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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as Jun 13. 2023

이기적 개인주의는 무엇을 숨기고 있나

삼겹살 말고 다른 것도 많은데, 어때?_아니. 삼겹살

맞선으로 만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찾아온 덕에 이미 연인이 되었다. 그는 처음 만난 날 패밀리 레스토랑을 한 곳을 거쳐 두 번째에 정착해서 포테이토와 커피 음료 등을 시키고 그 이후도 레스토랑에서 베이커리와 음료, 삼 일째 만났을 때도 레스토랑에서 음료를 마셨다. 마자막 레스토랑 이후엔 늘 우리 집 앞 공원에서 매일 만나고 주말에는 백반집을 갔다.  첫 만남에서 메뉴판을 10분가량 탐독했던 그를 생각하면 체감상은 15분이어서 뭔가 찜찜했지만 지금껏 그런 낯 선 남자는 처음이었다. 보통은 첫 만남 때는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메뉴판을 먼저 제시하거나 같이 보자고 권유받는 일이 보통이긴 하지만 난 이번엔 의외로 이 사람에게 관대했다. 결혼해야 하는 장남신세여서 알뜰하나?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면 그가 나를 처음 만나고 지금은 절대 가려하지 않는 레스토랑을 첫 번째 만남 장소를 켄슬 한 덕에, 두 군데를 순회하게 했고, 첫 만남 후 두 번째 만날 때 그는 빠르게 자신의 아빠와 동생의 정황을 솔직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그는 젠틀맨인데 힘든 집안에서 성실하게 잘 컸구나, 그런데 효자이고 좋은 형이네.라고 느꼈다.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그는 내게 놀랄 만한 고백을 했다.


아부지, 참 정감 있는 호칭이다.


"존경하는 사람이 있어요?"


"물론, 있죠. 저는 아부지를 제일 존경합니다."

"아~왜요?"

"저를 태어나게 해 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 말을 들을 때 내심 걱정스러운 멘트였다. 태어나게 해 준 것만으로도? 나하고 전혀 반대네. 난 아빠를 무지 분노하는데. '좀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어 멋져 보였다.

"아버지가 사실은 남들은 이단이라고 하는 곳에서 목사를 하셨어요. 지금은 농사를 지으시고. 아 저는 안 믿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알게 됐죠. 처음엔 아버지가 천재처럼 굉장히 넘지 못할 벽으로 느껴졌는데. 나중에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러면 혹시 본인도 그 종교 믿으세요?"

"아니요. 전 안 믿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에 동생은 사회부적응이라고 바로 말했다. 난 정황상 맞지 않은 종교를 자식들에게 강요한 아버지구나. 내가 보기엔 그 동생이 아버지에게 벗어날 궁리를 하다가 직접적인 대항이 어려워서 제3의 종교를 선택해서 방황하다 정신적으로 쇼크를 많이 받아서 사회를 두려워하게 되지 않았을까? 사실은 유일하게 저 사람 집안의 정상적인 사람은 그 동생일 수도 있고, 만일 내가 이 사람과 연결되게 되면 내가 그 부분에서 좋은 조언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빠르게 스쳐갔다.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순간 모르는 세계에 대한 약간의 낯 섬과 두려움? 알 수 없는 무엇. 하지만 지금 저 사람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가정은 전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렸다. 순간 '그냥 너만 괜찮으면 되지.'라는 선량한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 순간에 떠오른 생각들이 그를 계속해서 만나게 했다. 그리고 어느새 급속도로 연인인 것처럼 됐다. 매일 만나도 특별히 지루하진 않았지만 먼저 생각나진 않았다. 이상하게 전화를 하고 싶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상하다. 예전엔 누굴 만나면 자꾸 전화하고 싶고 그런 게 있었는데, 보고 싶기도 전에 매일 찾아오니 그랬나?라고 지나갔다. 연애랑 결혼은 다른 건가? 그런 거 같기도 하다고 정리했다. 데이트는 특별히 재미있진 않았지만 설렘이 없지는 않았다. 그 후에 백반을 처음 먹었을 때는 이런 소박한 부분도 있네. 하며 오히려 편안하기도 했다.


