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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Sep 29. 2016

취업 후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각종 커뮤니티 속 취업 후기들, 정말 신뢰할 만한 것들일까?





#1. 

고등학교 시절, 교문 앞에서 나눠주는 학원가 전단지 한 번 안 받아본 사람 없지 않을까.

졸리는 눈 부비며 한 손에 받아든 전단지 속에는 학원 홍보외에도 본원 출신으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생생한 후기 같은게 담겨있기도 했다. 마치 '공부의 신'이 나를 구원하러 온 것인 마냥 여름방학은 이렇게 보내고 겨울 방학은 이렇게 보내라는 둥 이 과목은 어떻게 공부하고 저 과목은 또 어떻게 공부하라는 둥 자신의 비법을 자랑처럼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2. 

취업설명회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가 예정되어 있는터라 몇 주전 서점을 방문해 취업 관련 서적들을 훑어봤다. 내친김에 예전에 취업 준비할 때 자주 드나들던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도 다시 방문해보고 요즘 뜬다는 취업 카페도 몇 군데 가입했다. 도움되는 컨텐츠도 많았지만 도무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헷갈리는 설명도 많았다. 마치 예전 고등학교 시절 학원 전단지 속에 있던 합격 후기를 읽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특히 취업 카페의 면접이나 인적성 후기들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케이스가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 이 정도되니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취업 후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취준생 대다수가 의지한다는 취업 커뮤니티



상, 하반기 채용 시즌이 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주 입력되는 검색어가 '취업 후기'다. 특정 기업의 면접 후기나 인적성 테스트 후기, 최종 합격의 비법(?) 등을 담은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어보려는 취준생의 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참고'의 용도로 활용할 뿐 무턱대고 신뢰하지는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면접 후기의 경우 주관적으로 분석한 글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는 합격자 본인 조차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모 기업의 경우 채용 담당자와 친분이 있어 자주 면접 후기를 듣고는 하는데, 실제 취업 커뮤니티에서는 자기 회사의 취업 후기가 사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전했다. 얼마전 진행한 강의에서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취업 정보를 얻는다는 학생이 전체의 80%가 넘었다. 급한 마음에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고 일단 후기부터 찾아본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럼 과연 어떤 후기는 믿을 수 있고, 어떤 후기는 믿을 수 없을까?

단정하기에 앞서서 취업 커뮤니티의 후기 유형들을 살펴보자.



절대로 현혹되지 말라



1)  감정폭발형


자세한 후기 보다는 본인이 느낀 감정으로만 도배하는 유형이다. 주로 '어렵다', '무섭다', '떨린다' 등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상태만 나열해서 면접장이나 시험장에서의 분위기를 실제보다 훨씬 왜곡해서 전달한다. 특히 면접관에 대한 인상이나 애티튜드, 질문 내용 등의 후기도 객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2) 카더라통신형 


'OO기업은 ~한 사람을 좋아한대요', '면접장에서 절대 OO하지 마세요' 등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을 늘어 놓는 유형이다. 이런 루머성 후기들은 밖에서 보여지는 회사의 이미지만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특히 취준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쉽다. 


3) 헛다리형 


가장 위험한 유형 중 하나로 본인의 합격, 불합격 요인을 엉뚱하게 파악해 퍼뜨리는 유형이다. 자신이 영어 점수가 부족해 떨어졌다는 둥 인정석은 대충 봤는데 면접을 잘 봐서 붙었다는 둥 확인이 불가한 사례들을 후기처럼 쓰는데, 실제와 다른 경우가 아주 많다. 사실 기업은 여러 요인을 파악하고 전 과정에 걸쳐 지원자를 분석하기 때문에 합격과 불합격 요인을 한 가지로 꼽기는 매우 힘들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강조하는 포인트는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4) 광고팔이형


사실 이 유형을 보고는 좀 놀랐다. 생각보다 취업 서적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나 이미지 메이킹 강습소 등을 홍보하려고 이를 교묘하게 활용해 후기를 쓰는 경우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물론 실제로 특정한 책이나 학원이 정말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되어 고마운 마음에 후기를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취업은 시험을 보는게 아니라 사람을 채용하는 과정이기에 취업 관련 서적에서 콕 찍은 예상 질문이 면접에서 무더기로 나올 확률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특정인, 특정학원 등을 찬양하는 글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것이 좋다.


5) 스펙강조형


정성적인 분석보다는 정량적인 방법으로 후기를 쓰는 경우도 있다. 어느대학 졸업 / 학점 / 외국어 점수 / 어학연수 경험 / 공모전 등 대외활동 경험 등 먼저 스펙부터 나열한 다음 '내가 이 정도니 여기에 합격하더라.' 혹은 '이 정도 스펙이니 여기는 광탈이더라.'는 식으로 후기를 작성한다. 이는 사실과 다른 것도 있지만 후기를 읽는 지원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스펙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최근에는 스펙을 제외하고 자소서의 내용만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니 이런 스펙강조형은 맹신하지 말자. 



뭣이 중헌디?


채용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들도 잘 모르는 이상한 후기들이 취업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나간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놓고 귀막고 내 갈길만 가서는 해결이 안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마인드로 취업 후기를 접해야 할까?


일단 이른바 '면접 모범 답안'으로 불리는 후기들을 보며 예상 답변을 작성하는 것은 되도록 지양해야한다. 면접은 모법 답안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면접관과 면접자가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고 가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범 답안'을 규정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더불어 취업 관련 서적이나 면접과 관련한 책도 참고용으로만 접하는 것이 좋다. 특히 면접 Tip이라며 알려주는 디테일한 조언들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취업 서적의 경우 적게는 몇 만, 많게는 수십 만 독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쓰여지는 책이고 간혹 무의미한 통계나 분석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취업 서적은 '그냥 이런 방법도 있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후기는 후기일 뿐, 현혹되지 말자.

세상의 커플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나누고 고백하고 사랑을 키워가듯이, 똑같은 스토리와 방식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케이스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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