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11
01.
간혹 인스타그램 DM이나 여러 채널들을 통해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특정한 질문이 아니라 평소 제가 받는 질문들 중에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가 뭘까 싶어서 그 부분을 한 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02.
당연히 '기획', '기획자', '브랜딩', '마케팅' 같은 직무와 관련한 단어도 있고 혹은 '성장', '커리어', 같은 진로에 어울리는 단어도 있으며, '책', '부캐', '사이드잡' 처럼 지금의 삶에서 조금 다른 방향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던져주시는 단어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의외로 참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점'과 '단점'이라는 워딩입니다. 질문 자체에 포함되었든 아니면 본인의 질문을 설명하는 용도로든 이 장점과 단점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언급해 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거든요.
03.
어쩌면 당연할 겁니다. 사실 개발이나 디자인 쪽과는 또 다르게 기획이나 마케팅, 브랜딩 쪽은 자신의 역량을 구체화하여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잘 파악해 이를 업무에도 활용하고 커리어를 설계하는 데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싶을 테니 말입니다.
04.
질문을 주시는 분들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저는 이런이런 게 장점이고 저런저런 게 단점인데 제가 이 직무를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시거나, 본인의 장점들을 언급하시면서 커리어를 전환하는데 이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아닐지 의견을 여쭤보곤 하시거든요. 그런데 그때마다 저는 속으로 약간의 혼란을 겪습니다. 왜냐면 이분께서 설명하시는 게 그저 장점에 불과한지 아니면 그게 본인 스스로에게 역량화되었는지가 헷갈리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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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분들이 장점과 역량을 대충 뭉뚱그려 취급하시는 걸 자주 목격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고 특히 업무를 함에 있어서는 지극히 객관화되어야 할 대상이죠.
(저는 단어의 뜻을 알아보는 걸 좋아하니까) 제 생각을 늘어놓기 전에 우선 장점과 역량에 대한 사전적 구분부터 해보겠습니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장점은 '좋거나 잘하거나 긍정적인 점'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반면 역량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의미하죠. 생각보다 클리어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전적 의미를 들여다보면 장점과 역량이 주는 개념의 무게치는 엄청나게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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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이 두 단어에 관한 제 생각을 이렇게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장점이 특성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역량은 '능력화'된 무엇이라는 것.
- 장점이 자타가 짚어주는 개인의 strength라면, 역량은 결과로 증명할 수 있는 capability라는 것.
- 장점이 타고난 성향이나 기질과 연관되어 있다면, 역량은 경험과 학습, 인사이트와 증명을 베이스로 한다는 것. - 장점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면 (ex. 꼼꼼하다고 하면 유연함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긍정적이라고 하면 현실감각이 부족하지는 않을까라는 반대 공격의 포인트를 생성해 내는 반면) 역량은 그저 '있거나 혹은 없거나'의 문제라는 것.
- 장점은 0인 상황에서 +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지만 역량은 -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0이나 혹은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는 것.
07.
따라서 적어도 직무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설명할 때는 이 장점과 역량을 정확히 구분해서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애매하게 느껴진다면 '저는 ~를 할 수 있고, ~에 대한 경험이 있으며, ~를 이뤄봤고 (혹은 달성해 봤고), 그것은 ~을 통해 증명할 수 있습니다'로 표현되는 것은 역량으로, 반면 '저는 ~을 잘하고, ~을 좋아하며, 주변으로부터 ~하다는 평가를 자주 들으며, ~하는 성향입니다'로 끝나는 문장들은 장점으로 구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08.
한 가지 덧붙이자면 주로 역량을 베이스로 한 다음 자신의 장점을 설명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객관적인 능력치 위에 주관적인 강점을 얹는다면 자신이라는 포트폴리오를 훨씬 더 매력적이고도 단단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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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장점을 키우는 방향인지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인지를 판단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저 이 조직 안에 있기 때문에 혹은 내 개인기(?)가 먹히는 환경이기에 가능한 것들인지 아니면 같은 필드의 어느 회사, 어느 조직을 가나 공통적으로 인정받고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인지를 파악하는 게 곧 나의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특히 경력이 꽤나 있으신 분들도) 이 두 가지 개념을 혼동해 사용하시기에 꼭 강점과 역량에 대한 구분을 한번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10.
추가로 할 얘기가 있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는 듯해서 '장점과 단점'에 대한 저의 생각은 두 편으로 나눠 다룰 예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직무적 역량이라는 것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상태로 우리 일에서의 장점과 단점의 의미를 한 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그럼 못다 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
> 장점과 역량 이야기 2편 https://brunch.co.kr/@moonkka/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