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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Feb 06. 2017

직장 생활에 필요한 영어,
어느 정도 수준이면 될까

'비즈니스 영어' 그 애매한 기준을 찾아서  






취준생 후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어학 능력'과 관련된 질문이다.

최근 들어 이력서 항목을 모두 배제한 채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로 서류를 심사하는 곳도 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스펙 쌓기는 현재 진행형이고 특히 영어 점수는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취준생들의 심정일 것이다. 

게다가 기업마다 그 놈의 '글로벌 인재'에 대한 목마름은 나날이 타들어 가고 있으니 입사 지원자의 입장에서 '외국어'는 더 없이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내가 진행했던 취업 설명회 마다 학생들로부터 '영어'에 대한 질문을 빠짐 없이 받았다. 질문의 형태와 내용은 각기 달랐지만, 크게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Q1. 취업에 있어 정말 어학 점수(영어 점수)가 큰 영향을 미치나요?

Q2. 실제 회사 생활에서도 영어를 많이 사용하나요?

Q3. '비즈니스 영어'라 함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건가요? 


사실 취업 전에는 나도 궁금했었다. 대체 채용 담당자들이 원하는 '영어 수준'이라는 건 어디까지인지,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쓰는 영어는 어느 정도 레벨인지, 적어도 문과생으로 취업 관문을 뚫었으면 최소한 비즈니스 영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건지, 그렇다면 그 '비즈니스 영어'는 대체 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Q1. 취업에 있어 정말 어학 점수(영어 점수)가 큰 영향을 미치나요?

A1. 외국어는 언제나 옳다. 



먼저 취업을 기준으로 알아보자. 

내가 취업 설명회 마다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외국어는 언제나 옳다'라는 것이다. 사실 어떤 외국어를 하더라도 못하는 사람보다는 잘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게 현실이다.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그 언어가 자신들의 직무와 동떨어져 보이더라도 외국어 하나 쯤 무기로 가지고 있는 지원자에게 더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원자의 95%는 이른바 '프리 토킹'이 가능한 외국어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초,중,고, 대학교를 통틀어 거의 16년이 넘게 배워온 '영어' 조차도 원어민과 쉽게 대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람들이란 얘기다. (여기서 우리나라 성인의 영어 능력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싶은 게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의미다.) 

그러니 정말 영어 능통자를 필요로 하는 몇몇 직군을 제외하고는 영어 능력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을 갖지는 않아도 된다. 게다가 생각 외로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직군도 정말 많다. 



어필할 만한 어학 능력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포함시키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취업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설명했듯이 외국어 메리트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나 최근에는 모든 산업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기 때문에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언제 어느 국가의 파트너와 일하게 될지 모른다. 더욱이 직군이 (영업을 포함한) 마케팅 전반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러니 어필할 만한 어학 능력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포함시키자. 설사 지원하는 분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하더라도 자신의 강점이나 특기사항에 기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Q2. 실제 회사 생활에서도 영어를 많이 사용하나요?

A2. 영어가 필요한 상황은 크게 두 가지



각설하고 이야기 하자면 영어 사용 빈도가 높은 포지션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직군에 '영어능통자 우대'라는 표현을 포함해 외국어 커뮤니케이션이 많다고 기재되어 있으면 다른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일반 사무직에서 영어 사용은 극히 제한된다. 특히 계약 업무나 상세 협상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영어 능통자라고 해도 공식적인 '번역 / 통역' 업무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다. 단어 하나, 늬앙스 하나가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실제 회사 생활에서 사용되는 영어의 범위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메일 커뮤니케이션(Mail Communication)'이다. 

즉, 업무 관계자가 영어로 보내온 메일을 확인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단 얘기다. 이는 주로 자신이 직접 의사소통의 담당자가 되는 경우보다는 '참조'에 포함되어 있거나, 전체 수신 대상의 하나인 케이스가 많다. 그러므로 메일을 읽고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고 파악이 가능한 수준이면 사실 큰 무리는 없다. 


다른 하나는 '자료 조사'다. 

솔직히 말해 최근엔 업계를 막론하고 이 '자료 조사'에 영어 활용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주로 아이데이션이나 케이스 스터디를 수반하는 직종에서 자주 이뤄지는데, 해외의 다양한 웹사이트 등을 방문하여 참고할 만한 사례나 좋은 아이디어 소스를 찾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영어 독해 능력이 좋은 사람이 해당 업무에 유리함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이해와 빠른 해석 능력이 필수로 수반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자신이 일하는 업계 용어에 익숙해지다 보면 영어로 쓰인 문장들도 생각보다 쉽게 해석되는 경우도 많으니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게 필자의 견해다. 




Q3. '비즈니스 영어'라 함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건가요? 

A3. 듣기, 읽기, 쓰기의 밸런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시작했다. 

영어에 조금 자신감이 있는 학생들도 '비즈니스 영어'라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내는 경우가 많다. 왠지 말그대로 '영어로 비즈니스가 가능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과 아무리 토익-오픽 성적이 높아봤자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장벽같아 보이는 막연함이 그 이유일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 영어도 업계와 포지션에 따라 요구하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지금 필자가 소개하는 조건들은 최소한의 수준임을 감안하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비즈니스 영어'야 말로 생존 영어다.



① 영어로 쓰인 공식적인 문서 정도는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수준 


계약서, 견적서 등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오가는 문서들의 내용은 90% 이상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담당자가 직접 오타나 불충분한 요소들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단어를 많이 아는 수준을 넘어 늬앙스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비즈니스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드물다. 



② 메일 커뮤니케이션은 원활한 정도의 수준 


사실 '비즈니스 영어'의 핵심은 메일 커뮤니케이션이다.

상대방이 영어로 보낸 메일을 읽고 답장하는 등 원할한 의사 소통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또한 메일을 통한 대화에는 속도감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해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답장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바쁜 업무 환경에서 불리한 부분이 많으므로 이는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③ 원어민과의 회의에 직접 참석할 정도의 수준 


'비즈니스 영어'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Talking' 이다.

읽고 쓰는 거야 어느 정도 한다지만 원어민과 대화를 하거나 직접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건 누구에게나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실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원어민과의 미팅이 빈번한 직군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실제 기업이 바라는 '비즈니스 영어'의 수준은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 내용을 그 자리에서 이해하고 어느 정도 자신의 의견을 설명할 수 있으면 되는 정도다. (물론 이 정도 수준도 쉽지 않음은 사실이다.)

그리고 보통 영미권을 제외하고는 비즈니스 상대 역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가 아주 흔하다. 이 말인 즉슨 그 쪽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 영어' 수준의 대화 상대를 답답해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하다고 판단할 확률은 적다는 얘기다. 



위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사실 '비즈니스 영어'의 핵심은 바로 '밸런스(Balance)'다.

즉, 전반적으로 어느 한 부분의 모자름 없이 듣고, 읽고, 쓰는 능력을 두루 갖춘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즈니스 영어 가능자'라고 해서 드라마에서처럼 멋지고 유창한 영어로 계약서에 싸인한 후 외국인에게 악수를 청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리진 말자. 

'비즈니스 영어'야 말로 생존 영어다. 업무에 필요한 수준, 나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영어면 큰 어려움 없이 해쳐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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