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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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떠올리는 종류와 형태가 다르긴 하겠지만 성장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극히 적을 겁니다. 우리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도, 현재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일을 작게나마 발전시키는 것 모두 성장에 해당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마다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각자가 받아들이는 성장에 대한 임팩트가 너무도 크게 차이 나는 것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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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의외로 답이 좀 좁혀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어떤 사람이 성장하기에 불리한가?'라고 말이죠.
사실 성장에 관한 책들을 수십 권 읽고, 자기 계발 채널의 콘텐츠를 탐닉한다고 해도 성장하는 방법과 경로에 대해서는 의견이 수도 없이 엇갈리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은 순간 눈속임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의미 있는 성장을 하기엔 불리하다'라는 그 의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좀 발견되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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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참여하기보다는 관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성장에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뜻 본인은 플레이에 직접 가담하지 않으면서 남이 한 결과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평가만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플레이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거나 참여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자체는 두려워하면서 또 관망과 평가는 하고 싶은 묘한 이중잣대를 가진 사람들이죠. 이런 유형은 직접 플레이하지는 않아도 본 것이 많기 때문에 지식도, 경험도 충분히 쌓여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성장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놓는 사람들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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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회의적이고, 비꼬기 좋아하며, 타인의 결과물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입니다.
안타까운 건 위에서 언급한 1번 유형이 이 유형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예전에도 글을 통해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보통 자기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은 타인의 것을 지적하거나 깎아내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곤 합니다.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것을 물고 늘어져야만 자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슬픈 운명인 거죠.
때문에 준수한 결과물을 두고도 '나라면 이렇게 안 했다'는 코멘트를 덧붙이고, 정확한 지적보다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니'라는 종말론적 결론으로 사람들을 유인하곤 합니다. 사실 이럴 바에는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여러 사람에 아주 큰 도움이 되는 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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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죠? 맞습니다.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유형은 바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사람'들입니다.
성장에 더딘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두 가지 형태의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하나는 일단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부터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도 알고 있다. 근데 당신이 한다고 별 수 있을 것 같냐'라며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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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나치게 스스로를 옥죄고 자기검열하는 성격도 문제가 되지만 타인의 비판을 그저 짜증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결코 큰 성장을 이룰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자서전에서 밝힌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나는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을 땐 일단 적어놨다. 그리고 나중에 화가 풀리고 나면 그제서야 다시 꺼내 읽어봤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맞는 말을 할 때는 껍질은 버리고 알맹이만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뭐 박지성 선수만큼 현명한 사람은 될 수 없을지언정 적어도 '나를 향한 비판에 반사거울만 들이미는 사람은 되지 말자'가 우리가 흡수할 수 있는 교훈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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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성취의 맛은 오래 만끽하고 실패의 맛은 금방 까먹어버리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는 빨리 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는 게 중요하고 말하지만 이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지 그 과정에서 배운 레슨을 잊고 자기가 이룬 것에만 매몰되어 있으란 말이 아닙니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거냐에 대한 문제는 우리 각자의 경험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포인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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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심지어 여러 권의 책을 쓴 유명인의 글을 유심히 보다 보면 늘 자기가 이룩한 한두 개의 성공을 끊임없이 우려먹는 케이스를 발견할 때도 있죠. 그리고 자기 이력에서 발생한 실패들은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정신 승리하는 마인드로 어영부영 넘어갈 때면 에스프레소로 아메리카노를 만든다고 해도 더 이상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가 하는 대부분의 말들이 개인의 감정에 따라 왜곡되고 부정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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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혹시라도 '얼른 성장해서 빨리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성장에 좋다고 하는 건 일단 삼키고 보자'라는 마음이 커진다면 우선 '나는 성장하기에 유리한 사람인가?',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아주 나쁜 습관들을 몸에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는 게 먼저일 수 있습니다.
건강 정보 많이 안다고 해서 모두 건강해지는 게 아니고 슈카월드 열심히 본다고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성장에 대한 욕심을 채우는 것과 성장에 유리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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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엔 이런 유형의 사람을 보면 나 자신부터 한 번 더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것도 같아요. 본인은 딱 욕 안 먹을 정도의 회의적인 관망자 스탠스를 취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 핀잔을 날리는 사람들, 그러다 누군가 자신을 비판하면 거기엔 또 즉각적인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더불어 한두 개의 작은 성취를 신봉하거나 이상하게 구축된 자기 관념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양 안고 사는 사람들 말이죠.
우리가 드라마틱한 성장은 못하더라도 어딘가에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면 안 되는 거니까요. 진짜 성장을 위해서라면 그 족쇄부터 푸는 현명함과 용기가 필요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