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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X6 중형 클래식 카메라, Nettar

Zeiss Ikon Nettar 157/16 에 관한 노트

by 문경민

사진을 어느 정도 찍다 보니 독일제 카메라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 카메라 중고장터에서 중형 카메라 Zeiss Ikon Nettar를 보고 구매했다. 그 당시만 해도 중형 포맷(6X6)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독일 카메라를 사용해 봤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후 알게 된 것이지만 중형은 어렵고 독일 카메라나 렌즈는 '사용해 봤다'는 식의 시제 완료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병을 얻게 된다.)



ZEISS IKON NETTAR 517/16_1949년에 생산되었다.



중형 카메라이지만 접이식 카메라(폴딩형)이기 때문에 크기로 인한 불편함은 없다. 오히려 접었다 폈다 하면서 조작적 재미를 주는 카메라다. 거리계가 연동되지 않아 목측으로 측정해 초점을 잡는다. 조리개 값을 8에서 11 정도에 설정해 놓고 찍으면 어느 정도 초점은 거의 맞는다. 무엇보다 이 중형 카메라의 매력은 일반 카메라에서 나오는 비율이 아닌 정방형 즉 정사각형의 포맷으로 찍힌다는 것이다. 중형이라는 판형에서 나오는 깊이와 정방형이 합쳐지면 사진의 심도를 떠나 그 어떤 렌즈라도 매력적인 사진이 나온다. Zeiss Ikon Nettar는 가장 저렴하게 이 포맷으로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닌가 생각된다.



매력적인 벨로즈(Bellows, 주름상자). 렌즈부에서 셔터장전, 셔터 스피드, 조리개, 초점거리를 설정한다.




서툴게 120 포맷 필름을 넣고 단지 시도해 본다는 느낌으로 사진을 찍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멋진 사진을 담아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것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과연 필름에 상이 맺힐까. 막연함으로 한 컷씩 찍어 간다.



카메라 필름부. 접혀있는 주름상자가 인상적이다.



사진을 찍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없다. 마음에 드는 피사체나 풍경이 발견되면 심도 표현의 확인을 위해 필름 감도 ISO 200 기준으로 조리개를 최대 개방값에 두고 최대 셔터인 1/200초로 설정한다. 눈대중으로 거리를 계산해 초점거리를 조작한다. 파인더에 눈을 대고 구도를 맞춘다. 셔터를 누르기 전 호흡을 가다듬는다. 셔터를 대고 있는 검지 손가락에 서서히 힘을 준다. '팅'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힌다. 그리고 갸우뚱거린다. 제대로 찍히긴 하는 건가. 막상 찍고 나니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왼쪽은 필름을 감는 것과 렌즈 돌출 버튼, 오른쪽은 셔터 버튼이 있다.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 사진을 찍는 과정 중 늘 이런 생각이 든다. 불확실한 과정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를 향한 호기심적 접근과 피사체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고자 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호기심적 촬영이라는 것은 존재적 나를 발견하려는 시도로써 그것이 행위적이나 육감적인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카메라는 자아적 실체를 발견하는 것에 대해 실용적이면서도 미적 가치로써 변함이 없고 심미적 효과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물건이다. 단순한 행위지만 그 과정에서 살펴 얻어지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클래식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은 도전적 과제의 시도와 실패를 반복함으로써 알 수 있는 감정이나 감성, 정서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결과물보다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 변수에 대한 너그러움, 기대하지 않은 결과물에 대한 감동, 기다림을 통한 인내와 설렘과 같은 것들의 조합 등이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나에 대한 배움의 과정으로 들어가게 한다. 나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한 이해이며 결국 타인의 이해로 확장되어진다. 카메라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공부하기에 적합한 도구이다.



렌즈부에 셔터릴리즈를 부착할 수 있다.



작업을 끝내고 업체에 현상을 맡겼다. 한 컷이라도 제대로 나올지 모르나 처음 시도된 필름을 맡기는 것은 약간의 초조함이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이후 최악의 결과를 볼 때 한결 마음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현상이 약속된 날에 사진관에 가서 현상된 필름을 받고 재빨리 형광등 쪽으로 필름을 들어 본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칸칸마다 찍은 피사체가 보인다. 나오긴 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집으로 돌아가서 스캐너가 없기 때문에 DSLR 매크로 렌즈를 통해 필름 카피 작업을 한다. 필름 전용 스캐너에 비할 최상의 결과물은 아니지만 중형으로 찍은 사진이 색을 입고 나왔다. 그 순간 일련의 과정들이 생각나며 작업했을 때 당시의 감정이 떠오른다. 나는 무엇을 담길 원하는가. 행위로써 만족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물음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이후 오랜 시간 중형 필름은 보관함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형의 매력에 빠지면 나는 곧 파산할 것이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서는 롤라이플렉스를 꿈꾼다. 커다란 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꿈을.






내 사진은 대상의 의미와 그것을 넘어서는 탐색이다 _ 도마쓰 쇼메이


Zeiss Ikon Nettar 1/200 f4.5_문경민 2008





Zeiss Ikon Nettar 1/200 f4.5_문경민 2008





Zeiss Ikon Nettar 1/200 f4.5_문경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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