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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Mar 26. 2017

자소서 파헤치기 #2. '성장과정'편

'성장과정'은 당신의 육아일기가 아니다. 



# '자소서 파헤치기'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  '1. 지원동기' 편 보러가기 > 



취업 자소서의 질문 중에서 현재에 관해 묻지 않는 질문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쓰라(과거)'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회사에 입사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커 나가고 싶은가?(미래)'라는 질문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성장과정'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성장과정'은 결코 쉬운 질문이 아니다. 


자소서를 여러장 쓰다보면 나름 질문의 유형을 파악하게 된다. 

어떤 기업은 그래도 이것 저것 상세한 질문을 해서 그나마 감이라도 잡히는데 대다수의 자기소개서 질문은 큼지막한 물음들에 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꽤나 난감하다. 

과연 이 질문들에 답한다고 정말 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그 중 많은 취준생들이 어려워 하는 질문은 바로 '성장과정'에 대한 것이다. 

보통 취업을 앞둔 후배들을 상담해줄 때나 취업 설명회 등에 가서 내가 받은 질문들을 정리해 두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의외로 성장과정 항목에 대한 질문들이 많아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 성장과정을 쓸 때 드라마틱한 경험들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만들어서라도 써야 하나요?

-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어떻게 압축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 지원하는 회사와 무관한 경험들은 최대한 제외하고 써야 하나요? 그럼 쓸 말이 없는데요...

- 나를 제외한 가족,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일정 부분 써야 좋은 건가요?



이처럼 '성장과정'에 대한 기준점 조차 잡기 어렵다보니 자소서를 써내려가는 건 더 막막하다.




#. '성장과정'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자소서 파헤치기 #1. 지원동기'편에서도 그랬듯이 우리에겐 질문의 재규정이 필요하다.

즉, 자소서의 각 질문들이 가진 숨은 뜻을 명확하게 파악한 다음 그에 맞는 컨텐츠를 채워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럼 '성장과정을 쓰라'는 건 대체 어떤 질문일까?

그건 바로 

'지금의 당신이 있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를 정의해야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까지 무엇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야한다.

사람, 환경, 사건, 사물, 경험 등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나라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중 가장 임팩트가 큰 것을 골라보면 된다. 


정리보자면 '성장과정'이란 현재의 나를 규정하고 그 원인과 계기를 과거의 굵직굵직한 경험에 빗대어 설명해보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성장 영화 역시 주인공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영화 보이후드>




#. '경험' 이야기의 구조 


자,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긴다. 과연 어떤 경험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하는 문제다.

사실 요즘은 그런 학생들이 좀 드물지만, 한 때 성장과정을 쓰라고 하면 정말 '엄격하신 아버지와 온화하신 어머니 아래에서 장남으로 태어나..'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이 부모님이나 가족이라면 굳이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주관적인 가정 이야기보다는 자소서를 읽는 채용담당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 경험을 풀어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 


또한 가급적 최근의 경험을 쓰는 것이 좋다. 

보통 남녀 구분없이 취준생의 나이대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가정할 경우 최대한 고등학교 이후의 경험들 중 인상깊은 것을 찾아야 의미 있다. 

그 중에서 자신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경험이나 혹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핵심으로 풀어나가면 더 도움이 된다. 반대로 성장과정이라고 해서 연대기처럼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건 최악의 구성임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글의 후반부에서 '지금 성장한 나의 모습, 상태'를 한 번 더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성장과정은 주로 중심 내용이 앞뒤로 반복되는 '양괄식 구조'로 쓰는 것이 좋다. 

글의 초반에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이런 사람이 되기까지 큰 영향을 끼친 사건, 사람 혹은 경험들을 소개하고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나의 이러한 가치관은 당신의 기업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강조해주면 깔끔한 구성이 된다. 


'지금의 나'를 규정하는 것이 가장 기초이자 핵심이다.


 


#. 의외로 중요하다. 


질문이 모호해서인지 아니면 중요한 항목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자소서 항목 중 비교적 '성장과정' 부분에 공을 들이지 않고 넘어가는 지원자들이 많다. 때문에 대부분 성장과정은 복사+붙여넣기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에 작성해 놓은 자소서 속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재탕하는 경우 말이다. 

하지만 실제 채용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장과정이야말로 지원자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항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사람들의 살아온 인생이 다양한 만큼 조금이라도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화에 유리한 항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성장과정을 2-3개 질문으로 쪼개서 구체적으로 묻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대놓고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처럼 내 삶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질문들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당황하지 말고 찬찬히 풀어보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규정하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들을 떠올려 보는 것. 


어쩌면 현상을 파악하고 원인을 찾는 것은 시대를 막론한 해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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