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떤 ma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스as Jun 15. 2023

괴롭히면 재밌니?

나르씨, 조삼모사ㆍ소탐대실은 너잖아!!

나르씨, 괴롭히면 재밌니?

어린아이와 여자에게 힘을 겨루고 싶은 자.

험한 말로 이긴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

방금 한 말이 자기 말이 아니라며 우기는 자.


누군가가 그랬다지, '그 선하게 생기신 분'이라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면이 많이 다른 사람.

느낌이 없는 사람. 차분했던 사람. 그래서 왠지 편하게 느껴졌던. 한 템포 느려도 느긋한 기다림이 있는 사람.


감정의 융기

갑자기 돌변하면, 양아치가 되는 사람.

누굴 위해 사는 거니?

나르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말문이 턱 막힌다


"지금 애 안 가지면 늦는다니까. 우리는 한참을 늦었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자녀가 초등학생인데."


"그래서? 남하고 산가? 내가 낳는다고 애는!!"


이제 첫 아이가 뱃속에 2개월인 상태에서 나르가 한 말

"둘째 빨리 낳아야 하는데. 언제 낳지?"

"미쳤군. 지금 2개월이야!! 뱃속의 아이에게나 잘하라고!!"

"둘째 빨리 낳아야 한다고. 나 기력 떨어지기 전에 시간이 얼마 없다니까."

"미쳤네. 지금 임신 중이라고!!"

"아 저리 꺼져. 그러니까 대화가 안 되지. 남들은 한참 갔다니까."

"미쳤는가!! 애를 내가 낳네. 지금 첫째도 안 낳았다고!!"


"둘을 낳을까? 아니, 셋은 낳아야 못 도망가는데."

"뭔 소리? 그게 무슨 소리야. 이상한 소리 하네."

"으이그, 선녀와 나무꾼도 모르냐?"

"헉, 그게 뭔 상관인데?"

"멍청하네, 선녀가 왜 하늘로 올라갔냐? 애가 둘이라 갔잖아."

"그래? 둘이었다고? 근데 그 말을 왜 하는데?"

"아 저리 가라. 멍청해가지고. 셋을 낳았으면 못 올라갔을 건데."

"뭐? 웃기고 있네. 등에 고 가면 되지."

"야 그럼 하늘에 어떻게 가지? 선녀 옷에 날개 달렸는데?"

"뭐가 그래? 안 달린 거 같은데."

"무거워서 못 갈 거 아니야. 아 셋을 낳을까? 그래야 못 도망가는데."

"참나 뭔 소리, 애는 내가 낳네!! 왜 혼자 이상한 소리 하고 있어 구닥다리 같은 개소리! 그리고 하는 짓보니 꼴보기 싫고 애 안 낳고 싶네. 뭐가 좋아서 내가 애를 또 낳아? 지금 그리고 애가 뱃속에 있다고 아직 낳지도 않았어!!"

"뭐? 네가 애 둘 낳는다고 결혼했으니, 애 둘 이상은 낳아야지. 말이 되냐. 그럼 내가 왜 결혼했는데. 둘 안 낳을 거면 이혼해!!"

"뭐라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좀 해! 개소리 작작해! 무슨 미친 소리야!!"

둘째 낳을 때까지 4년을 지속한 정신 나간 소리;;




일을 끝내고 집에 가면 늘 자고 있던 그가 임신 5개월째 어느 날 새벽 1시가 되도록 집에 오지 않았다. 연락도 없이. 평소에 너무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해서 참 허한데 없으니 울적한 날. 그의 말은 말 같지가 않아서 전혀 해석이 안되고 그냥 철없고 정신없는 욕심꾼 정도로만 이해될 뿐, 더 이상 어떠한 접근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우울했다. 소파에 기다랗게 비스듬히 누워있는데. 뱃속 '사랑'이가 배를 무지도 밀고 있었다. 그때 비밀번호를 뚜뚜뚜둑 누르면서 급하게 웃으면서 달려오는 남편. 한 손에 검고 작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oo아! 내가 좋은 거 아주 좋은 것 사 왔어. 이것 봐 빨리 일어나 봐!"

"뭐야. 윽 술 먹었네. 뭔데?"

"완전 횡재, 이거 너 주려고 샀는데. 과일 가게에 딱 하나 있었는데. 마침 내가 샀어. 아저씨가 이거 몸에 엄청 좋다 해. 빨리 먹어봐. 이거 얼마게? 한 손에 1,000원이다!!"

"뭐? 미쳤네. 자기나 먹어 다 썩었구먼. 술 취했는가? 임신 5개월 돼서 첨 산 게 드러운 거야? 자기나 먹어 나 안 먹어 어떻게 처음 사 왔는데 그런 걸 사 올 수가 있어? 임신했는데."

"뭐, 이거 좋다니까. 안 먹으렴 말아라. 내가 먹으려니."

