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오븐으로 구운 에그타르트

홈메이드 에그타르트

by 위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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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에그타르트를 언제 처음 먹어봤냐면 아마도 25살 같다. 스물다섯 전까지 '에그타르트'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페이스트리나 빵, 애초에 케이크도 잘 않아서 베이커리에 찾아갈 일도 없었고, 애초에 간식을 입에 대는 편도 아니었으니 아이스크림도 한두 입 먹고 끝이었다. 그러한 내가 스물다섯부터 입이 터져서 먹을 것에 욕심이 생겼다. '에그타르트'를 알게 된 것도 그쯤이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홍콩의 로망이 남달랐다. 내게 홍콩은 낭만의 도시였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늘 가슴 한편에 넣어두고 살았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에서 최애 캐릭터 '샤오랑'이 홍콩 국적의 남자애였기 때문이다. 리 샤오랑은 나의 첫 번째 종이남친(?)이었다.

리 샤오랑은 [카드캡터 사쿠라]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이다. 홍콩 출신의 중국계 인물로 마력이 상당하고, 일본으로 유학 왔다. 화려한 의상과 한자가 적힌 부적을 지니고 있어서 나는 샤오랑을 열렬히 좋아했다. 그때부터 홍콩에 관심이 생겼었고, 나이를 먹어선 홍콩 간식에도 눈길을 돌렸다. 그게 바로 에그타르트였다. 그야말로 덕질이 이어준 간식인 셈!


내가 에그타르트를 접할 공간은 유명한 프랜차이즈 빵집 말곤 없었다. 처음엔 조막만 한 것이 왜 이렇게 비쌀까 싶었는데, 먹어보니 이해가 됐다. 입에서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 달콤한 맛에 중독되었다. 알바 출퇴근 길마다 에그타르트만 세네 개씩 샀다. 빵집 주인이 나를 기억하는 것도 모두 에그타르트 때문이리라.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한 번씩 구매를 주저하고 발길을 돌린 날도 많았다. 그렇게 잊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의 인연은 생각보다 길었다.


신랑과 결혼하고 첫 번째로 산 혼수 템이 오븐이었다. 쨍한 파란색에 굴곡이 예쁜 그 오븐을 그가 원했다. 원래 오븐은 크기도 작고 조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쉬는 날에 오븐을 개시하기로 했다. 오븐으로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던 중에 에그타르트를 떠올렸다. 내가 에그타르트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도 에그타르트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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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에 샛노란 필링을 담으니 그 자체로도 잘 만들어진 미술 조각품처럼 예뻐서 손이 가는 충동을 참았다. 오븐에 넣고 기다리는 동안 오븐 앞을 기웃기웃거렸다. 그러자 남편이 안절부절못하지 말라고, 그냥 쳐다보라고 나를 앞에 세워두었다. 생소한 경험이었다. 어릴 때부터 전자레인지 앞을 서성거리면 안 된다고, 전기가 사람 몸에 얼마나 나쁜 줄 아느냐고 엄마의 잔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오븐 앞에 있는 것도 나쁜 줄 알았는데, 오븐은 상관없나 보다. 오븐 뚜껑이 열릴 정도로 뚫어지라 에그타르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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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워진 에그타르트는 때깔이 고왔다. 처음으로 만들어본 오븐 요리였다. 우와! 나도 생각보다 요리 잘하네! 들뜨자 남편도 웃음보가 터졌다. 물론 레시피는 남편의 것이었지만, 같이 손을 움직였으니 나도 요리사였다. 에그타르트가 맛이 좋은 것은 내덕도 있으리라!


작년에 빼빼로데이가 생각났다. 나는 편의점에서 파는 대왕 빼빼로를 준비했는데, 그는 열심히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젠 내다 버린 조악한 싸구려 오븐으로! 밀려드는 죄책감에 어정쩡하게 웃었다. 그는 대왕 빼빼로가 좋다고 이를 드러내고 웃었지만, 나 혼자 미안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때를 보답하고자 이번에는 에그타르트를 왕창 만들었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답이 없다. 결국 우리끼리 먹는데도 양이 많이 남아서 친정 식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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