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언제부터 좋아했더라. 아마도 드라마 파스타가 유행할 때부터가 아닐까? 그전까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먹는 손님들을 종종 보았지만, 내가 직접 먹진 않았다. 파스타와 나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비빔국수나 냉면이 익숙했던, 토종 한식을 고집하는 우리 집에서 스파게티를 구경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피자를 시킬 때마다 종종 오븐 스파게티를 추가로 주문하여 맛보았던 것이 전부다. 많이 먹어본 탓이었을까 결국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는 토마토 파스타가 되었다. 종종 해 먹는 파스타도 토마토였고, 다이어트 식품에도 파스타 소스를 넣을 정도로 중독되었다.
남편과 나는 입맛이 무척 닮아서 신기하다. 굴을 싫어하는 것도 그렇고, 좋아하는 음식도 똑같다. 그중 하나가 파스타이다. 남편과 나는 특별한 날에도 평범한 날에도 파스타를 먹는다.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날에도 파스타를 할 힘은 남아있다. 그만큼 파스타를 좋아해서, 맛있는 메인 메뉴(예를 들면 스테이크나 피자)가 있더라도 파스타까지 해 먹는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맛집 데이트를 하던 중에 내가 파스타를 시켰다. 당시에도 파스타가 메인 요리는 아니었지만 오래간만에 먹고 싶어 졌었다. 식사를 잘 마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게에서 나왔는데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밖에서 파스타 먹는 건 왠지 돈 아깝지 않아?"
"왜? 맛없었어?"
"먹을 만은 했어. 그런데 집에서 해 먹는 게 더 맛있어서."
맛있게 먹고 나왔는데, 왠지 이런 대화를 나누자니 입맛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는 남편이 나와의 데이트 비용에 가성비를 따지는 건가, 돈을 내기가 싫은 건가, 의문이 들어서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하고서 엄청난 오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일주일에 5번은 파스타를 해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남편의 의견에 비로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피자를 시키는데 파스타나 스파게티를 추가하기엔 양도 적고 맛도 그저 그래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돈이 아깝다, 내가 그런 말을 하자 남편은 이제야 알겠냐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파스타는 요리하기도 쉽고 요리 초보가 해도 제법 맛있다. 그래서 우리 소울 푸드는 단연 파스타로 등극했다. 우리는 그날그날 재료와 시간에 따라 다른 파스타를 했다. 크림 파스타, 오일 파스타, 바질 파스타, 토마토 파스타, 봉골레 파스타 등등 파스타는 어떤 식으로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매일 떠올라서, 내가 파스타 인간이 된 건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미트볼 스파게티였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미트볼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길래 그게 아른거려서 평소에 미트볼을 자주 사 먹었더니, 남편이 미트볼을 직접 해 먹자고 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돼지고기 민찌와 소고기 민찌를 섞어서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뭉치고, 방울토마토와 함께 토마토소스를 버무려서 먹었다. 직접 만든 미트볼이라서 모양이 당구공처럼 크고 양이 제법 알찼다. 너무 맛있어서 남편에게 엄지 척을 내보였던 기억이 난다. 나 혼자였더라면 미트볼을 만들어서 파스타랑 먹을 생각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