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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엔, FM

Nikon FM 에 관한 노트

by 문경민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디지털 니콘 카메라를 사용했다. 이후 기계식 카메라에 매력을 느끼고 니콘 중 기계식 카메라를 찾게 되었다. 살펴보니 F, F2, FM, FM2, FM3A 정도다. 크기와 무게, 가격을 따지고 비교하니 FM 카메라가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 약간의 실험적 선택이다. 정숙도 때문에 RF 카메라만 사용하다 SLR 카메라가 나에게 맞을까.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이기 때문에 깊은 생각은 하지 않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FM을 구매했다. 다음 버전인 FM2는 인기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FM3A는 더욱 비싸다. FM은 10만 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SLR 기계식 입문으로 부담이 없었다. 상위 기종인 F시리즈와 다르게 헤드가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파인더 옵션에 대한 고민 없이 있는 그대로 사용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니콘 FM, 1977-1982년도에 생산되었다.




FM이 RF 카메라의 대체가 될 수 있을까. 기계식 라이카 M과 전체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처음 느껴지는 큰 차이는 무게감이다. 라이카가 금속 덩어리를 만지는 느낌이라면 FM은 가볍고 얇은 느낌이다. 두 번째는 내구성이다. 라이카 M이 모든 면에서 단단하고 빈틈이 없다면 FM은 셔터 스피드 조절부의 플라스틱 부품의 사용 정도나 조작하면서 느껴지는 유격감, 필름 카운터의 마감 처리는 아쉽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셔터 소리다. 역시 크고 우렁차다. FM은 여러 단점이 있지만 크게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펜타프리즘으로 높아 보이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라이카 M시리즈 보다 작다. 셔터 잠금 기능과 노출계가 있으며, 심지어 다중노출까지 된다. 기능으로 따진다면 FM이 월등하다.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니 모든 것이 용납된다. 기계식 카메라의 입문으로 최고라 할 수 있다. 수집으로도 좋은 것 같아 FM 블랙 페인트도 구매했다. (황동이 드러난 FM은 하나의 예술품이다. http://www.filmshooterscollective.com/analog-film-photography-blog/nikon-fm-film-camera-review-7-8)




단순히 황동이 보인다고 해서 구매한 블랙 페인트 FM, 황동은 수집가에게 종교다.




기계식 카메라는 문명의 혜택이고 그 자체로 기계식 메커니즘에 대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기술의 집약, 단일 부품의 복합체, 인체공학적 등 여러 요소들은 뭉쳐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존재 자체가 예술로 느껴지다 보니 미술품을 수집하듯 욕구가 생긴다. 소유한다 해서 더 많이 찍는다든지 하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괜히 카메라를 만지며 이런저런 설정을 하고 공셔터로 눌러본다. 셔터, 미러, 조리개 소리가 합쳐져 ‘철컥’ 소리가 난다. 그러면 왠지 시원함을 느끼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셔터 리와인딩했을 때의 저항감과 레버를 놓았을 때 스윙의 느낌, 셔터 버튼의 저항을 천천히 느끼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셔터 소리. 이 모든 것들이 사진 찍는 도구의 기능을 넘어 신비하게도 심리적 안정적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이 카메라마다 다르다면 수집을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좌측부는 필름 감는 노브가 있고 우측은 셔터 스피드, 셔터, 필름 레버, 필름 카운터, 파인더 안에는 노출계가 있다.




수집은 나름의 꼼꼼한 과정을 거친다. 종합적 이유와 재정과 상황이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기계식 카메라 캐논 F-1을 구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늘 지켜보는.) 카메라가 좋다 하더라도 렌즈의 확장성이나 구매 접근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머뭇거리게 된다. 다른 경우는, 라이카 M6과 M4 중 선택하라 한다면 노출계가 있는 M6이 좋지만 상, 하판 재질이 황동이 아니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M4를 선택하게 된다. 혹은 상판에 라이카 필기체가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여유가 있으면 두개 다 구매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해 놓기는 하지만 나중에 무슨 소용인가 싶다.) FM은 렌즈의 확장성이나 가격, 기계식, 노출계 정도만 보아도 충분히 수집 목록에 포함된다.




FM vs FM, 블랙 페인트가 아웃포커싱이 더 잘된다. Just kidding. 재미있게도 두 카메라의 셔터 미러 소리는 다르다.




니콘 SLR 카메라는 전반적으로 수집적 가치가 크지 않다. 하지만 올드 렌즈와 카메라의 종류가 많아 수집적 재미가 있다. 게다가 합리적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Nocf 58mm f1.2 렌즈는 예외다.) 다양하면서 저렴하기 때문에 수집의 진입이 높지 않아 늪에 빠진 것처럼 천천히 하나 둘 모은다. 실용적 가치, 합리적 판단은 저 멀리 가고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를 가게 한다. 사실 ‘다음 단계’로 당연히 갈 필요가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더 이상 장비를 추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얼마 가지 못한다. 수집 욕구는 스멀스멀 올라오고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덧 내 손에 렌즈, 카메라가 쥐어있다. 만족과 동시에 결핍이 오고 뭣이 홀린 것처럼 다시 장비 검색에 들어간다. 니콘의 매력이다. (환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현재 니콘 폰트보다 클래식의 니콘 폰트가 좋다. 2013년에 출시된 DF 에서 클래식 컨셉에 맞추어 옛날 폰트를 적용했다.




환자의 기질로 FM 카메라를 오래 사용하지 못했지만 한 번씩 꺼내 공셔터를 누른다. 처음 필름 사진을 취미로 하기에 FM과 MF 50mm F1.4 보다 나은 선택이 있을까 생각된다. 기계식에다가 노출계까지 있으니 말이다. 더 욕심을 낸다면 FM2 정도면 최상이지 않을까. (환자에게 최상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많은 카메라를 사용해 본 것은 아니지만 사진작가로서의 생활이 아니라면 가볍고 부담 없는 카메라가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손에 쉽게 잡힌다. 마음먹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때라도 액세서리처럼 들고 다니기 위해서는 작고 가벼움의 조건이 중요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전제 조건은 내구성이 좋은 기계식 카메라 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FM 카메라는 충분히 신뢰할 만하며 다양한 렌즈 화각의 조건을 만족시킨다.


2009년 니콘은 DF 카메라의 설계를 시작했다. 설계의 바탕은 FM2, F2, F3 이다. 지금까지 없는 스타일의 아이디어를 내다가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니콘 DF 개발 경위 인터뷰 http://camera4u.tistory.com/472) 결과적으로 가격을 제외하면 좋은 반응을 보인 것 같다. 왜 과거일까. 기술은 진보했지만 ‘손맛, 찍는 재미’ 같은 것은 과거에 있다. 사진은 여전히 감각에 의존하며 행위의 결과만큼 과정이나 감각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진 촬영을 통해 체험하는 것, 더 느끼고 저항하는 것, 쉽게 되지 않을 때 경험하는 맛이 있다. 그 맛은 아날로그일 때 더 깊은 사골의 맛이 난다. 나는 여전히 기계식 다리뼈를 찾는다. 사서 고생하러. 하지만 즐겁다.




기본적으로 사진이 좋을수록 레이아웃은 단순해지고, 사진이 형편 없을 경우 디자이너는 전체 디자인이 좋아 보이도록 마술을 부려야 한다. _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Nikon FM_MF 50mm f1.8_C200_Elite 5400_문경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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