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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 Dec 21. 2021

눈사람 만들자!

눈사람 만들기와 사업의 연결고리



"내일은 폭설이 예상됩니다."


뉴스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와! 눈 온데 온 세상이 예뻐지겠다!"라고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사람이 있고

"아... 차 많이 막히겠네.", "미끄럽겠다."처럼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눈싸움하자!", "눈사람 만들자!"라고 한다. 신나게 놀 수 있는 기회다.


우리 아파트 단지 중앙에 넓은 공간이 있는데 바닥이 돌로 되어 있어 손실 없이 눈이 소복이 쌓이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3 아들과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는 느낌이었다. 

넓은 공간 바깥에는 어른들이 팔짱을 끼고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적게 어림잡아도 50명은 넘는 아이들이 원래 알던 친구와 원래 알지 못했던 친구들을 즉석에서 사귀어서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눈썰매를 가져와서 끌고 다니는 엄마 아빠들도 있었다.

우리는 조금 눈치를 보다가 바로 옆 놀이터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눈사람을 만들어서 사진 찍는 것이 목표였다. 실은 나는 눈사람을 완성한 적이 없었다.


<과거로 전환되는 효과음>

남부지방에 살았던 나와 내 동생은 눈을 많이 구경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 수년만에 눈이 펑펑 온날이 있었다. 우린 수년간 기대했던 눈사람 만들기를 하러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 둘이서 한 덩이씩 최대한 크게 굴리고 합쳐서 만들기로 했다. 상당한 노력 끝에 눈덩이는 매우 커졌다. 한 살 어린 동생의 눈덩이가 조금 더 작아서 동생의 눈덩이를 들어서 내가 만든 눈덩이에 올리려 했다. 아뿔싸. 둘이 힘을 합쳐도 눈덩이를 들 수 없었다. 너무 무거웠다. 너무 아쉬웠다. 너무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마지막에 완성할 수 없었다.


<현재로 돌아오는 효과음>

그때의 충격으로 눈사람을 만들 생각을 30년 가까이 접어두었다가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지금은 아저씨니깐. 힘도 세졌고. 여차하면 사교성을 발휘하면 된다. 팔짱 끼고 구경 중인 나 같은 아저씨들에게 도와달라고 할 계획이었다. 


서둘러 눈덩이를 굴렸다. 탁구공에서 야구공 크기가 되는 데도 상당히 굴려야 했다.

게다가 배구공 크기가 될 때 즈음에는 꼭 1/3 정도가 쪼개졌다. 보니깐 아들의 눈덩이가 더 컸다. 자꾸 부서지지 않냐고 물었다. 아들은 처음엔 손으로 좀 꼭꼭 눌러야 되는 것 갔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아들의 컨설팅에 따라 조심스레 한 주먹씩 눈을 붙였다. 


축구공 보다 조금 더 커진 눈덩이는 자체적으로 제법 무게가 있어서 지나가기만 해도 바닥에 있는 눈을 눌러 흡수했다. 모양이 울퉁불퉁할 때는 굴릴 때 제법 힘이 들었지만 모양이 구형에 가까워질수록 수월했다. 나중엔 그냥 발로 슬슬 굴려도 몸집이 늘어났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는 와중에도 다른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눈을 밟고 뛰어다녔다.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은 특히나 눈을 많이 소모했다. 이제 큰 광장에 아이들이 그쪽에 쌓인 눈을 다 소비하고 우리가 있는 놀이터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눈은 제한적인 자원이고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눈을 차지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크기가 되기도 했고 저녁밥을 먹을 시간도 다가온 시점이었다. 이제 합쳐서 마무리하자고 했다. 처음에 계획한 것처럼 아주 큰 눈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생긴 눈사람이 되었다. 인증샷도 찍고 완성품을 보면서 행복하게 웃었다. 


놀이터를 빠져나가려는데 눈싸움을 하던 아이들이 어떤 눈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직접 만든 건가요? 우리가 만든 것은 저쪽 나무 밑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 아이들이 눈싸움 재료가 부족해서 이 눈사람을 부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건 눈사람 만든 사람이 없다고 부숴도 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부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아이들은 결국 눈싸움을 하고 싶어서 그 눈사람을 무너뜨렸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우리가 만든 나무 밑에 눈사람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뭐 눈싸움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이긴 하다.


남은 것은 추억이다. 차가운 눈의 촉감과 왜 안되지? 하고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 뭔가 발견했을 때 신나 했던 추억. 다른 아이들이 망가뜨리지 않을까 걱정하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다. 무엇보다도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눈빛을 주고받았던 동료. 내 아들에 대한 추억. 이 추억은 사진 속에 담겨 나중에 눈이 오는 날에 다시 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눈사람 만들기와 사업의 연결고리

같은 뉴스를 보고 사업의 기회로 해석하는 사업가

너무나 사업을 잘 키웠지만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한 사업가

실패를 딛고 잘 아는 시장이라고 다시 뛰어들었다가 상당히 많이 바뀐 시장에 놀라는 사업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초기 규모를 구축하는 사업가

어느 정도 규모와 모양을 갖춘 사업체가 알아서 굴러가는 것을 느끼는 사업가

나름 잘 키운 사업체를 보며 흐뭇해하는 사업가

잘 키워놓은 사업체를 두고 은퇴하며 사업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업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는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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