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먹어본 감바스

by 위메리
KakaoTalk_20221114_224206629_01.jpg 홈메이드 감바스


N 년 전부터 감바스가 유행했다. 초은둔 고수이자 집순이었던 나는 집에 틀어박혀 있느라 유행하는 음식을 거의 먹어보지 못했다. 마라탕, 치즈 핫도그, 돈카츠... 감바스도 그런 음식 중 하나였다. 감바스를 처음 먹어본 건 서른이 될 무렵이었다. 그때는 감바스가 이미 유행의 선로를 지나쳐 대중적인 안주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문학 아카데미에서 만난 학우와 뒤풀이로 갔던 술집에서 감바스를 시켰는데 둘이 먹기에 양도 적고 값이 비쌌다. 그래도 주문했던 이유는 평소에 못 먹어본 감바스가 궁금해하기도 했고, 매번 수업마다 셔틀 차로 고생하는 학우에게 성의를 보답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겐 입맛이 잘 맞지도 않았고, 술배가 찬 탓에 안주를 거의 입에 대지 못했다.


계산할 때 사장이 나에게 감바스를 한번 먹어보았느냐고, 맛은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오늘 사장님의 감바스가 처음이었으며 맛있었다고 대충 둘러대고 나왔다. 술자리가 파하고 집으로 가는 나를 학우가 붙잡았다. 방금 먹은 감바스가 맛이 없고, 양이 적어서 배가 안 찼으니 2차를 가자는 이유였다. 우리는 마른 안주를 파는 가성비 있는 술집으로 갔다. 태연한 척했지만 나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감바스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원래 그렇게 양이 적고 밋밋한 맛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감바스를 잊고 지냈다. 왠지 밖에서 사 먹자니 '감바스 맛'을 몰라서 손해 보는 것 같았고, 더구나 양도 적은데 비용도 비싸서 손해 봤다는 학우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감바스는 어려운 존재였다. 그런데 내 인생에 감바스를 다시 마주하게 된 일이 있었다. 남편과 내가 연애할 때 첫 번째로 떠난 여행, 변산에서. 남편은 감바스를 해주었다. 처음으로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이 든 것도 그날이었다. 리조트의 아늑한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듬직한 뒷모습을 보자니 흐뭇했다. 처음 맡는 향을 음미하면서 이렇게 자상한 남자와 결혼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 좋은 생각을 하게 됐다.


KakaoTalk_20221114_224206629.jpg 여행에서 먹은 감바스와 파스타


빵집에서 마늘 빵을 사 왔고, 적당한 양을 접시에 덜은 뒤 그가 만들어준 감바스와 함께 먹었다. 술집에서 시켰던 감바스보다 훨씬 맛있었다. 감바스는 기름이 많으니 느끼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향기도 생소했지만 맛은 제법 익숙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갔을 때 식전 빵에 올리브 오일이나 발사믹 비네거를 먹던 기억이 났다. 그 맛이 떠올랐고, 새우 간이 가미되다 보니 새우 러버였던 내겐 취향저격 그 자체였다. 빵도 좋아하지, 새우도 좋아하지, 그냥 감바스에 껌뻑 죽어버린 것이다.


그날 이후 우리는 한 번씩 기분을 낼 때마다 감바스를 해 먹는다. 마늘빵이 없으면 식빵, 모닝빵.. 집에 있는 재료와 맞춰 먹는다. 감바스는 주재료인 새우도 중요하지만, 새우만큼 마늘도 중요하다. 오일 향과 마늘향이 조화가 되어야지 각자 놀면 안 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센 불에 하려다가 마늘이 너무 타버려서 못 먹었던 적이 여러 번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감바스는 남편 담당이다. 감바스는 곧 사랑이고, 사랑은 내게 남편과도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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