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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경민 Aug 22. 2016

부활의 시작, M4-2

Leica M4-2 에 관한 노트

                                                                                                                             

  사진 작업을 하면서 전자식 카메라보다 신뢰할 수 있는 카메라가 필요했다. 카메라를 급하게 들고나갈 때 배터리 충전이 안되어 있을 경우나 메모리 문제라든지 자주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제약적 문제가 생겨서다. 조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 기계식 카메라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해결 과정은 단순하다. 배터리와 메모리가 필요 없는 카메라. 어떤 상황이든 신뢰할 수 있는 카메라. 크기가 작으면서 되도록 가벼운 카메라. 이런 식으로 좁혀가니 최종적으로 라이카 RF M 시리즈 카메라라는 답이 나왔다. 다만 문제는 늘 그렇듯이 비용이다. 노출계가 있는 M6은 100만 원이 넘는다. M6은 제외. 그렇다면 상태에 따라 더 저렴하게 측정되는 M2, M3, M4, M5 중 중고장터에 나오는 대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며칠 동안 잠복 끝에 비싸게 측정되는 라이카 카메라를 제외하고 원하는 가격대인 카메라가 나타났다. M4-2 카메라다. 생각보다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조금 더 저렴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판매자와 약속 장소에서 만나서 카메라를 확인했다. 처음 접하는 라이카이기 때문에 카메라 상태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단지 작동이 잘 되는지만 확인했다. 리와인딩, 셔터, 셔터 스피드, 파인더 정도만 보았다. (조금 더 본다면 셔터 버튼의 부드러움과 리와인딩의 저항감, 이중 합치의 선명함, 볼커나이트의 상태 같은 것도 참고해 두면 좋을 것이다.) 카메라에 큰 문제가 없어 보여 그 자리에서 구매했다.




Leica M4-2, 1977년에 제작되었다.  위에는 보이그랜더 노출계, 아래는 모터 드라이브가 장착되어 있다.




렌즈는 기존 장비에서 사용하고 있던 Leitz Summicron-c 40mm 렌즈를 마운트 했다. 크기와 신뢰, 전자부품 해방의 조건이 맞추어졌다. 라이카가 아닌 다른 브랜드로 이 조건을 맞출 수 있을까. RF 카메라에서 찾는다면 콘탁스나 캐논, 니콘, 베사 카메라 정도다. 이 중에서 가격에 따른 렌즈의 다양함이나 구하기 쉬운 것이 중요함으로 M, L39 마운트인 베사 카메라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셔터의 정숙함이나 내구성 요소인 플라스틱 부품의 정도를 따진다면 베사도 선택되기 어렵다. 브랜드 가치를 말하지 않더라도 라이카의 대안은 찾기가 쉽지 않다.




M-Rokkor 28mm 렌즈와 외형적 매칭이 좋다.  M4-2는 28mm 프레임을 지원하지 않지만 화각의 불편함은 없다. (M4-P는 지원한다.)




라이카는 1954년 RF 카메라인 M3 이후 MP, M2, M4의 성공을 거둔 다음 1971년에 M시리즈 실패작인 M5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노출계가 들어간 M5는 시대를 앞선 카메라임은 분명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M5를 보면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발전된 기술과 효율적 구조로 만들어진 M5가 어떻게 시장의 실패를 가져왔는가. 디자인의 문제인가. 크기와 무게의 문제인가. 사용자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제작의 의사 과정 문제인가. 시대의 문제인가.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등의 여러 질문이 떠오르지만 한 시리즈의 판매 부진으로 RF M시리즈를 사업 철수까지 몰고 간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당시 판매 부진의 이유가 있겠지만 1994년 일본의 수집가에 의해 뒤늦게 가치를 발견하고 인정받게 되었다. 역사를 가진 라이카만의 재미다. https://www.cameraquest.com/m5.htm)

여러 과정 중 어렵게 살아난 라이카 RF 사업부는 1976년 캐나다에서 제작된 M4-2로 부활하게 된다. 이후의 카메라도 M4의 형태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진다. (M4-2의 아버지 Walter Kluck 이야기 http://www.leica-gallery.org/leica_m/leica4_m6&others.htm) 라이카(라이츠)가 사업 철수로 M4-2를 생산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라이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일본의 SLR 카메라 강세에 밀려 칼 자이즈(Carl Zeiss)처럼 광학 회사로만 남지 않았을까. 아무튼 지금까지 살아남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일까...)




M4-2 뒷면_ 볼커나이트가 떨어지기 시작해 마스킹 테이프로 버티고 있다.




