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파 Jun 28. 2019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


4학년 선배 :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지 아냐?


1학년이었던 나 :

아... 글쎄요?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네요.


4학년 선배 :

명조체, 돋움체를 뛰어넘는 훌륭한 서체를 만든다!


1학년이었던 나 :

오! 정말 그러네요?!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발견된 학생 시절 과제물을 발견했다. A4에 출력된 과제물은 순식간에 나의 영혼을 대학교 때의 나로 순간이동시켜주었다. 선배가 이야기했던 훌륭한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산업 현장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장면들이 떠올랐다. 서체에 숨어있는 작은 미학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서체를 디자인하는 것은 교수님이 내주는 과제 외에는 기회가 없었다.

 

학생 때 디자인한 HIPHOP서체, Ken Swift



타이포그래피 동호회 선배님의 말에 따르면,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한 '1학년이었던 나'는 '2019년의 내'가 되어서도 아직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서체 말고도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나라는 사람은 서체를 디자인해서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돋움체와 굴림체만을 사용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관점에서 매우 열악한(?) 2000년~2010년대에 웹사이트와 웹 기반 시스템의 UI를 오랫동안 다루었다. 코드를 세공해서 내가 원하는 UI(User Interface)를 만드는 것은 매우 즐거웠다. 클릭하면 움직이고 반응하니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의 업무시스템, 웹사이트, 모바일앱까지 다루면서 UI/UX 디자인은 서체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체가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듯이 우리가 만드는 UX는 사람들의 일상이 된다.

 

시스템에 요청한 데이터가 화면에 표시되기까지 0.5초 이하의 응답속도를 만족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만큼 UI/UX를 디자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잘못된 UI 설계로 시스템 사용자가 원하는 메뉴를 찾는데 10초 이상 걸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차세대 UI/UX의 시대, 챗봇 시대의 서막에 서있다.

나는 CLI(Command Line Interface)와 GUI(Graphic User Interface)보다 더 나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와 우리 팀이 운영하고 있는 단비 에이아이(https://danbee.Ai)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저작도구이다. 말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알아야만 다룰 수 있었던 컴퓨터 그래픽 영역을 디자이너와 일반인의 손에 닿게 만든 포토샵과 같은 것이다.



학생 시절 과제물 바인더에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사람의 학생시절 작품>이라고 제목을 적어 다시 꽂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훌륭한' 디자이너구나. 훗날, 과제물 바인더의 제목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다. 4학년 선배가 던졌던 질문.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지 아냐?'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매번 추구하던 해답은 바뀌어 왔다. 하지만 지금 추구하고 있는 답은 가장 크고 뚜렸하다.


대화형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대중화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