우리 회사의 피벗 경험담이다. 아쉽게도 성공 경험담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패담이나 성공담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 중 피벗을 고려한다는 것은 현재 사업에서 막혀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성공담으로 만들려고 도전한다는 뜻. 확실한 것은 우리를 잘 알고 시장을 잘 알면 좋은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것. 건투를 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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