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계란 초밥

기운이 나는 남편의 사랑

by 위메리


결혼한지 약 일년도 안된 갓 신혼생활을 즐기는 현재.

우리 집의 식사 시간은 여느 집과 다른 풍경이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 아내가 일찍 일어나서 남편의 식사를 책임지는 그런 일은 없다.

아침잠 많은 나는 해가 중천에 뜨기 전에 일어나고,

아침밥을 딱히 안 챙기는 남편은 커피만 호로록 마시고 출근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씩 미안해져서 다짐을 한다. 다음날 꼭 일찍 일어나리라.

하지만 알레르기 약을 먹고 결국 늦잠을 자버리고, 미안해하면

남편은 그런 나를 질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귀여워한다. 고마운 일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가 일찍 일어나서 아빠 밥을 만들어주는, 평범한 가정 속에서 길들여져 왔다.

여자는 일을 하더라도, 육아를 하더라도, 아무리 바빠도 남편의 식사를 챙겨야 한다는

그런 보수적이고도 강박적인 생활 속에서 살아왔지만 남편을 만나면서 그 편견은 와장창 깨졌다.

"그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만들면 되지. 뭐가 문제야."

가끔은 늦잠 자는 나 자신을 자책할 때 남편은 이렇게 나를 위로한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보답하고자 식사를 준비하면 대개 대부분 저녁 식사이다.

알레르기가 통 낫질 않아서 일 년 정도 넘게 먹기 시작했더니 잠이 늘었던 게 화근이다.

결국 내 주요 활동 시간은 오후~ 밤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나 아픈 것도 모르면서 종종 아침에 전화해서 혀를 내두른다.


"오늘도 땡 서방이 아침 요리했냐?"


전화를 할 때마다 잘 지냈냐는 대신 묻는 말이 대충 이 정도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하는 대로야~ 라고 대답하고 머쓱하게 웃는다.

그러면 남편 밥 좀 챙기라고 아빠에게 호되게 호통을 치시곤 한다.

그만큼 어르신들에게 아침밥이 무척이나 중요한가보다, 하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시어머니는 애초에 나에게 밥을 하냐고 묻지 않는다.

남편에게 네가 요리사이니 요리 좀 하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악독한 와이프가 된 것 같아서 미안해지고, 또 한편으론 사랑받는 집에 시집을 가서 그저 감사하다.


나는 초밥 중에 계란 초밥을 가장 좋아한다. 연어 초밥, 새우 초밥, 맛있는 종류는 많지만

평소에 생선을 잘 안 먹기도 하고, 배고플 때 제일 먼저 손에 가는 것이 계란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아침을 못 먹어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나는 부리나케 매점에 달려가서 훈제계란을 샀다.

부모님도 계란을 좋아하셔서 전기포트째로 계란을 삶아놓을 때가 잦다.

그러니까 계란을 좋아하는 건 집안 내력 같은 것이다.


또 유부초밥도 좋아한다. 살면서 유부초밥을 먹어본 적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은둔하던 시절엔 방문을 닫고 사느라 자주 끼니를 걸렀고, 요리도 하지 않으니 유부 초밥을 구경할 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초밥은 결국 계란초밥과 유부초밥 같은, 초밥 류에서도 가장 평범한 초밥인데,

결혼하고 나서 자주 먹게 되었다.

늦잠 자고 일어나 보면 남편이 출근 전에 종종 계란 초밥과 유부를 해놓고 가기 때문이다.




그릇에 정갈하게 놓고 간 계란초밥을 보면 기분이 좋고 평안하다.

일찍 일어나서 와이프가 먹을 밥 해놓고 또 요리하러 갔을 남편을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뭉클하다.

계란 초밥은 신혼을 달달하게 만들어주는 약이 되었다.

기운이 없는 날 계란 초밥을 먹으면 그날 저녁엔 나도 제법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퇴근하는 남편을 반겨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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