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많다. 명상, 타로카드, 피아노, 전시회, 귀여운 스티커와 다이어리, pc게임, 일기. 처음부터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냐 물으면 아닌 것 같다. 딱히 외출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이 집에서만 지낼 때는 쥐 죽은 듯이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의미 없이 티브이를 보면서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면서 보냈었다. 그런 하루를 청산하게 되었던 것도 좋아하는 걸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내면 아이가 이야기했던 것 같다. '네가 좋아하는 걸 해봐.' 그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물어볼 때, 인생이 재미가 없어서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되풀이할 때 늘 내면아이가 이야기했다. 네가 좋아하는 걸 해봐.
가끔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하루에 복종하고 지내거나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서 살아갈 때. 눈길이 모두 외부로 쏠려있어서 내면을 바라볼 수 없을 때 생기는 일들이다. 그럴 때 나는 숨이 막혀왔다.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누구에게 조언도 구할 수 없었을 때.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했다.
다이어리를 펴놓고 내가 좋아하는 것의 목록을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취향이나 취미를 메모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로가 되었다. 목록은 나이마다 바뀌는 것도 있었지만, 변함없는 것도 있었다. 이를 테면 피아노 연주 같은 것. 피아노를 연주하면 너울 치던 나의 마음은 진정을 하며 잔잔해졌다. 명상도 마찬가지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깊어지는 매력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시간을 갖자 하루는 좀 더 특별했다.
요새는 타로카드를 좋아한다. 타로를 맹신하진 않지만, '운'을 채점할 수 있는 것이 상당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의 생김새가 예뻐서 구경하는 블로그 글도 많다. 이미지를 보고 있으면 어떤 카드가 내게 잘 맞고 맞지 않을지 짐작도 해본다. 그 과정이 재미가 있어서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다만 주의할 것은 너무 과한 금액을 지불할 수 있기에 그 일을 차단하고자 타로를 직접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돈도 덜 들고, 재미로만 만끽할 수 있었다.
너무 바쁠 때는 삼십 분이라도 게임하는 시간을 넣어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면 기대 없는 하루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일어났고, 그나마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게임 속 캐릭터도 자신이 좋아하는 격파나 아이템으로 레벨 업이 되는 걸 보면, 삶에서 즐거움이 충족되는 요건은 간단한 것 같다.
그 이후로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을 알아갈 때 꼭 하는 질문이 생겼다. 취미가 뭔가요? , 요새 가장 좋아하는 게 뭔가요? 그 질문을 듣고도 우물쭈물하는 사람이 있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점이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해 보면,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몰입하고 최선을 다 했는지 정도의 차이 아닐까 싶다.
인생 뭐 있겠는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웃으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행복한 인생 아니겠는가.