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난 날은 모닝 팬케이크

by 위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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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 우리 둘 다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을 함께 하는 날은 쉬는 날 말곤 거의 없다. 그는 알림 시계를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더 자고 일어나서 비몽사몽 출근을 하고, 나는 깨어나자마자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거기에서 플러스된 것이 있다면 운동이다. 요즘은 다이어트 중이라 일어나자마자 공복 유산소 운동을 30분 하고, 끼니를 때워도 닭가슴살이랑 계란 하나 먹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침을 먹는 날은 쉬는 날이 유일하다. 식사 메뉴는 서로 상의해서 먹는 편이고 한식, 양식, 일식 등 다양하게 먹는다. 그런데 좀처럼 메뉴가 정해지지 않는다거나 급작스럽게 아침을 먹는 일이 있으면 말 안 해도 통하는 메뉴가 딱 하나 있다. '팬케이크'이다.


예전부터 나는 아침으로 팬케이크를 많이 먹었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부류이기도 하고, 팬케이크를 사먹고 싶어도 내가 살던 지역엔 팬케이크 맛집이 없었다. 빵은 아침이나 점심에 잘 들어가지, 저녁에 먹으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요리를 막 시작했을 때 중독되듯이 조리한 건 팬케이크였다. 아침엔 팬케이크를 먹고, 저녁엔 김치부침개를 해 먹는 식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피자였다.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는 음식들. 거의 소나무 취향이다.


연애할 적에 남편이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땐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겨울이었고, 크리스마스를 곧 앞두고 있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남편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팬케이크였다. 그 옆엔 두툼하고 예쁜 소시지도 함께였다. 팬케이크를 그렇게 배 터지게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내가 요리 한 팬케이크는 부실하다면 부실할 만큼 얇고 작고 적었는데(마치 동그랑땡이나 오므라이스를 덮는 계란 지단처럼), 그가 하는 팬케이크는 이불처럼 두툼하고 폭신폭신했다. 팬케이크의 신세계를 마주했던 순간이다.


"자기야. 너무 맛있어! 입맛이 확 돌아"

"고마워. 잘 먹어주니 좋네"

"어떤 상품이야?"

"산 거 아니야. 만든 건데?"

"우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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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이크가 맛이 좋아서 어떤 대기업의 맛인가 궁금했는데 직접 만들었단다. 생각해보니 팬케이크 믹스 가루는 장보는 목록에 없었다. 그는 그의 레시피대로 반죽을 만들었던 것이다. 언젠가 미국에 여행을 간다면 팬케이크를 잘하는 가게에 가서 폭신폭신한 팬케이크를 시원한 오렌지 주스와 마시며 먹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을 남편이 이루어준 것 같았다. 물론 보기엔 동글동글하고 예쁜 모양도 아니고, 투박투박하고 심플하지만 내겐 살면서 먹어 본 최고의 팬케이크 맛이었다. 기분만으로도 미국에 온 것처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때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고 난 이후로 종종 우리는 아침마다 팬케이크를 먹는다. 아침 일찍 병원을 오픈런으로 가느라 배고픈 날, 갑자기 생리를 시작해서 단 게 당기는 아침에, 맛 좋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잔 다음 날, 등등. 물론 우리도 사람인지라 시간이 한정적이고 바빠서 팬케이크 믹스를 사서 만들 때가 종종 있고, 직접 반죽을 만들었을 때가 더 맛있지만 식사 시간이 즐거워서 그런지 그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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