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바야흐로 상반기 공채의 시절이다.
이미 간간히 벚꽃엔딩이 들리기 시작하고 뉴스에서는 정치권 이야기가 한 가득이지만 취준생들에게는 눈 앞에 놓인 기업 공채 소식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2월을 시작으로 일부 기업은 공개 채용을 진행 중이고 이미 서류 전형을 마감한 기업도 있다. 하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상반기 내내 크고 작은 기업들의 공채 모집이 이루어지기에 취준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 자기소개서_공채의 서막
보통 취업 설명회에 가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단연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이다.
가고 싶은 기업과 직군이 어느 정도 정해진 사람이라면 그 다음 단계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서류 전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딱 잘라 이야기하자면 자기소개서 쓰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결코 정답이 없다.
취준생 대상의 강의를 준비하다보면 시중에 나와 있는 취업 관련 서적들을 훑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어처구니 없는 내용들에 화가 치미곤 한다.
마치 합격을 보장하는 자기소개서 비법이라도 있는 냥 소개하는 내용들 때문이다. 심지어 그 내용도 조악하기 짝이 없다. OO직군은 △△ 스럽게 써야한다는 식의 (그들이 칭하는) 비법서를 보고 있자니 할 수만 있다면 서점 진열대에서 안보이는 깊숙히 숨겨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어쩌면 그런 유쾌하지 않은 경험들이 동기로 작용하여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자기소개서 대체 왜 어려울까?
자기소개서가 어려운 이유는 '본인이 글을 잘 못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은 백지에 펜만 놓여 있어도 숨이 막히고 PC에서 워드 문서만 열어도 머리가 하얘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글을 자주 써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글쓰기란 꽤 고된 육체적, 감정적 노동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쓰기가 막막한 진짜 이유는 글쓰기에 대한 공포 때문이 아니다.
바로 자기소개서 속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아니 뭐라고? 요즘 기업들의 자기소개서 질문이 좀 다양해졌다고 해도 다 거기서 거기,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내가 질문을 이해 못했을리가 있나?'
안타깝게도 '그럴리가' 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는 아예 자기소개서 속의 대표적인 질문들을 하나씩 주제 삼아 그 속의 숨은 뜻을 전달해주는 글을 써보고자 마음 먹었다.
#. '지원 동기'의 진짜 숨은 뜻
지원 동기는 거의 모든 자기소개서에 필수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지원자들이 지원 동기를 쓰면서 범하게 되는 실수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모든 기업에서 물어보는 필수 질문인 만큼 다른 지원자와 다를 바 없는 비슷한 내용과 맥락으로 써내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단 튀고 봐야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오버를 하다가 개성과 내용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경우다.
보통 지원 동기를 쓰라고 하면 언제 부터 이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어떤 계기를 통해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다라는 식으로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이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포커스를 맞춰야 할 포인트는 따로 있다.
자기소개서에서 묻는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를 말씀주세요'라는 질문의 진짜 숨은 뜻은 뭘까?
그건 바로
'지원자 당신과 우리 회사 간에 케미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까?' 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는 일방적인 구애 말고 좀 더 설득력 있고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달라는 게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요구다.
#. 고백할 때 처럼
뜬금 없지만 연애 이야기를 좀 해보자.
풋풋하게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렵사리 고백하던 그 순간에 대해서 말이다.
보통 썸을 타는 기간이라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정도의 감정은 어렵지 않게 알아채기 마련이다.
대신 언제, 어떻게 고백을 해줄 건지 그리고 우리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있을지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무작정 '니가 좋아, 너 아니면 안돼' 식의 사랑 고백 보다는
'내가 아는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인 것 같고 나는 그게 참 좋은 거 같아.'
혹은 '나의 ~ 이러이러한 면과 너의 ~이러이러한 면은 잘 맞는 거 같아'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유리하다.
고백 받는 사람 입장에선 상대방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고 느꼈는지, 앞으로 우리가 어떤 만남을 가졌으면 좋을지 분명하게 얘기해주는 게 좋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막무가내로 '이 회사가 처음부터 좋았고, 이 회사에만 들어가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의 늬앙스는 짝사랑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포인트는 '너(기업)와 나(지원자)의 케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 케미 증명의 프로세스
그럼 어떻게 우리 사이의 케미를 증명해야할까?
먼저 '너'와 '나'를 자기 나름대로 규정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내가 생각하는 너는 이런 사람이니 우리는 참 잘 맞을 것 같다라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1.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정의 : 내가 생각하는 OO기업은 이런 회사인 것 같다
2.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의 : 나는 OO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 너와 나의 연결 고리 : 그러니 우리는 OO한 부분에서 참 잘 맞을 것 같다.
기존에 우리가 생각해왔던 지원 동기와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맞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그 사탕 발린 감성적 구애로는 더 이상 명확하고 임팩트 있는 지원 동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얼마나 이 회사를 가고 싶은지에 대한 열정은 내비치되 그 열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너(기업)'의 본질이 뭔지를 규정해보고, '나(지원자)'의 본질은 어떤지를 설명한 다음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 지원 동기는 한 두가지로 압축하자
여자친구에게서 '오빤 내가 왜 좋아?'라는 질문을 받으면 남자는 당황한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난감한 것도 있지만 사실 여자친구의 모든 면이 다 좋기 때문에 뭐 하나 꼬집어서 설명하기가 어려운게 더 큰 이유다.
하지만 그 때 '난 다 좋은데...' 라는 대답만큼 힘을 빼는 답도 없다.
아니 어떻게 상대방을 좋아하는 이유가 저렇게 두루뭉술하고 애매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소개서의 지원 동기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그 회사의 본질을 규정했으면 어떤 포인트에서 지원을 결정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한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하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장점들에 끌렸더라도 내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이유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충분하다.
#.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취업준비생들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얘기겠지만 한 번 더 강조해서 나쁠 건 없지 싶다.
적어도 지원 동기 만큼은 이전에 작성한 다른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복사+붙여넣기 하지 말자.
위에서 설명했듯이 지원 동기는 '너와 나의 케미'를 증명해가는 과정인데 어떻게 다른 회사의 지원 동기를 참고해서 쓸 수 있단 말인가.
이건 예전에 썼던 연애 편지에 이름만 바꿔 전달하는 꼴이 될 수 있으니 절대로 금물이다.
또 간혹 자기소개서 속의 다른 항목들을 먼저 채워놓고 맨 마지막에 지원 동기를 쓰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위험하다.
자기소개서 속의 질문은 의외로 논리적인 순서를 따른다.
지원자를 향해 큰 질문을 던지고 세세한 항목들을 묻고 다시 큰 질문을 던지는 구조가 일반적이므로 가급적 이 순서를 유지하며 글을 쓰는 게 전체 맥락과 리듬감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입사지원에 있어서 지원 동기는 자기소개서를 여는 첫 소개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기소개서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원 동기를 흡족하게 쓰고 나면 그 다음 항목들은 비교적 꽤 수월하게 쓸 수 있다. 반면 지원 동기에서부터 오락가락 헤매기 시작하면 글 전체의 맥락이 엉키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원 동기를 쓰기 전에 곰곰히 생각해보자.
나는 누구고, 너는 누군지.
그리고 그 심오하고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대체 우리 무슨 사이야?'
* 자기소개서 쓰는 법은 시리즈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