어느 날, 혹시 뭐 먹고 싶어?라고 묻길래,

"삼겹살이 먹고 싶어. 생각해 보니 며칠 고기를 안 먹네."

"그래. 그럼 그거 먹지."

"응."


배회 20분


미리 약속을 정하고 차를 타고 근처 번화가로 갔다.

"뭐 먹고 싶어?"

"어? 삼겸살이라고 했잖아."

"어. 삼겹살 말고 뭐 다른 것도 있지 않을까?"

"없는데. 저번에 삼겹살 먹고 싶다 했으니까. 그냥 삼겹살 먹자."

"그래? 어디 아는 데 있어?"

"아니. 근처에 보이는 데 가면 되지."

"어디 아는 곳이 있어야 가지."

"어? 저기 있다. 저기."

한 20분 정도를 차로 배회하다가 주차까지 계산하면 30여분? 그곳 맞은편 입구에 도착했다.


가게 앞 밀당 20분


"저기? 저기 삼겹 말고 다른 것도 있나?"

"몰라. 있겠지. 오빤 다른 거 먹음 되겠네."

"어? 네가 같이 먹어야지."

"난 삼겹살 먹고 오빤 다른 거 먹어."

"아니 삼겹살이 2인분씩 시켜야 하지 않나?"

"상관없어. 난 삼겹살 좋아해서, 내가 2인분 먹음 되지."

"그걸 다 먹는다고?"

"그냥 다른 메뉴 보는 건 어때?"

"뭐라고? 그럼 여기 왜 왔어? 며칠 전부터 먹는다고 했으니까 그냥 먹자."

음식 메뉴 결정이 되지 않아 삼겹살 집 앞에서 또 15-20분을 소요하게 됐다. 20분이었을까? 약간 격양된 소리로 대화를 길게 했고  이리 삐대는지도 모르겠어서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체감상 꽤 길게 느껴졌다. 겨우 설득해 가게로 들어가게 됐다.


메뉴 주문 고민 20분


"여기 앉자. 자 뭐 먹을래? 삼겹살 말고도 다른 것도 있네."

"어? 아니 아까 삼겹살 먹기로 했잖아. 내가 2인분 먹을 게."

"어? 어떻게 2인분 먹냐? 혼자 그걸 다 먹는다고?"

"그래. 원래 삼겹살은 많이 먹는 거야. 나 잘 먹어. 그리고 1인분 안될걸?"

"뭐가 그래 1인분 되지."

그때 메뉴를 받으러 직원분이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어요?"

드리어 그냥 먹는구나 싶었다.


"아 죄송합니다. 아직 안 골라서요. 고르고 다시 부를게요."라고 그가 직원을 보내 버렸다. 그렇게 5-10분이 또 지났다.


"어? 그냥 시키면 되지 왜?"

"아니 정말 삼겹살 먹을 거야?"

"그래 나 먹는다고 빨리 시켜. 넘 오래됐잖아."


"알았어. 너 분명히 다 먹는다 했다."

"어. 시켜."

"저기요."


"네 뭐 드릴까요?"

"여기. 근데. 삼겹살을 1인분 돼요?"

"죄송합니다. 1인분은 안되시는데요. 2인분드셔야 합니다."

"아.. 그러면 좀 생각하고 시킬게요."

"네 그러세요."


참나 어이없네.

"내가 2인분 먹는다고 했지. 왜 그래?"

"아니 무슨 2인분을 먹냐. 그걸 어떻게 먹어. 그리고 내가 지금 배가 불러서 다른 거 같이 먹자."

"아니, 자기는 다른 것 먹고 나는 삼겹살 2인분 먹는다고."

