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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Oct 03. 2016

첫 직장을 '스타트업'에서
시작해도 괜찮을까?

연봉, 안정성, 대기업에 대한 미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관련해 자기소개서를 리뷰할 일들이 종종 생긴다. 

요즘엔 자기소개서를 쓰는 스킬들이 늘어서인지 아니면 진짜 신입생 시절부터 다양한 준비를 해와서인지 꽤나 관심이 가는 자소서를 많이 본다. 

그 중에서도 최근 2-3년 동안은 '스타트업'에 대한 직무 경험을 강조하여 쓴 친구들이 눈에 띈다. 5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모바일 붐을 타고 시작된 스타트업 창업 열풍도 한 몫 했겠지만, 취업 만큼이나 어려운 인턴 자리 꿰차기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경험을 쌓고 싶었던 친구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요 근래 취준생 후배들에게서 연거푸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바로 '첫 직장을 스타트업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하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본인이 좋다면 해야하는 게 맞는건데, 후배들 입장에서도 고민되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닌 듯 했다. 



첫째는 연봉이었다. 

사실 넉넉한 연봉을 주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정확할지도 모른다. 특히나 자사의 발전을 위해 어렵게 모셔온 베테랑 직원이 아니고서야 스타트업 기업의 신입에게 만족스러운 연봉을 제시하는 곳은 드물기 마련이다. 아무리 꿈을 찾아 유랑하는 해적선이라고 해도, 연봉을 무시하고서 순풍에 돛단듯 일할 수는 없을터이니.


둘째는 안정성이었다.

지금이야 분위기도 좋고 일도 재밌고 한데, 2-3년 후에 회사가 망해서 사라져버리면 어떡하나하는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스타트업의 환경상 창업 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케이스가 아주 많다. 지금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면 외부에서 투자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셋째는 대기업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그래도 큰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이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나보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큰 조직에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하며 직무를 배운 사람보다 조금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될 수도 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오는 사람은 많아도 스타트업에서 대기업 오는 사람은 없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계속 머리에 맴도는 상황에서 무조건 스타트업을 고집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통 이런 질문을 받는 친구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젊으니까 그래도 부딪혀봐'라고 하거나 '그냥 일단 대기업 들어가서 한 몇 년 배우고 나와서 스타트업 해' 식의 대답은 정작 그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신 정말 본인이 눈 앞에 두고 있는 가치에 대해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부터 차근 차근 이뤄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데 '연봉'이 매우 중요하다면, 사실 스타트업에서 그 가치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몇 년내 그 회사가 아주 잘되서 연봉도 오르고 더불어 스톡옵션도 받는다면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이지만, 이는 극히 드문 케이스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불어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아 큰 회사로 이직하려고 할 때도 연봉협상 시 협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반면 '경험'을 최우선의 가치에 둔다면, 스타트업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사실 기업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5년 동안 아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기는 어렵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 분야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싶으면 3년, 이제 어떻게 일해야하는지 알 것 같다 싶으면 5년이 지나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1인이 A부터 Z까지를 일당백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본인이 스타트업의 마케팅 담당자로 들어갔다면, 외부 협력사와의 미팅부터 시작해 내부 브랜딩, 홍보, 컨텐츠 제작, 대행사 관리 등 가리지 않고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근데 이런 체질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 반복적인 업무를 지겨워하고 뭐라도 부딪혀서 하나를 더 배워보고 싶은 스타일이라면 적극 권한다. 


글의 초반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기업 입사를 위한 경험 차원에서의 스타트업'이라면, 보다 신중해지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사실 스타트업에서의 3개월 직무 경험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채용 담당자가 몇이나 있을까 싶다. 

예전에 어느 면접에서 스타트업을 다녔던 경험을 자랑처럼 얘기하는 면접자가 있었다. 막판에 '근데 왜 그만두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더 큰 기회를 얻고 싶어 다니던 스타트업을 그만두고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면접관 모두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가봐도 그저 지나가는 경험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대목이었다. 



답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사실 작고 빠른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게 좋은지 아니면 크고 체계적인 회사에서 첫 걸음을 시작하는게 좋은지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오래된 고민거리다. 게다가 요즘처럼 창업을 권하고 심지어 1인 창업시대라고 외치는 분위기 속에서는 어떤 게 나와 더 맞을지 몰라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곳, 어느 환경에 놓여있더라도 가장 우선시 되어야하는 것은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이를 위해 자신에게 보다 솔직해져야하고, 마음이 말하는 소리를따라 움직이는 것이 맞다.

연봉 높은데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위험하지만, 연봉은 신경쓰지 말고 일단 하고싶은 것 부터 하라는 조언도 리스크가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시점에서만큼은 주변 사람들의 조언, TV방송에서 말하는 그럴싸한 말들, 책에서 읽은 유명인의 십계명 보다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과연 나는 지금 무엇을 가장 우선시하고 싶어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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