M4-2를 사용하는 동안 심리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배터리가 필요 없으니 준비에 대한 부담이나 초조함도 없다. 촬영에 여유가 생긴다. 다른 기계식 카메라보다 빠른 필름 교체가 가능하다. 필름을 메모리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에서 경험하지 못한 해방감을 라이카 필름 카메라에서 느낀다. (평소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물론 그만큼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있다. 목적이나 가치에 따라 다르지만 기계식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심리적 불안은 덜었다. 필름만 있으면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언제든 촬영 준비가 된다.




모터 드라이브 바닥 면에 라이츠 로고가 숨어 있다.




라이카 M 카메라를 사용하기 전에는 몰랐다. 왜 많은 이들이 라이카 병에 걸리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기계적, 미학적, 광학적, 수집적, 역사적, 마니아적 등 빠질만한 요소들이 즐비하다. 여러 요소들이 섞일수록 병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 보니 라이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 한 대만 만족하며 쓰시는 분이 과연 있을까 생각이 든다. 라이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상 장비 욕심이 생긴 수밖에 없다. 왜냐면 같은 카메라도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M3경우 시리얼 번호에 따라 개체가 다르다 보니 자신에게 맞는 카메라를 찾는 것도 병을 더하는 요소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더하면서 자신만의 라이카 탐구를 하게 된다. (여러 장비를 거쳐 M3 black paint, MP, M2R 같은 장비 한 대로 끝을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렌즈는 APO, 녹티룩스, 6군 8 매다. 이 과정을 거쳐야 병이 치유되는 것인가… 아무래도 난 안될 것 같다.)




보이그랜더 노출계 윗면_외장 파인더도 그렇지만 RF 카메라 액세서리는 대부분 스웨그Swag가 있다.




늘 문제는 호기심이다. M4-2를 잘 사용하기 위해 이런저런 정보를 조사했을 뿐인데, 단지 알아봤을 뿐인데 다른 M시리즈가 계속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M4-2 하나면 즐겁게 사용하기 충분하다. 몹쓸 호기심이 문제다. 굳이 M4-2를 M3와 비교해 본다면 가장 큰 차이는 정숙도 곧 셔터 소리다. M4-2가 큰 것이 아니라 M3가 너무 조용하다. 그 외 부분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세밀히 따지면 각 파트의 차이가 있지만 문제의 요소는 아니다. https://namu.wiki/w/M형%20라이카 이 링크는 전반적으로 라이카에 대해 잘 설명되었지만 초반은 신화가 아니라 라이카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M3는 정말 놀랄 정도로 셔터 소리가 부드럽고 작다. 필름 라이카의 부품은 거의 금속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하지만 무게는 부담이 아니라 좋은 부품을 사용했다는 신뢰의 느낌으로 온다. SLR과 비교하면서 크기가 문제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더 작을 필요도 없이 적당한 크기다.) 겨우 셔터 소리 차이로 다른 M 카메라를 구매하는 것은 낭비다. 리와인딩이 싱글이냐 더블이냐, 필름 감는 놉이 구형의 세련이냐 신형의 신속함이냐, 필름 카운터가 내장형이냐 외장의 톱니형이냐 같은 구별도 낭비다. 라이카 카메라만 왜 이런 낭비적 구별을 하게 되는 것일까.


최재천 교수의 ‘거품예찬’ 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화에서 거품은 기본이다. 자연은 스스로 지극히 낭비적인 삶의 방식을 택했다.” 라이카는 자연처럼 많은 개체를 남기며 진화를 거듭했다. 다행히 이제는 여러 시대를 지나 온 라이카의 진화에 대해 관망하고 여러 변화를 각자에게 맞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라이카의 진화는 진보된 진화가 아닌 자연 같은 다양함의 진화이기 때문에 펼쳐진 것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라이카의 개인 주문 방식인 알라까르떼 (a la carte) 서비스 생산 라인도 그 연장인 것이다. (하지만 알라는 너무 비싸다 http://www.leica-a-la-carte.com)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함. 이것이 라이카에서만 허용되는 진화적 낭비다.




사진은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요구한다. 중요한 것은 행위 뒤에 있는 사진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들은 복합적으로 얽혀 나의 목소리를 만들고 사진으로 옮겨진다. _ 파올로 펠레그린



Leica M4-2 Summicron-c 40mm C200 문경민 2011






Leica M4-2 Summicron-c 40mm C200 문경민 2011






Leica M4-2 Summicron-c 40mm C200 문경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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