"진짜 그러기냐?"

"뭘 그러기야. 그렇게 먹기로 해서 온 건데 삼겹살 집에 와서 왜 다른 거 시켜. 그럼 여기 왜 왔는데?"

"왜 너만 생각해, 난 삼겹살 별로라 다른 거 먹고 싶은데. 넌 배려도 없냐?"

"뭐라고? 그냥 빨리 시키라고. 내가 다 먹을 테니까."


"여기요. 삼겹살 2인분 주세요."

"와! 고마워!!"

"너 혼자 다 먹어라. 그리고 네가 돈 내!"

"참나, 뭔 소리야. 오빠도 먹어."

 "아니 나는 좀 안땡겨서 너 다 먹어."


그는 삼겹살을 야무지게도 잘 구웠다. 먹진 않고 굽는 모습이 또 고마웠다. 나 다 먹으라고 그러는 구나. 그러면서 왜 삐대는 건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리지리하게도 늘어터지는 결정들에 대해선 참 이해가 안갔다.

후~삼겹살 먹기가 너무도 힘든 그때 이해할 수 없는 태도. 사실 삼겹살은 3일 전에 먹자고 얘기했고 그 가게 가기 전 20분 정도 소요. 가게 앞에서 20분 소요. 식당 내에서 또 15-20분 소요 등 먹기까지 1시간 여가 된 듯하다. 그래도 난 기어코 먹고야 말았다. 근데 진짜 그는 거의 먹질 않았다.


실속없고 지겨운 실랑이 지금도 여전하다


"돈은 네가 내라?"

"뭐? 그냥 오빠가 내. 오빠가 사주기로 했으니까. 그럼 왜 뭐 먹고 싶냐고 며칠 전부터 물어봤는데?"

"아니, 네가 다 먹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별로 안 당긴다고 했잖아. 왜 배려가 없냐? 니 배만 생각하냐?"

"뭐? 결혼할 사람 삼겹살도 못 사줘?"

"너는 뭔데, 너는 왜 날 생각 안 하는데?"

"자기가 물어봤고 먹자고 했으니까 걍 먹으라고 뭐가 문제야?"

"나는 대체 이해가 안 가. 나는 먹지도 않았고 먹기도 싫은 음식에 왜 내 돈 주고 개가 사야 하지. 그것도 18,000원이나?"

"뭐?"


본심은 18,000원 인 것 같았는데. 사실 정황이 전혀 이해가 안 갔다. 저 사건은 참 찜찜해서 만나는 동안 내내 해석하기 어려웠으며, 급기야 저 일이 결혼날짜를 잡고 청첩을 보낸 후에 파혼하는 일부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나르는 갓난아이 같다. 오로지 자기 배 하나만 생각한다. 처음 몇 번은 굉장히 선량한 사람으로 보이고 좀 친근해지면 바로 양아치가 된다. 온갖 기술들을 가르친다.

"네가 안타까워서 그런다. 너같이 감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말도 못 하면서 불만만 많다니까. 상대를 이기려면 감정이 드러나면 안 되는 거야. 컨트롤을 해야지. 네가 그래서 멍청한 거야."


자신의 되지도 않은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를 깎아내려야 하는 임무를 가진 사람처럼 하루도 쉴 새 없이 짖어댄다. 대화는 하지 않고 독백을 근 6년을 했다.

무엇이 그리고 억울할까? 어디서 받은 억울함을 모두 자기 옆에 있는 탓으로 돌리는 놀라운 논리기술을 가지고 있다. 쓰다 보니 너무 피곤하여 여기서 멈추기로 하자. ;; 


일단 무례한은 멀리하고 그가 이기적인 개인주의자라면 빨리 도망가야한다. 난 그때 몰랐지.

그런데 가족이 이기적인 개인주의라면? 나의 경제력을 숨겨야 한다.ㅜㅜ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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