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오전에 브런치 작가로 막 승인받아 써놓은 글을 발행합니다. 저는 유아기의 아픔을 겪고, 청년기까지 근 10여 년을 긴 침묵으로 버텨 결혼기엔 묵혀둔 트라우마로 많이 힘든 삶을 살았어요. 인생 전반기가 기획 없이 흘러가는 파도 위에 놓인 난파선처럼 마구 흔들리고 휩쓸려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날들이 괴로웠습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서야, 더욱더 같은 삶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사명으로 내 안에 숨은 목소리를 크게 꺼내야 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침묵했던 탓에 가지고 있는 언어가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대학에 가기로 했어요. 거기엔 시간, 재정적 지원 그리고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33살에 의식된 것은 그렇게 36세에 다시 꿈틀거리다 여러 가지 난관으로 5년 후에 대학원을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유들에 대해서도 천천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올바른 어른이 뭔지 상황이 잘 펼쳐지질 않았지만, 브런치 활동의 새로운 길을 기대하며 글을 쓰기로 합니다. 그리고 오늘 고심 끝에 첫 번째 글을 발행합니다.
나이 마흔여덟, 어느새 반백년이 코앞이다. 어려서는 어찌 그리 삶이 팍팍한지 우리 부모님은 나와는 전혀 소통이 되질 않았다. 엄마는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야 꽁꽁 숨겨놓은 비밀을 털어놓으시고는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너만 알고 있으라며, 자신의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사실을 남편에게 오랫동안 숨겨왔다고 말했다. 엄마의 그 심정은 뭘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왜 나에게 인생의 느지막한 때 갑자기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엄마는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는 것에 더 이상 가치를 못 느꼈거나. 그 비밀이 주는 수치가 좀 더 버거웠나 보다. 그리고 반가운 건 이제 그 얘기를 네게 털어놓는 것이 엄마에게는 참 편했다는 것이다.
결혼한 후에는 육아에 전념하며 아이를 잘 키우기만 하면 인생을 다 마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기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가 결혼생활인 것 같다. 부모 밑에서 투정 부리면 어떤 책임도 크게 지지 않아도 되었지만, 가정을 꾸린 이후에는 내가 안 하겠다고 결정하게 되면 모든 세상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 사이에 두 아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삶까지 멈추게 되는 것이 자연재해처럼 스스로도 무섭다.
남편과 소통되지 않는 하루하루가 너무 버거워서 다시 대학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벌써 7년 전의 일이 됐다. 난 고심 끝에 학부 때 다니던 모교를 찾아 20대에 그 시절처럼, 같은 교수님에게 지도를 받기로 했다. 난 사실 배움을 책에서 배우고 싶지는 않았다. 교수님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어른의 모습을 배우고 싶어 다시 같은 대학을 찾았다. 교수님은 늘 학위를 따라고 말씀하셨지만, 당시에 내겐 학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성 있는 어른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으로 학교를 찾은 것이다. 무모했을까?
상담소에서는 더 이상 인생 상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성찰하기 위해 선택한 대학이란 곳은 잠시나마 엄마와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던 역할을 한 것 같다. 졸업을 하고 논문을 쓰면 새로운 직업을 가질 희망으로 엄마에게 주절주절 이러쿵저러쿵 다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처럼 학교생활에 대해 엄마에게 말했다.
"너랑 얘기하니 하하 재밌어야. 어째 단어가 생각 안 났는데, 막 새록새록 생각나고 재밌어."
라고 엄마가 했던 말에, 나도 공감이 됐다. 엄마랑 평생 처음으로 소통되고 있는 느낌과 감사함.
내가 고민 끝에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시 가서 어린 대학생들과 수업을 받으며 너무도 생소하고 신선했던 그때처럼 엄마도 똑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죽어가던 시냅스들이 반짝반짝 반응하는 것이다.
지금 난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 겨우 수료는 했지만 논문은 쓰질 못했다. 논문은 쓰지 않겠다며, 이상한 다짐을 하며 다녀서 인지, 학기 중간에 마음을 돌렸지만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실패했다. 남편은 '그럴지 알았지.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너는 왜 그렇게 능력도 없냐.' 라며 핀잔과 비난을 쏟아붓는다. 사실 스스로도 그렇게 내심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인생이란 것은 결과를 반드시 내어야만 하는 걸까? 실패 안에서 얻어가는 것은 없는 건가. 자꾸 묻게 된다. 니체의 말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했지만, 얻을 수 있는 니체의 소리는 없었다. 난 아직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니체오빠!
그래 나 고치에서 깨어났어.
그 다음은?
하지만 2023년 6월 9일 금요일 오전 11시.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다. 4일 일요일부터 신청하면서 연일 2번을 탈락하고 7일, 수요일 세 번째 도전으로 최종 승인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