참 포기도 굉장히 빨라서, 술 취해서 저라나 했다. 그런데 그 후로 임신 중 한 번도 사준 적이 없다. 유일하게 첫 애때 사준게 썩은 바나나라니, 아무리 잘 익은 바나나가 좋다 하더라도 너무 서운한 마음 씻을 수 없었는데. 우리 첫째애가 제일 싫어하는 과일이 바나나다. 놀라웠다. 그가 사 온 바나나는 곧 꽁다리가 끊어질 듯 내일이면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판이었다.


정말 어이없어. 여전히 과일은 정말 볼품없고 곧 맛이 갈 것만 그렇게 잘 골라오시는지.

그땐 분노였지만 지금은 바라지도 않는다. 내 마음의 상처를 덜 내서 편하지만 뭐랄까 이 마음은... 감정 무.


이 사진은 당시 받은 바나나를 기억하면서 터치를 더한 그림이다.


사진의 바나나는 겨우 3개지만 남편이 사 온 바나나는 한 손이어서 너무 징그러웠다. 나는 사과 알레르기가 있고 두드러기가 어려서 많이 난 경험이 있었는데. 임신 첫 과일 선물이 저거라니 심정적으로 구역질이 나고 혐오스럽고 얼굴에 순간 두드러기가 올라올 것 같아 소름 돋았다. 너무도 미움, 그리고 울적함.


도대체 얼마나 돈에 미쳐사는 건지. 고질병. 얼마나 억압받고 살았는지. 돈의 노예가 돼서 사람 놀리는 재미가 자기 밥인가? 그 사고 시스템은 사실 아직도 의문이지만 결혼 15년이 되니, 그가 왜 밤늦게 오는지 이제야 고백을 들었다. 야근이란 없는 회사에 다니면서 한 번쯤 늦게 오던 그가 무의식 중에 한 말.


"자기도 밥 먹을란가? 왜 이렇게 늦게 와!"

"나 먹었어, 뭐 4,000원밖에 안 하는데."

(헉, 아 그렇게 아끼겠다? 절대 집에서 밥을 먹지 않으려는 심리를 한 번도 말을 안 하더니, 오늘 실수한 것 같네. 이제 자기도 모르게 경계가 풀리셨나? 남편은 지금 10년이 넘게 결혼생활 전체를 통틀어 저녁을 거의 같이 먹질 않는다. 12년 정도까진 비난하면서. "네가 만든 건 안 먹어." 소화가 안되네, 배부르네, 회식했네 등 여러 이유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 생활비를 줄이고, 자긴 안 먹으니 돈 주는 게 배 아파서, 자긴 안 먹으니 돈을 안 준다는 사고 구조. 그 이상한 양심은 그런 때에 잘도 적용하시고 자기가 먹을 1인분은 스스로 제외시키기 위해 혼자 먹는 것이. 헌신이라 착각하시는지. 참 놀랍다. 15년 만에 알았네. 혼자 그렇게 처리하시는지.)




참 그가 결혼 초부터 인생교훈이라며, 너는 소탐대실도 모르지? 너는 조삼모사도 모르지? 하며 비아냥 거리더니. 자신이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들으며 훈계받은 말인가 싶다. 이달에 110을 준다면 다음 달엔 80을 주는 경우, 어떻게 생활비를 갑자기 줄이냐며 하소연하면. 그가 늘 쓰던 언어. 조삼모사. 어차피 같은 돈. 본래 그 돈 주려 한  저번엔 생각해서 더 주고 이번에 준 게 80이라며 합리화했던 변명, 회피했던 말들. 혹여나 더 얘길 할라치면, 그가 의기양양하게 준비했던 말 소탐대실하지 마라. 돈을 모아야 집을 살 거 아니야. 그리고 너는 돈 한 푼 안 들고 와서 무슨 바라는 것만 많아! 애들 크면 교육은 어떻게 할 건데? 하면서 모든 책임을 전가했던 도구로 쓰던 말.

그런데 내가 알던 조삼모사는 그렇게 본인이 합리화 하고싶은 긍정적인 뉘앙스가 아니었는데, 왜 속임수만 마음에 담는지, 참 날 원숭이로 아나? 왜 그 수많은 교훈 중 저런 걸 가슴에 품고 살까? 나르는 참 소탐대실스럽다. 결혼은 왜 하셨는지?라고 물으면 부자 될지 알았지. 네가 그렇게 수준 낮은지 몰랐다나. 끝없는 비아냥거림 그 소리들이 아이가 전교 1 등나고 나서야 사라졌다. 참 다행이다. 집안이 조금 조용해서. 고맙다 애야.


첫째애 공부방에 뒹굴던 그림 한 장 득템. by 린.


매거진의 이전글 이기적 개인주의는 무엇을 숨기고 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