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영 Aug 13. 2017

자소서 파헤치기 #3. '장점과 역량'편

회사는 정말 내가 뭘 잘하는 지가 알고 싶은 걸까?


# '자소서 파헤치기'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1. 지원동기' 편 보러가기 > 

'2. 성장과정' 편 보러가기 > 



이전 '자소서 파헤치기'를 통해 지원동기와 성장과정 항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자소서의 질문들은 간단하지만 추상적이다. 반면에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분량은 정해져 있으므로 명확하고도 효율적이어야 함은 두 번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무엇을 묻는지 그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면 모든 글은 산으로 간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강점과 역량' 항목에서도 질문의 진짜 뜻을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 잘 하는 게 많으셔서 좋으시겠어요


뜬금없지만 소개팅 얘기를 잠깐 해보자.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꼴불견으로 보이는 순간이 언제일까? 사람마다 포인트가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 자기 자랑을 늘어놓을 때다. 너무 겸손한 것도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지만 당신의 그 잘난 척을 보려고 나의 귀중한 주말 시간을 반납하고 앉아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방의 이야기가 장점이 아닌 '잘난 척'으로 비치는 이유 중 하나는 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포인트의 문제다. 즉 자랑을 과하게 한 것도 문제겠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관심 없는 분야에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난 자동차에는 관심도 없고 세상 모든 차를 색깔 정도로만 구분하는 사람인데 거기다 대고 자기가 얼마나 운전을 잘 하는지 얼마나 좋은 차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봤자 전혀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없다. 

(간혹 예의상 '우와, 정말 대단하세요!'라고 한 말에 더 자신감을 얻고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결론은 뻔하다...)




#. 바보야, 문제는 '케미'라고!


다시 자소서 이야기로 돌아오자. 

이전 지원동기 편에서 '케미'를 강조한 적이 있다. 사실 자기소개서는 너(지원하는 회사)와 나(지원자)의 케미를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강조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케미를 증명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자신의 강점을 설명하는 '역량 부분'일 것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의 강점을 써야 하는 부분에서 막막해한다. 취업을 앞두고 의기소침해진 탓도 있겠지만 실제로 자신의 강점이 뭔지 그리고 이걸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쯤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질문을 해보자. 

대체 '당신의 강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우리에게 무얼 끌어내기 위한 것일까?


이 질문의 진짜 뜻은 

'네가 잘하는 것과 우리 회사가 잘하는(혹은 잘하고 싶어 하는) 게 같아야 해.'라고 할 수 있다.    


냉정히 말하면 회사의 입장에서 채용이란 자신들의 구성원 한 명을 추가로 뽑는 행위이므로 회사와 무관한 강점을 가진 사람은 제아무리 매력이 있다고 해도 붙잡을 수 없다. 

소개팅 상대가 당신의 장점 어필을 그저 잘난 척으로만 받아들인 것도 어쩌면 자신과는 무관한 분야의 무관심한 주제에 대해 열을 토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심쿵포인트'란 말에서 방점은 심쿵이 아닌, '포인트'에 있다.





#. 회사가 잘하는 것(혹은 잘하고 싶어 하는 것)부터 정의하


매번 강조하지만 자신의 시각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것이 왜 강점이 될 수 있는지를 납득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하는 회사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통 지원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자신의 장점을 '회사원의 미덕' 중에서 찾는 것이다.

부모님에게서부터 물려받은 성실함 / 그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는 열정 /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긍정적인 성격까지.. 이 요소들이 가진 좋은 점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담당자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힘든 이유는 대체 이 장점이 어떻게, 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서다. 


그러니 지원자 스스로 그 회사가 잘하는 것 혹은 앞으로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간단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표면적인 분석보다는 스스로 열심히 고민하고 분석해본 노력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영업직에 지원했다는 한 지원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소위 터프한 영업 필드 중 하나로 꼽히는 사무기기 영업사원이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영업직이야말로 사람을 귀찮게 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제가 다른 영업사원들로부터 의미 없는 설명을 들으면 정말 귀찮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르바이트로 영업 활동을 했을 때도 제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뒤 고객을 만나 설명하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실적도 좋아지고 고객들로부터의 평가도 후했습니다.' 


이 지원자의 이야기가 그냥 흔해빠진 잘난 척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실관계의 맞고 그름을 떠나 자신이 지원하는 분야인 영업 직군의 본질에 대해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고 이를 위해 자신이 한 노력과 결과를 강점으로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매력적이다. 



애플의 자기 자랑은 위대하기까지 하다. 언제나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 장점이란 크기보다 짜임새다


커서만 깜빡이는 새하얀 모니터 화면 위에서 내 장점이 뭘까라고 몇 시간 째 고민해봤자 뾰족한 수가 없다. 

설사 그렇게 골똘히 생각해서 자신의 장점을 꾸역꾸역 써 내려갔다고 해도 그게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확률도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니 자신이 정말 잘하는 게 있어도 그게 내가 지원하는 회사와 잘 맞는지를 고민한 다음, 어떤 부분으로 어필할 수 있는지를 잘 설계해보자. 특출날 것 없어 보이는 장점과 역량도 짜임새 있는 설득력을 갖추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의외로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의 장점을 서술할 때 '이렇게 말하면 너무 재수 없어 보이려나?'라고 고민한다.

하지만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듯 중요한 건 태도가 아니라 주제다. 내가 말하려는 것이 상대가 관심있어 할 주제인지를 먼저 고민해본 다음 어떻게 자랑할지를 생각해도 늦지 않다. 

 

(그렇다고.. 소개팅 자리에가서 상대방을 정의하고 분석하는 행위는.. 하지 말도록 하자)





* 자기소개서 쓰는 법은 시리즈로 계속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소서 파헤치기 #2. '성장과정'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