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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Sep 27. 2016

자기소개서 속 '거짓말'
어디까지 허용될까?

거짓말을 하자니 찝찝하고 솔직하게 쓰자니 허전한 자기소개서의 딜레마




종종 자기소개서 첨삭을 의뢰받는 경우가 있다.

왠만해서는 자소서를 읽은 후의 소감과 아쉬운 점을 전달할 뿐 되도록 문장에 대한 디테일한 언급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자소서는 서류 심사 때 뿐만 아니라 면접과 최종 합격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본 자료가 되기 때문에 괜히 다른 사람의 손을 탔다가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최종 합격자를 고를 땐 다시 자기소개서부터 검토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소서에 대한 리뷰를 부탁하는 취준생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바로 본인의 경험과 스토리를 어느 정도까지 과장해도 무방하냐는 질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자소서를 100% 팩트와 객관성을 기반으로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어필해야하는 목적의 글이므로 당연히 필요에 따라 조금의 과장과 허구가 삽입될 수 있음은 인정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소서를 쓰는 사람들의 고민은 크다. 얼마전 모교의 후배에게서 받은 질문도 비슷한 것이었다. 


'자소서를 쓸 때 본인이 거둔 성과나 활동들을 조금 부풀려 써도 되나요? 아예 거짓말은 아니고 그냥 조금 양념을 치는 정도인 거 같은데요..'



뻥, 어디까지 쳐봤니 



나는 대답에 앞서서 (고리타분하긴 하지만) 단어의 뜻부터 좀 정리해보자고 했다. 

일단 '거짓말'이란,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이므로 자소서에서 절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운이 좋아 서류 심사자가 그냥 믿고 넘어갈 확률도 있겠지만, 대부분 거짓말은 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서류를 통과했다고 해도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면접때는 거의 70% 이상이 자기소개서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던져지는 질문이기 때문에, 나름 거짓말을 잘했다(?)고 하더라도 추가 질문에서 들통나기 십상이다. 따라서 본인이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내용을 쓰거나 팩트를 조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둘째 '부풀린다'의 의미를 따져보자. 

보통은 자신의 성과를 과장할 때 많이들 쓰는 수법이다. 실제 자신이 겪은 이야기나 경험들을 나열하면서 그 결과만 조금 오버해서 쓰는 정도로 많이들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어느 정도는 허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명확한 수치가 있는 결과물을 과장해서는 안된다. 등수가 매겨지는 활동이라던가 기간, 활동 범위들을 과장해서 쓰는 건 위에서 언급한 거짓말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결과가 정성적인 평가로 이루어지는 항목이라면 필요에 따라 조금의 양념치기는 애교정도로 봐줄 수 있다. 실제 채용담당자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왠지 의심이 가긴 하지만 이 정도는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거니 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선'이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 선을 우리가 함부로 예측할 수도 없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겸손하게 쓰는 것보다는 조미료를 조금 가미하는 정도는 할 줄 아는 것도 융통성이다.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



마지막으로 '포장한다'의 뜻을 한 번 생각해보자.

실제로 우리가 자소서 뿐 아니라 면접 전반에 걸쳐 잘해야 하는 건 바로 이 '포장하기'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포장한다는 의미가 안 좋은 뜻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언제 어디서나 '포장하기'는 중요하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컨셉 메이킹(concept making)'에 가깝다. 즉,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리지 않고도 채용담당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포커스를 어디에 둘지'부터 고민해야한다

실제로 본인이 그럴 의도나 목적으로 한 활동은 아니었지만, (혹은 실제 경험한 후에 그 정도의 뿌듯함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자소서에서 버리기 너무 아까운 소스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를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잘 엮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가장 강조할 수 있을지 포커스를 맞추어 어필해야한다. 


보통 자소서를 단조롭게 쓰는 학생들은 한 가지 경험 당 한 가지 의미만을 살려 반복적으로 써내려간다. 

예를 들자면 동아리 활동 속에서는 협업하는 능력을, 어학 연수 동안은 낯선 곳에서의 적응 능력을,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는 근성과 성실함을 얻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대학생활을 열심히 보낸 학생이라도 경험의 폭에는 한계가 있고 소스는 한정적이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한 가지 경험 속에서도 다양한 가치들을 끄집어 내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 '컨셉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짓말'과 '부풀리기'는 무엇을 조작하거나 키우는 식이지만, '포장하기'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냐,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이냐 하는 'How'에 대한 개념이라는 걸 잊지말자.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



채용담당자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뽑고 싶은 사람의 자소서나 면접 과정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바로 이야기의 주도권을 채용담당자가 아닌 '면접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한다. 이는 말을 많이 하거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는 다른 얘기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건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듣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어떤 가치를 이야기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자기소개서를 쓸 때 거짓말은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을까?'

결론은 '거짓말은 안된다'는 것이다. '부풀리기'도 객관적인 사실을 조작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경험을 부각시키는 정도로만 사용하도록 하자. 


대신 '포장하기'(나는 적어도 취업과정에서만큼은 이를 '컨셉 메이킹'이라고 부르고 싶다)의 기술은 꼭 익혀두자. 내용물과 어울리는 포장은 그 가치를 배가시키며, 초점을 명확하게 잘 잡고 시작한 이야기에서는 내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있는 선물 상자 중 가장 맘에 드는 상자를 골랐는데, 그 속에 정말 내가 가지고 싶었던 선물이 들어있다면 그 만큼 금상첨화도 없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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